다급한 목소리였다. 초조해 보이기까지 했다. 남편은 내게 11번가 애플리케이션을 열라고 독촉했다. 11번가에서 배달의민족 1만 5000원어치 쿠폰팩이 1100원에 독점 판매된다며 상기된 모습이었다. 나는 남편의 주문에 따라 아이디 당 최대 구매 수량인 10개를 구입했다. 이내 쿠폰 번호가 담긴 문자가 도착했다. 3000원짜리 쿠폰 5개가 한 팩으로, 총 10개를 구입했으니 쿠폰별 50개의 문자가 잇따라 왔다. 한동안 내 휴대전화의 진동은 멈출 줄을 몰랐다.
내 남편은 할인을 참 좋아한다. 동네 빵집에서 만든 지 하루 지난 빵을 30% 할인된 가격에 파는데 종종 사 올 때마다 내게 얼마나 싸게 샀는지 자랑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부자 되시겠어"라며 남편을 놀린다. 말복날에는 둘이서 치킨 두 마리를 시켰다. 배달앱 양대산맥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치킨 할인 행사 혜택을 모두 받기 위해서였다.
한 번은 남편이 어느 쇼핑몰의 냉동만두 할인 대란에 참전해 승전보를 울렸다. 냉동만두 택배가 도착하는 날 나보다 당황한 건 그였다. 대형 냉동박스 일곱 상자가 배달된 것이다. 냉동만두의 포장팩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보관이 힘들 정도였다. 친정 엄마와 동생, 친구들에게 냉동만두를 나눠줘도 처치 곤란이었다. 한동안은 남편이 퇴근길에내게 전화를 걸어 "집에 뭐 먹을 게 있지?"라고 물으면 "만두 그리고 만두"라고 답했고, 통화가 끝날 무렵 마치 깜박했다는 듯 "아 맞다. 만두도 있어"라고 했다.
남편은 냉동만두와 함께 맥스봉 소시지도 잔뜩 샀다. 물론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으로. 그러다가 우연히 그의 눈에 맥스봉의 유통기한이 들어왔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유통기한까지 하루 한 개씩 먹어도 소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남편은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맥스봉을 먹었다.
더 큰 위기는 냉동만두였다. 냉동만두의 유통기한은 맥스봉보다 짧았다. 집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마다 냉동만두를 에어프라이어로 돌리는 그의 뒷모습은 어쩐지 점점 지쳐 갔다. 만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데다 입이 짧은 나는 큰 도움이 되질 못했다. 도움은 못될 망정 "그러니까 싸게 팔지"라며 약을 올렸다.
여보, 당신 기업놈들한테 당했어.(출처=배달의민족)
휴대전화 진동이 잠잠해지자 남편에게 배달의민족 쿠폰번호 문자를 캡처해 보냈다. 그가 탄식했다. "하. 이거 다음 달 30일까지 잖아." 이번에 산 쿠폰은 중복할인이 안된다. 즉 3000원짜리 쿠폰을 50번에 걸쳐 써야 한다. 다음 달 30일까지는 50일이 남았으니 매일 배달음식을 시켜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쿠폰을 쟁여두고 할인 혜택을 누리려 했던 남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나는 "역시 기업은 손해를 안보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남편이 옆에서 "3번만 먹어도 이득이야"라며 안도했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보, 그럼 1100원짜리 쿠폰팩 한 개만 사질 그랬어. 괜히 10개를 사 가지고 9900원 날렸네." 나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