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나의 노래
몇 해 전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힌 정신 질환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정신의학과 상담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건 자유로워지는 방법이라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 또한 자신의 모습임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작가의 진솔한 고백은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싱어송라이터 심규선은 <Periwinkle Blue>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페리윙클 블루라는 생소한 색채에 비유하며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나는 우리가 우울할 때, 조금 우울하다고 드러내서 말할 수 있었으면 해요. 긴 여정인 우리의 삶에서 그런 때란 언제든지 오고 또 언제였나 싶게 사라집니다. 자신을 감추어야 할 정도로 누구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 당신의 깊은 다정함이 당신 스스로에게도 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내가 체감한 당신의 온기는 사월의 햇살만큼이나 온화했으니까요.
누구에게나 그럴 때는 있고 그럴 때는 또 언제였나 싶게 사라지는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며, 나 역시 조금씩 나의 빛과 그림자 모두에게 다정함을 보여주고 나의 밖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나는 십수 년을 불면으로 고통받고, 강박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과 싸우고 있다. 작년부터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강박을 치료해 나가고 있는데 그 과정을 기록하고자 한다. 그리고 아직은 한 떨기 나비의 날갯짓 같은 이 작은 글의 모음집을 <블루 노트>라고 이름 지었다.
블루 노트(blue note)는 재즈 용어로, 재즈나 블루스에서 사용하는 고유의 음계를 일컫는 말이다. 심규선이 소개한 페리윙클 블루라는 색깔처럼 마냥 밝거나 어둡지도 않고 -어떤 한 단어로 명명하기 어려운- 확실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나 자신이기에 마냥 싫어할 수만은 없는 이 오묘함이 블루 노트를 닮았다.
치료를 시작하면서 내가 만난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다. 주위에 드러내세요. 당신이 불안할 때 어떤 점이 불안한지 친구들에게 고백하세요. 그러나 아직도 불안 앞에서 휘청이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 글을 통해 아주 조금씩 나를 드러내고자 한다.
강박과 우울로 괴로워하는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조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