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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Sep 06. 2024

3. 중2병 테라피 - 질풍노도 잠재우기

 유아가 어머니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처럼 청소년도 새로운 목소리에 더 잘 반응한다.

 - 다니엘 에이브람스(미국 스탠퍼드 의대 부교수)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는 지형에게 친구 상영이 쫙 달라붙었다. 상영은 초등학교 때부터 지형의 짝꿍이다. 상영은 최근 발로란트 슈팅 게임에 맛을 들여 거의 매일 PC방을 드나들었다. 오늘도 역시나 지형을 꼬드겨 게임의 세계로 향하고자 했다. 게임하면서 먹는 컵라면처럼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매콤한 떡볶이는 또 어떻고. 생각만 해도 침이 고였다. 오늘도 학원시간까지 한 시간 반이 남아있다. 지형의 어깨를 붙잡으며 PC방이 있는 상가로 이끌었다. 지형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며 시큰둥하며 웃으며 상영에게 물었다.


   “상영아, 너 혹시 중2병 테라피라는 거 들어봤어?”


  상영은 지형의 이상한 반응에 의외란 듯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 친구가 이걸 물을 줄이야 하는 표정으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요새 그게 디게 유행이던데. 우리 작은 이모네 사촌도 나랑 같은 중2인데... 엄마랑 이모랑 서로 통화하면서... 말썽꾸러기 아들이 테라피 뭔가 하면서부터 졸라 조용해졌다고 그러던데.... 그걸 말하는 거 아닌가? 흐흐흐.”


   명주의 동생인 지형은 누나와 엄마의 권유에 의해 한 달 전부터 자신의 핸드폰에 이걸 깔고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앱에서 권하는 대로 하루 두 번씩 15분을 눈을 감고 있던 차였다.


   “응, 그거 맞아... 나도 누나하고 엄마가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하라 그래서... 핸드폰에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듣고 있는데... 이상하기는 하데. 약간 졸리면서도 디게 침착해진다고나 할까. 나 같은 경우는 차분한 음악이 들리면서 마음속에 어떤 영상이 떠올라. 닫힌 창문이 열리면서 안개가 서서히 걷히거든. 그러면서 여명 같은 옅은 빛이 점차로 강해지면서 나를 끌어당기는 푸른 초원이 있어. 그쪽으로 문을 열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어.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어. 나도 거기에서 함께 하고픈 생각이 강해져. 그런 느낌이 들면서 창문 안에 갇혔던 불안감이 사라져. 그 부작용인가 요새 갑자기 라면 맛이 이상해졌어... 하하하”


   상영 또한 지형에게 자신의 아파트 동에 사는 다른 친구들이 갑자기 독서실 근처에서 목격되는 게, 그런 프로그램 때문이 아닌가 하고 의문을 던졌다. 함께 어울려 다니면서 농구와 PC방에서 놀던 친구들이 한두 명씩 보이지 않던 게 최근의 일이었다. 상영은 묘하게 진지해진 지형의 표정을 살피면서 웃음에 맞장구를 쳤다.


   “아니, 그런 게 어딨어? 음악이 들리면서 창문이 열린다고. 히히히. 무슨 자동 창문이겠지. 너를 끌어당긴다고... 창밖 나무에 탕후루라도 걸려있나. 그런데 그게 영상처럼 보인다고... 참 별일이네.”


   “안 믿기지.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앱을 한번 보여줄게. 자, 이거야. 너도 한번 해봐.”


   지형이 상영에게 핸드폰과 이어폰을 내밀며 생각나무앱을 구동시켰다. 연한 녹색의 생각나무 로고가 떠올랐다. 하나의 씨앗이 커다란 나무로 성장하는 이미지를 형상화 한 듯 했다. 그와 동시에 한 문장이 스치듯 지나갔다. ‘고요하되 깊이 생각하라. 자신의 삶이 명예로울 것이다.’ 그 순간, 장난기 가득했던 상영의 두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주문시스템에 버퍼링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번 달 들어 두 번째였다. 메인서버 확장이 절실했다. 중2를 상대로 기획된 상품이 이토록 호평을 받을 줄 미처 몰랐다. 어쩌면 획기적인 상품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다소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을 수도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들 눈에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중2를 정상적으로 만든다는 생각. 그 발상 자체가 이런 대박 결과를 낳았을까. 아무튼 전국에서 주문폭주였다. 특히 중학생 아이들 둔 부모들에게 인기였다. 한 상품당 제품출시 개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더더욱 물리적이고 유형적 제품이 아닌 프로그래밍된 온라인 제품이라 현실적인 제약은 전무했다.


   회사 온라인 판매망 서버를 증설하고 관리 인원을 추가 투입했지만, 수요나 주문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케팅팀에서는 연일 매출 관련 그래프가 수직 상승하고 있어서 환호를 내질렀다. 주문과 동시에 즉시 배송이라 구매자들의 만족도는 최고였다. 일종의 주문형 옵션이 탑재되어 있지만, 성질 급한 부모들은 즉시 배송을 선호했다. 중2병 부모버전까지 세트로 제작된 터라 세트 수요가 많았다. 오히려 부모들의 성화에 중2병 테라피가 더 잘 팔리는 아이러니가 생겼다.


   처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국내 굴지의 홈쇼핑 채널 여러 곳에서 상품 단독판매를 하고자 요청했다. 그러던 차에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국내 굴지의 홈쇼핑 업체인 HS홈쇼핑과 단기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자본주의적 욕망은 늘 돈이 흐르는 광맥을 기막히게 찾아낸다. 가장 잘 나간다는 임원급 MD가 끈질기게 생각나무의 문을 두드렸다. 그들의 눈에도 아이들과 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제품이 대박을 칠 거라는 것이 보였음이 분명했다.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상품코드 “T-3 중2병 테라피”였다. 일명 중2병 질풍노도 잠재우기. 소위 중2병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안정감과 집중력을 줄 수 있게끔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적용대상은 14~16세 청소년이고, 탑재가능 기기는 사용가능한 모든 스마트폰이다. 실제 사용자는 중학생에 한정되지 않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3까지 다양했다.


   홈쇼핑 판매를 위해 미리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했다. 일반 공산품이야 사용법과 외관을 알려주는 정도지만, 생각나무의 상품은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상품도 이미 두 달 전에 지원자를 모집해서 실험을 거쳤고, 의미 있는 결과가 있었다.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구분해서 각각 다른 제품의 이용하였고, 두 달 동안의 피드백을 거쳐 홈쇼핑 광고문구가 완성되었다. 그 문구는 “중2병 아이가 다시 우리집 아이로 돌아오는 마법의 순간을 부모님에게.” 다소 진부해 보이는 문장이었지만, 부모들에게 필이 확 꽂힌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 제품은 처음부터 고질적인 문제이자 부모들의 골칫거리인 중2, 3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오죽하면 중2 아이들 때문에 화병이 난 부모들의 정신심리 상담병원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겠는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포기한 아이들로 인해 어떤 부모들은 이들을 자연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면 집까지 팔겠다는 공언을 했다. 이 제품은 광고가 시작되자마자 폭발적 인기와 주문이 발생했다. 그만큼 집집마다 중2병의 존재가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중2병은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질병 같은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문젯거리도 아니었지만, 질풍노도의 그 시기 자체가 어른들에게는 불안의 대상이 되었다.


   중2병은 원래는 병이라 부르면 안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치료 목적의 씨앗이 아닌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고 충동을 억제해 주는 메커니즘이 필요했다. 억제 메커니즘의 모든 과정은 향수나 블렌딩위스키, 코냑을 만드는 비법과 같았다. 몇 개의 원재료와 적합성을 가진 부재료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모든 제품의 개발과정에 생각나무 창업자인 안대표도 참여했다. 생각 만들기와 생각씨앗 배양에 대한 국내 특허와 국제특허 모두를 가진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품개발은 기획팀의 제안서와 개발계획을 기초로 개발팀에서 전담하지만 기획부터 제품출시까지 전 단계에 걸쳐 안대표도 일반 팀원으로 참여한다. 생각나무만의 독특한 팀 운영방식이었다. 때문에 기획이나 개발회의에서는 누구나 의장이 될 수 있었다. 대표도 팀장도 의사결정권을 갖지 않고 오로지 참여자로만 존재한다.


   <T-3 중2병 테라피>는 처음으로 회의에 참여한 기획팀 신현아 대리의 아이디어다. 자신의 남동생 때문에 홍역을 치렀던 경험을 반영해서 상품화 아이디어를 내본 것이었다. 신대리는 브리핑을 통해서 중학생 동생 때문에 집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아이들의 불안정성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해법을 고민했노라고 말했다.


   제안자가 이 제품이 필요한 이유와 소스코드를 제안하면, 기획부서와 개발부서에서는 생각의 원천에서 섬세한 질문을 통해 그에 필요한 것들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인공지능이자 방대한 지식집적체인 생각의 원천은 현재까지의 거의 모든 분야의 연구 성과와 고전문학, 인문학 관련 지식들이 탑재되어 있다. 안대표가 이 회사를 설립하면서 가장 공들인 프로젝트였다. 좋은 누에에서 질 좋은 명주실이 나오듯이 생각의 씨앗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천이 끊임없이 누에의 성장을 돕는 잠실(蠶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신대리는 대학에서는 철학을, 대학원에서는 심리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등단 시인 출신이다. 생각나무의 두 번째 공채사원으로서 인문학적 소양과 감성을 두루 갖춘 재원이었다. 대학에서 강사생활을 하면서 작가가 되는 게 그의 꿈이었다. 무슨 인연인지 생각나무의 공채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는 뭐에 홀린 듯 지원했다고 한다.


   생각나무 주식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은 크게 세 가지였다. 고전을 포함한 인문학적 능력, 감수성과 공감능력, 컴퓨터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능력. 앞의 두 가지는 개인이 입사 전에 갖추어야 할 전제조건이었고, 세 번째는 입사 후에 교육을 통해 갖추면 되는 것이었다.  


   신대리는 상품 제안 설명에서 중2병의 핵심을 ‘안갯속의 자아’라고 설명했다.


   “중2병에 대해서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를 ‘개인적 우화’라고도 합니다. 불확정적인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고 그 중심을 자기로 두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라고 보는 거죠. 마치 안개가 가득한 날 유리창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잘 보이지 않다 보니 자신의 상상력으로 세상을 단정하고 그것을 우화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들 머릿속의 상상의 세계를 구체화된 세계로 바꿔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안갯속의 상상이 아니라 창밖의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거죠. 세상은 구체적인 무엇이고, 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가치관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이 상품의 핵심입니다.”


   자신에게 모아진 시선을 느끼며 신대리는 자신감을 얻은 듯 말을 이었다.

  

  “아이들을 자신만의 말도 안 되는 동화 속에서 빠져나오게 해야 합니다.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의 마음속 심상 속에서 안개를 사라지게 하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것이 오늘 말씀드리는 이 상품입니다.”


  신대리는 생각의 원천의 도움을 받아 동양고전 중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와 시중에 떠도는 “1234로 갔다고 4321로 돌아오라”는 문구를 조합했다. 또한 클래식 명곡 중에서 뇌파에 안정과 명상할 수 있는 연주곡을 섞었다고 한다. 타이스 명상곡과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 마장조를 조합해서 배경음으로 엮었다.


   이러한 조합은 아이들 마음속을 떠도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최적의 밸런스를 코드화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처럼 되라는 것과 모든 것이 순서가 있고 그대로 따르면 바람직하다는 저 문장이 서로 결합되면서 아이들의 마음속 안개를 걷히게 해 준다는 것이었다. 특히 물은 다른 사물과 서로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만물을 새롭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자존감과 겸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훌륭한 선생이었다. 이 테라피가 적용되면 고요하게 흘러가는 강물과 크게 움직이는 진자의 움직임이 연상되며, 이 작용이 반복되면 불안감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제안 설명을 듣던 이들 중에서 안대표가 손을 들고 조용히 물었다.

  

  “혹시나 이러한 조합이 아이들의 뇌를 숙면상태로 전환시키는 것은 아닌가요? 그렇게 되면 부모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있다고 난리 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신대리님은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 그런 불평이 있을 것 같아 실제 실험을 통해 숙면음악과 차별성을 강화시켰습니다. 단적으로 수면을 불러오는 이유가 음악 자체가 아닌 단조로운 음의 반복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평온함 속에서도 뇌를 자극하는 테마 코드를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명상과 평온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졸음이 찾아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부작용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것이어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단조로운 음파가 반복되지 않도록 설계를 요구했습니다. 충분한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표님.”


   안대표는 신대리의 보완 설명을 듣고, 자신이 생각하는 즉흥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는 치밀함에 박수를 보내며 말했다.


  “훌륭한 제안입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 의대에서 행한 청소년 행동과학연구에서 그 또래의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은 이유를 밝혀냈는데... 그게 청소년들의 뇌는 엄마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연구였거든요. 유아가 엄마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처럼 청소년들도 새롭고 낯선 목소리에 더 잘 반응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새로운 사회적 관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는 사회적 맥락과도 일치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테라피에서 낯설고 새로운 목소리를 들려주어야 합니다.”


   신대리의 제안과 테라피에 대한 설명은 아이디어 회의에서 극찬을 받았다. 안대표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나무의 채용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하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대학교 졸업장을 보기보다는 실제적인 인문학적 소양과 사고능력이 가장 중요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신대리의 아이디어는 곧장 개발팀에서 원천기술을 활용하여 생각나무만의 제품화 단계를 거쳤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이 <중2병 테리피>인 것이다.


   신대리는 제안 설명에 말미에 한마디를 더 보태며 프레젠테이션을 끝냈다.

  

  “제 생각에는 중2라는 특정한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심정도 헤아려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민감하다고 참고 또 참고 하다 보면 부모들만 속병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씀인데요.. 중2 또래의 부모들을 위한 ‘마음 챙김 테라피’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대리의 뜻밖의 여운 있는 제안에 회의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중2 아이들을 위한 상품에 중점을 두지만, 지구를 떠나고 싶은 부모들을 위한 테라피도 있어야 함에 적극 동의한 것이다. 일명 <중2병 테라피 부모버전>이다. 두 개의 상품을 세트로 만들어 론칭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말했다.


  중2병을 위한 제품은 부모들을 위한 제품과 세트로 제작되었다. 생각나무의 원천은 부모들을 위한 콘텐츠에는 탁닛한 스님의 <화>와 <화해>에서 메시지를 추출했다. 또한 칼릴지브란의 <예언자>에서 부모들을 위한 영성의 문장을 빌려왔다. 음악은 평온한 명상의 시간을 가져다주는 바흐와 헨델의 클래식에서 배경음을 권했다. 중2병 아이들 버전과 부모들을 위한 버전은 세트로 판매되며, 생각나무에서 기획한 상품 중 최다 판매액을 기록했다. 말이 중2병이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고등학생을 둔 부모들도 입소문을 듣고 구매에 나섰다.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마케팅팀에서 해외 버전까지 합하면 백만 개 판매도 순조로울 예정이라는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외국의 경우도 십 대들의 질풍노도는 대한민국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란 표현도 미국의 심리학자인 그랜빌 홀의 저서인 <청소년기>에서 비롯된 것 아니던가!

   


   목요일 저녁. 명주는 오늘도 엄마랑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 반찬은 고등어 김치찜과 고구마순과 취나물 등 몇 가지나물이었다. 부추와 버섯을 듬뿍 넣은 매콤한 된장국도 한 그릇 가득이었다. 동생 지형이 그 상품을 이용한 지 한 달째 되어 가면서 눈에 띄게 행동이 달라졌다는 엄마의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장난처럼 여기던 동생이 벌써 한 달이 지나도록 불평불만이 없는 걸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때 그렇지 않았던가. 지형은 스터디카페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명주가 먹기 편하게 고등어 김치찜 속 김치를 쭉 찢으며 말했다.


   “얘, 글쎄, 자기 방도 잘 안 치우는 자식이 청소를 다 하고 말이야, 책상도 가지런히 정리하려고 하고. 아무튼 신통방통해... 벌써 중2가 지나갔나. 호호호... 저번에 니말 듣고 테라핀지 뭔지 그걸 산 게 잘했나 싶어. 지형이랑 같은 학년인 3층에 사는 민지엄마한테도 얘기했거든. 민지는 사춘기가 빨리 와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난리도 아니었잖아. 중1 때는 가출도 두어 번 했고. 이런 게 있으니까 고민하지 말고 한번 해보라고 말해줬거든.... 최근에는 민지가 어른처럼 화장하고 옷차림 때문에 지네 엄마가 얼마나 속을 썩였는지. 민지 때문에 민지엄마가 십 년은 더 늙어 보이더라. 에휴...”


   엄마의 표정에서 민지 엄마의 속 타는 심정이 읽혔다. 명주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김치찜 속 김치와 고등어 속살을 한꺼번에 말아서 먹으며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우리 엄마 김치찜 맛. 매콤한 감동이 찐하게 밀려왔다. 숙주나물에 잘 익은 배추김치랑 함께 먹다 보니 벌써 두 그릇째. 다이어트는 늘 내일부터다.


   “어쩜 엄마 김치찜은 예술이네. 고등어살이랑 궁합도 찰떡이고. 생각해 보니까, 애들이랑 부모도 궁합이 잘 맞으면 좋은데... 사실 그렇지 못하지. 여러 집에서 애들 클 때 엄마 아빠 속 썩이는 거 보면... 야! 이 고등어 실한 거 봐바. 히히”


   “그러게. 부모 입장에서야 애들 클 때 그러려니 하면 되지만. 어떤 집들은 애들하고 부모하고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난리 치고 썰렁하기도 해서. 거기에 비하면 우리 지형이는 양반이지. 호호호.”


   까나리액젓으로 맛을 낸 계란말이, 쪽파 무침과 시금치나물도 밥상을 환하게 했다. 젓가락이 바쁜 저녁이었다. 모녀의 웃음소리가 계속 식탁 주위를 맴돌았다. 평소에도 사이가 좋은 모녀사이가 동생 지형의 태도 변화 때문에 할 얘기가 더 풍부해졌다.


   명주의 머릿속에서도 태도에서도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긴 나도 뭔가 행동이 달라졌는데... 아무튼 신기하긴 해. 처음부터 그런 효과를 100% 믿지는 않았지만, 해보고 나니깐. 시간이 소중하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열정이 생기는 것은 확실해. ’


   최근 명주는 친구들과 인문독서토론 모임을 만들어 책 읽고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몇몇 친구들은 명주의 권유로 생각나무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김 빠지고 무기력한 학교생활에 활력이 생겼고,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진로에 대한 고민도 생각 속에 숨어있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여러모로 집중하고 생각하는 힘이 생겨났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생각하려고 하는 의지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자체가 힘들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무기력했던가! 대학에 들어와서 뭔가 파격적인 변화가 있을 줄 알았더니만. 대학도 친구들도 취업이라는 말을 빼면 할 말이 없었다. 다람쥐처럼 도서관과 강의실을 오가는 수많은 선배들이 있었다. 청년 취업 대란에 너나 할 것 없이 눈빛에는 힘이 없었고 학교생활은 무미건조했다. 생각해 보니, 학교 밖 세상도 햄버거와 콜라, 샌드위치와 커피세트 마냥 다른 선택이 없었다. 대학도 주는 대로 받아먹으라는 전형적인 한국식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공수업시간 교수님들은 앵무새처럼 자신의 지식을 떠들어댔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새로 배우는 학문에 설렘과 동기부여가 없다 보니 학생들의 눈빛은 총기를 잃었고, 수업은 활기가 없었다. 질문이 사라진 교실을 생각해 보라! 그저 일방적으로 말하고 녹음하고 받아쓰는 현장의 연속이었다. 강의실에서 교수님 목소리와 노트북 필기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대학은 학점을 얻어먹기 위한 푸드 코트로 변하고 있었다. 학점을 잘 주는 교수의 강의는 수강신청 몇 초 만에 마감행진을 이어갔다.


   ‘아니, 그렇다면. 대학이 고등학교 교실과 다른 점이 뭐가 있을까?’


   명주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학교의 수업시간과는 다른 대학의 수업이 필요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현실에 살고 있는 거는 아닌가. 대학의 현실이 이렇다는 건 더더욱 예상치 못했다. 그러기에 대학 캠퍼스에 떠도는 청년실업과 취업전쟁의 공포는 학생들로부터 ‘생각’이란 걸 빼앗아가는 갱스터 같았다.


   자신이 이런 의미 있는 각성의 틀을 가지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아침에 빨리 일어날 동기가 생기고, 친구들과 학교생활에서 활기를 얻게 된 것도. 행동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최근 구입한 그 상품이 있었다. 생각나무의 <진로 고민하기>.


   뒤늦게 스터디카페에서 복습을 끝내고 온 지형이 식탁에 앉았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자마자 달려온 지형은 자신의 바지에 물기를 닦았다. 배가 고픈지, 지형은 엄마가 발라주는 고등어에 누나가 얹혀준 김치 한줄기를 척척 받아먹었다. 예전의 지형은 누나와 엄마가 살갑게 대해도 눈꼬리를 치켜올리던 꼬장꼬장한 아이였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엄마는 더럽게 왜 그래, 누나는 누나 밥이나 먹지. 내 인생에 신경 쓰지 마시고!’를 입에 달고 살았던 까칠한 중2였다.


   그러던 아이가 얼마 전부터 가족들의 애정 어린 행동을 잘도 받아들였다. 그동안 잘 먹지 않았던 반찬에도 관심을 가졌다. 눈에 좋다는 시금치나물을 배추김치와 파 무침과 함께 먹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더니 밥통으로 가서 다시 한 그릇을 퍼왔다. 김치찜 국물을 밥그릇에 퍼붓더니 나물 여러 개를 섞고 참기름을 몇 방울 떨구더니 씩씩하게 비비기 시작했다. 엄마와 누나는 짜지 않을까 하는 눈빛을 교환했다. 계란 프라이라도 하나 해줘야 하나. 지형은 크게 입을 벌리더니 마치 먹방 하는 유튜브 주인공처럼 먹기 시작했다. 생기나 활력은 밥맛에도 특효약인가 보다.


   “엄마, 확실히 공부하니까. 배도 빨리 고픈데. 이상하게 햄버거나 편의점 김밥이 땡기는게 아니라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그렇게 먹고 싶어 지네. 키가 더 클라고 그러나. 엄마 우유 좀 주세요!”


   엄마 대신 명주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오고, 가족들은 오늘 하루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반찬 그릇이 비어 가는 만큼 웃음소리가 커져갔다. 웃고 떠드는 중간에 간단한 회식을 끝내고 아빠가 들어왔다. 네 가족은 식탁에서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늦은 저녁시간이어도 과일과 주전부리가 앞에 놓였다. 지형을 빼놓고는 손에 캔 맥주를 하나씩 들었다.  


   중학생이 되기 전 지형은 아빠랑 단짝이었다. 아빠의 껌딱지.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아빠가 움직이면 여지없이 지형이 뒤따라 나섰다. 놀이터와 놀이농산은 물론 동네 뒷산에도 가고, 아빠 골프 연습하는 곳도 따라다니면서 짜장면과 라면을 얻어먹었다. 아빠가 잘하는 김치찌개와 지형이 좋아하는 라면떡볶이를 나눠먹으며 네 가족은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던 지형이 중학생이 되자 부자간의 관계가 냉동실의 얼음처럼 변했다. 갑자기 변한 지형의 모습에 당황한 가족들. 특히 아빠는 아들의 뜻밖의 모습에 적잖은 분노로 대응했다. 그러다 보니 부자간의 관계가 더 악화되었다. 아빠도 회사업무와 갱년기 증상 문제로 고전하고 있던 차였다. 서로의 문제가 관계의 문제를 더 멀리하게끔 만들었다.


   실체 없는 중2병이 가족들에게 외면과 냉담을 선물했다. 평소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가족들이었지만, 불편한 기류가 거실에 계속 머물렀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보이는 공통의 현상이었지만, 각자의 가정에서는 처음이라 대응방식 또한 각각이었다. 지형과 아빠도 근 2년 동안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주말에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 먹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지형이 중2병 테라피를 사용한 지도 벌써 한 달. 집 나간 줄 알았던 대화와 웃음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다. 마침 내일이 금요일이어서 가족들은 좀 더 기분을 내보기로 했다. 엄마는 과일을 더 깎고 명주는 최근 유행하는 하이볼을 만들었다. 진토닉으로 유명한 런던 드라이진을 베이스로 했다.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진 45㎖와 레몬즙을 넣고 그 위에 토닉워터를 넣었다. 중딩을 위해 알콜 없이 레몬즙 100%인 레몬토닉 하이볼을 특별히 제조했다. 술에 취미가 없는 엄마마저 명주의 하이볼에 엄지를 곧게 세웠다. 술과 요깃거리에 대화도 혈색이 돌 듯 살아 움직였다.


   최근 공부에 재미를 붙인 지형은 다시 자신의 장래희망 얘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지형이 초등학생 때에는 네 개의 희망이 있었다. 외교관과 요리사, 웹툰 작가와 작사가. 이들 간에 특별한 상관성은 없었고, 여느 아이들처럼 자고 나면 변하기 마련인 꿈들이었다.


   “아빠, 다시 공부를 시작하니까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는 말이 이해가 가. 게임만 하다가 학원시간에 쫓기면서 공부할 때는 왜 이런 걸 해야 하나. 두 달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마음속에서 동기가 생겨서 다시 학원에 다녀볼까 생각인중인데...”


   아빠는 지형의 변화에 흐뭇하게 웃었다. 레몬 슬라이스가 들어간 하이볼 전용 잔으로 가족 모두가 건배를 했다. 최근에 마련한 얼음통으로 더 단단한 돌얼음을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얼음은 쉽게 녹지 않아 하이볼에 적격이었다. 컵 밖으로 찬이슬이 맺히면서 청량미를 훨씬 높여줬다. 아빠가 과일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래, 학원도 본인이 원할 때 활용하면 훨씬 효용가치가 크겠지. 너무 힘들게 이거 저거 다 학원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보충이 필요하거나 이해가 어려운 과목 위주로 듣는 것도 좋겠는데....”


   옆에서 아빠와 동생의 얘기를 듣고 있던 명주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지. 요새는 인강도 잘되어 있고... 굳이 선행할 필요 아니면 복습을 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 힘도 덜 들고. 사실 학원 왔다 갔다 하면서 학원 숙제하는 것도 큰 고생이잖아. 그렇게 죽어라 하니 성적이 오르는 건 당연한데... 막상 모두에게 그런 행운은 따라주질 않잖아.”


   레몬토닉이 맛있는지 지형은 연신 쩝쩝거리면서 마시고 있었다. 누나가 피로해소에 좋은 꿀도 몇 방울 떨어뜨린 게 새콤달콤의 전형적인 맛을 보여주었다. 아빠도 끝까지 한잔을 다 비웠다.


   “우리 공주님이 만들어준 거라 그런지 밖에서 마신 것보다 몇 배 더 맛있는데... 같은 걸로 한잔 더 만들어줄 수 있지! 그리고 아빠는 내일 하루 휴가야. 엄마랑 가까운 곳에 나들이 겸 다녀올까 해서...”


   “오, 그럼요! 같은 진 베이스로 뚝딱 만들어 오겠습니당.... 아니, 위스키로 할까요. 좀 더 색다른 맛으로.”


   엄마는 가족들의 수다를 들으며 부족한 게 있는지 살폈다. 아빠는 새로운 하이볼을 기다리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 지형이가 벌써 철이 들었나... 허허허. 스스로 공부도 다 한다 그러고. 얼마 전만 해도 학원 다니기 싫다고 투정만 부리더니 말이야.”


   “명주가 저번에 추천한 중2병 테라핀가 그거 하더니 행동이 많이 바뀐 거 같아요. 철들 때가 된 건지 아니면 그런 제품이 특별한 효력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지형이 변화를 보면 신통하기는 해요. 하하하”


   “아! 그런 게 있었던가? 세상 많이 좋아졌네. 사람의 생각이나 태도도 만들어주고... 예전에는 사랑의 매니 부모들 꾸지람으로 많이들 지나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아이들은 말도 잘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이나 부모님 말씀은 거역도 반항도 못하고 살았잖아. 그렇지? 명주 엄마...”


   “그랬었죠. 우리가 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지금 같으면 간섭이나 통제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가득 차 있을 때죠. 그래도 그 당시 아이들은 크게 불만 없이 사춘기나 학창 시절은 잘 지나온 거 같아요. 당신도 그랬죠?”


   부모님의 도란도란 대화를 듣고 있던 지형은 자신을 향한 칭찬이 어색한지 주방 식탁에서 하이볼을 만들고 있는 누나에게로 향했다. 지형과 명주는 나이터울이 제법 많아 지형은 어릴 적부터 누나를 잘 따랐다. 문방구에 가거나 놀이터에 갈 때도 꼭 누나를 대동했고, 밥 먹을 때나 잠잘 때도 누나 옆에서 응석을 부리곤 했다. 그러던 지형이 중학생이 되면서 누나와의 관계가 적잖이 소홀해지기는 했다. 식탁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며 누나에게 물었다.


   “와, 누나는 이런 것도 만들 줄 알고. 역시나 대학생이 좋긴 한가 봐... 대학에 가니까 뭐가 좋아?”


   명주가 레몬즙을 만들며 바라보니, 지형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누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도 다양한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귀찮을 정도로 묻고 질문했다. 동생의 귀환이 반가웠는지 명주는 최근 자신의 변화까지 시시콜콜 얘기하기 시작했다. 남매가 식탁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거실까지 흘러나왔다. 부부는 서로 눈을 맞추며 슬며시 웃었다. 이런 게 가족 아니냐는 표정으로. 엄마도 발그레한 얼굴로 남편을 바라봤다.


   “지형이 친구 있잖아요.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던...  그 친구네는 중2 테라피 부모버전까지 세트로 구입해서 그 집 엄마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잠도 잘 오고 해서 열불 나던 갱년기 증상이 사라졌다고 하잖아요.... 호호호. 우리도 한번 부모 버전인가 그것도 구입해서 써볼까요? 당신도 요즘 피곤하고 짜증도 많이 나고 그런다고 했잖아요.”


   “허허허. 그러니까. 요새 우리 친구들도 갱년기 증상도 그렇고 사회생활도 그렇고 여러모로 힘들어들 하더라고. 이런저런 약도 먹고 병원에 가서도 별 신통찮은 거 같기도 하고. 운동도 많이 하는데도 활력이 없다는 친구도 여럿이던데... 그런 좋은 게 있으면 친구들한테도 얘기해 줄까?”


   “다들 나이는 못 속이는가 봐요. 친구들도 몸에 열나고, 괜시리 화도 나고, 시도 때도 없이 땀도 난다고 난리네요. 그러다 보니 가족들 간 관계도 소원해지고. 부부관계도 그렇고. 참... 뭐 이런 증상을 예방해 주거나 완화해 주는 테라피 같은 거는 없을까요... 호호호.”


   부부가 자신들의 대화에 빠져있을 때 명주 남매가 쟁반 가득 술과 먹을거리를 들고 나왔다. 가족들은 다시 이야기 삼매경으로 빠져들었다.


   "엄마 아빠, 우리 가족여행이나 가볼까요?" 명주가 시원스레 내뱉은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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