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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shion MD Jerry Jul 28. 2022

13. MD와 "AI"

AI에게 대체되지 않으려면?

 2016년 상반기에 세기의 관심을 받은 이벤트가 있었다.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이라고 구글의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인간 최고의 실력자인 이세돌 기사와의 바둑 대결이었다. 당시에 엄청난 관심을 받았기에, 경기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생중계될 정도였고, 유튜브로 10만 뷰가 넘었다. 방송국 최고 시청률 역시 10.87%에 가까웠다. 최근 야구 한국시리즈도 나오기 힘든 시청률을 위의 이벤트가 가볍게 뛰어넘은 것이다. (최근 21년 한국시리즈 시청률은 최저 4.4%, 최고 6.4%였다.) 대국 전에 인간 대표(?)였던 이세돌 기사는 승부를 4승 1패 또는 5승으로 본인이 이길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승부는 모두가 알다시피 압도적인 알파고인 4승 1패 완승이었다. 승리를 자신하던 이세돌 기사는 고개를 숙였고, 경기 내내 초조하였으며 평소와 다른 긴장감을 보였다. 그리고 2차전 패배 후 "한순간도 앞섰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며 상대를 인정하였다.

 

 어느덧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고난도의 정신노동까지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곧 다가올 현이라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던졌다. 대국이 끝나고, AI에 대한 수많은 가설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중에서 AI는 수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엄청나게 돌았다. 그러던 중, 필자가 다니던 회사 역시 MD 중 일부를 AI로 대체하는 프로세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상품의 사이즈 비중을 기존에는 MD가 결정했었는데, 버튼만 누르면 AI가 몇 년간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평균을 내서 제안해주는 시스템을 고려중이라는 이야기부터 멀리는 MD의 고유권한이 전체 수량 결정도 결정할 거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필자의 기억에는 MD라는 직업의 안정성에 대해 처음으로 불안감을 느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 실제 AI 사이즈 제안 프로그램이 나왔다. 긴장을 잔뜩 하고 이래저래 테스트를 해보았다. 몇 분 뒤 아직까지는 AI가 기준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없고 주어진 기준을 맞게끔 세팅을 한다는 걸 느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이 역시 그들이 판단할 수 있어서 MD라는 직업이 없어지지 않을까?


□ 시스템이 만들어 온 변화


 여러 가지 AI를 사용하다 보면, 의사결정의 판단 기준은 모든 데이터의 평균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지내면서 들어왔던 말 중에 중간만 해라거나 하던 대로 하자라고 하던 멘트들은 어느덧 가장 위험한 멘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실제로 패션업계에서 평균 데이터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에 축소된 업무들도 있었다.


 2011년 회사를 입사한 뒤, 직군을 배정받았다. 당시에 인사 철학이 현장부터 알아야 한다라는 기준이 있었기에 많은 인원들이 영업으로 배정을 받았다. 그렇게 영업에 배정을 받은 뒤 세부 직무를 받았는데, 거기서 영업과 물동으로 나눠졌다. 영업은 대충 알 것 같은데 물동? 물동 업무는 한자 그대로 "물건의 이동"을 담당하는 업무로, 시즌초 현장 판매 역량 기준으로 상품을 나누어 내보내고 판매분에 대해 매주 채워주는 일을 했다. 그리고 시즌이 지나감에 따라서 매장 간의 재고 편차가 발생하면 판매 데이터에 기준해서 로테이션을 돌려 판매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업무를 하였다. 현장 입장에서 판매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재고였기 때문에, 물동 담당자라고 하면 현장에서의 엄청난 지지와 함께 파워를 의미했다. 최근에는 이름을 바꿔 PA(Product Assistant)라고 한다. 주 단위로 다양한 상품들이 엄청난 양이 팔려나가기 때문에, 매주 월요일 출근하는 물동 담당들은 거의 야근이 필수적이었던 것 같다. 더불어 주말 판매를 한 현장에서의 요청으로 전화벨이 끊이지 않았다. 월요일마다 많은 현장의 특수성과 상품의 재고를 맞춰야 하기에 물동들의 엑셀 실력은 정말 화려했다. 거의 피아노 치듯이 엑셀표를 만들어서 매장별 재고를 재출고 또는 로테이션 돌리는 모습은 월요일 패션회사 영업부서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재고가 판매에 큰 영향을 주다 보니, 브랜드 팀장은 월요일마다 물동 담당자들을 통해 현장 상황을 듣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 역시 필수였다. 브랜드가 크면 클수록 물동 인원들은 많았는데, 많을 경우 3명에서 보통은 2명의 인원들이 브랜드를 맡아서 담당하였다. 그들의 업무는 상품의 이동 효율이 좋아 판매 실기를 줄여 재고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시스템으로 적정재고라는 제도(현장의 판매 능력에 맞게 재고량을 설정하는 제도)가 도입이 되었다. 즉, 판매가 되어 적정재고 기준보다 수량이 부족하게 되면 물류센터에서 자동으로 감지해서 현장에 출고하는 기능이다. 말 그대로 월요일 업무 중 다수를 시스템이 대체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한 브랜드 물동 담당들이 3명씩 하는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고 평균적으로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스템의 기준을 점검하고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는 지를 감독하거나, 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업무들은 직접 하는 것으로 직무의 롤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월요일에 정신없이 엑셀을 가공하고 있는 물동들의 모습들은 과거의 기억이 되어 버렸다.


 MD들의 역할에도 많은 변화들이 발생했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사이즈 RATIO를 AI가 대신 정해준다거나, 매년 출시되는 Carry-Over 상품(디자인의 큰 변화 없이 매년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Basic 상품 또는 브랜드 Power 아이템)에 대한 수량에 대해 가이드를 주는 등 갈수록 시스템 또는 AI의 역할들이 확대되고 있다. 헤리티지가 깊은 브랜드일수록 판매 데이터가 축적되고 고객들이 인지하는 패턴이 확고하게 되어,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즈 같은 경우는 기존 데이터의 평균을 가져올 경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부문이다. 아무래도 패션업을 하다 보면, 큰 이슈 중 하나가 휴먼에러에 따른 미스라든지 오류가 매년 발생하게 된다. 필자도 초장기 MD때 사이즈를 잘못 KEY-IN 해서 상당히 비정상적인 사이즈 재고를 가진 경험도 있다. 부끄럽지만, L가 기본인데 M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발주해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MD들의 역할 중 하나였던 코디 추천 역시 최근 AI가 대신하고 있다. 특정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여, 쇼핑 중 같이 코디하며 좋은 스타일을 추천한다. 또한, 데이터가 부족할 경우 다른 고객들의 구매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함께 구매하면 좋을 스타일을 같이 추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AI가 추천한 스타일의 구매 전환율을 보고 조건을 바꿔가면서 최적을 찾아갈 수 있다. 생각해보면, 예전의 고객 데이터를 추출해서 기준을 찾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돌리는 번거로움이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고객 데이터를 돌릴 때는 엑셀로 엔터 쳐놓고 내려가서 커피 한잔 사 오면 딱 끝난다는 농담도 주고 받았다. 그만큼 데이터량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방대했던 것이다.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업무의 효율성 강화 및 있을 수 있는 휴먼 에러들을 줄여 경영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에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지속하게 이어지고 있다.


□ AI가 대체할 수 없는 MD란?


 AI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량적인 수치로 전환할 수 있는 경우에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주변을 보면, 잘한다는 MD들은 여러 가지 논리와 철학들이 있다. 무언가 평균적인 행동보다는 남다른 결정으로 다른 퍼포먼스를 만들어낸다. 흔히들 이런 MD를 두고 "감 있다", "감도 있다", "감각 있다" 등 다양한 표현을 쓴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바로 감(感 : 느낄 감)이다. 말 그대로 측정될 수 없는 정성적인 부분인 것이다. 정성적인 부분은 결국 상대방이 판단하는 것이기에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정성적인 부분을 잘 정리해놓은 곳이 바로 헤드헌팅 시장이다. MD직군에 대해 인원을 구하는 경우, 보통 자격 요건과 주요 업무를 잘 기재해둔다. (물론 연봉 수준도) 헤드헌터들이 찾는 MD들의 주요 업무를 보면, 그들이 찾는 "감 있는", "감도 있는", "감각 있는" MD에게 바라는 것이 잘 나타나 있다.


 ① 상품 발주, 수익관리, 재고관리

 ② 트렌드 분석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③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 능력


 먼저 ①번의 경우, 정량적인 행동에 기인한다. 그리고 "관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결과론적인 목표에 가깝다. 그래서 ①번의 경우, 기본적인 수준의 접근법에 가깝다고 보인다. 하지만, ②번과 ③번으로 들어가는 순간 복잡해진다. 트렌드 분석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 능력? 이런 걸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 글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필자도 외부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면접할 때 ①번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다. 간단한 자기소개도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대다수의 시간은 사회에서의 경험을 물으며,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경험, 실제 업무 시 특별한 경력 등 차별화된 포인트에 대해서 두 번 세 번 파고 들어와서 질문을 한다. 결과적으로 면접을 통해서 역량을 판단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바로 이러한 부분들이 정성적인 부분으로 상대방, 즉 고용주가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단어들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 트렌드 분석 능력 : Sight → Insight


  트렌드 분석 능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 같은 시점에 같은 공간을 보더라도 바라보는 이에 따라서 해석하는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강남을 지나다 보면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를 지나갈 일이 많다. 얼마 전(22년 7월 더운 여름이다.)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를 지나는데, "Runners Helping Runners"라는 슬로건을 가진 캠페인이 한참이었다. 큰 캠페인 아래 다채로운 플레이를 하는 나이키 이번에는 러닝 관련 캠페인이구나 하고 지나가게 된다면, 아마도 "Sight"한 것이다. 본 것이기에 의미보다는 휘발성 기억으로 남겨진다. 후에 누군가 나이키 캠페인을 봤냐고 물으면, "아~ 봤는데, 그그그그,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보긴 봤어."라고 하는 경우는 휘발성 기억인 것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호기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행위가 상당히 많다. 우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구글에서 캠페인을 찾아보는 "검색형 참여"만 해도 차이가 발생한다. 아, 가수 잔나비 최정훈과 마라톤 선수인 안슬기의 런태기(러닝 권태기)에 빠진 러너들의 고민상담을 듣고 응원하는 영상을 발견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마라톤 선수인 안슬기 선수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슬로건의 목표는 22년 러너스 페스티벌로 이어진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된다. 이 러너스 페스티벌의 참여 자격은 나이키와 러닝을 사랑하는 러너이다. 약간의 호기심으로 시작한 검색은 소비자 체험형 마케팅에 대한 정보로 이어지고, 브랜드가 고객의 참여를 위해서 얼마나 고민하고 행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금의 "Insight"를 얻게 된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서 내가 러너라면, 직접 지원하는 "체험형 참여"를 할 때 공감할 수 있는 "Insight"를 얻게 된다. 우선 뛰지 않는다면 러너들이 왜 "런태기"가 오는지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 조금 뛰어보면, 영상에 나오는 3가지 질문에 대해 훨씬 몸으로 와닿는다.


 "러닝이 지루해졌어요. 런태기는 어떻게 극복하죠?"

 "스스로 한 다짐이 부담돼요. 이럴 땐 어떡하죠."

 "비가 오거나 밤에 달릴 때 주의해야 할 게 있나요?"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안슬기 선수의 조언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덧 캠페인의 일원이 되고, 한 콘텐츠의 모든 프로세스에 참여하고 몸으로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참여에 대한 경험이 곧 큰 "Insight"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홀로 뛰는 러너들이 NRC나 여러 크루들에 가서 뛰면, 지금껏 알던 지루한 러닝이 아니라 이제는 같이 뛰며 즐기는 힙한 러닝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러너들 사이에서 서로 간의 느낌과 체험을 공유하게 되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 왜 이들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추천과 체험을 중시하는지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만약 강남에 걸려있는 슬로건만 보고 지나갔다면(Sight), 절대 공감할 수 없는 배움(Insight)인 것이다. 특히나 자신의 분야에 관련 캠페인이나 이벤트들이 있어 참여해 본다면 자신의 분야 트렌드를 몸소 체험하며 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커뮤니케이션 능력 : 갈등 관리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MD 뿐만 아니라, 모든 직무에 있어서 중요한 능력이다. 딱 특출 나게 MD만 필요한 능력이 아닐뿐더러, 이제는 기본적으로 중시되는 추세다. 전반적인 브랜드 업무를 보는 MD 역시 아무래도 많은 유관부서 담당자들과 업무가 많아 커뮤니케이션이 많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유관부서의 목적이 같을 때도 있지만, 상충되는 경우도 많아 크고 작은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는 마음에 드는 원단으로 상품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고, 소싱의 입장에서는 원가율이 있어 부담이 된다. 사실 MD는 두 가지 모두가 소중한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에 드는 원단은 그만큼 가치가 높아서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고 이럴 경우에는 분명한 입장 차이가 발생한다. MD는 중간에서 조율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갈등의 사이에서 상당히 피곤하고 피하고 싶을 때가 많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디자이너는 이 원단을 사용하기까지 본인의 풀어온 스토리가 분명 존재하고, MR은 이 원단을 사용할 수 없는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어찌 보면 스토리와 기준의 대립일 수 있다.

 사회학자인 찰스 호튼 쿨리(Charles Horton Cooley)가 커뮤니케이션을 가리켜 '인간관계가 존재하고 발전하게 되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과정(process)'이라는 것이다. 정지된 하나의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진행되며 나와 상대방이 상호 연결되는 일련의 행위라는 점이다. 그러기에 위의 상황처럼 디자이너와 MR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주장하고 있기에 입장 차이가 좁혀지기 힘든 것이다. 당연히 시간의 경과와 관련 있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속성을 함께 지닌다. 어려운 이야기로 길게 이야기했지만, 다들 사유와 기준이 있어서 조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MD가 의사결정을 조율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러 가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언어적인 갈등을 수치화 또는 시각화, 불필요한 요소 제거, 대화 방법 등이 있다. 우선 말로 주고받다 보니, 서로 간의 대화가 비 정확한 상태에서 주고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원가율이 좋지 않다라거나 원단이 비싸다는 단어는 모두 비 정확하다. 원가율을 수치로 목표가 32%인데 35%가 예상돼서 사용하기 어렵다거나, 원단 가격이 야드당 1만 원인데 우리 브랜드 평균 원단 가격이 8천 원이다 등 단어를 수치화로 조정해서 서로 간의 대화에 정확성을 줘야 한다. 그래서 수치적으로 어디까지 허용이 가능한지 범위를 지정해주는 것이 좋다. 원가율 목표가 32%인데 35%는 불가하지만 33%까지는 가능하다는 식의 수치적 중재가 가능한 것이다.

 또, 커뮤니케이션 중 있을 수 있는 감정적 불편함이나, 조직 압박 등 불필요한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원단에 대해 디자이너의 리더인 실장님의 선호도가 반영되어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원가율에 소싱 팀장님의 높아진 원가 목표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 밖이 요소들은 제거하고 갈등의 근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요소들이 계속적으로 영향을 준다면 직접 해결을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필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자에게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는데, 이럴 경우 피드백은 빠르나 결과는 장담할 수는 없다는 리스크도 있다. 중요도에 따라서 빠른 의사결정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화 방법인데, 메신저/메일/SNS 등 간접적인 대화가 보편화하다 보니 문체 등에서 의도하지 않게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아무래도 표현이 건조해지다 보니, 오해를 많이 불러일으킨다. 문학에서도 건조체/우유체로 나눠지는데 보통 업무로 엮이면 건조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작은 오해가 큰 오해가 될 수 있기에 그런 것이 센싱되면 바로 대면 미팅을 주선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다보면 생각보다 빨리 풀리기도 한다. 편안한 장소나 음악 등을 통해서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음성이 주는 편안함이 상대방의 불편함을 분명 풀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 능력 : 콜라보레이션 유치


 최근 산업 간 콜라보레이션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패션 브랜드인 와릿이즌과 맥주 테라가 옷을 만들어 내고, 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과 슈즈 올버즈가 스니커즈를 만들어내는 등 장르를 넘어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들이 이슈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컨버스 X 디스이즈네버댓, 몽블랑 X 메종키츠네 등 패션 브랜드 간의 콜라보레이션은 이제는 필수가 되었다. 아무래도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간의 강점을 바탕으로 작업하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시너지가 난다. 이 말은 서로 간의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좀 더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의 콜라보레이션은 경영진이나 팀장급에서 결정될 때도 많지만, 신규 브랜드의 경우 담당자들이 발굴해서 추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물론 유명 브랜드라면 상대편에서 먼저 제의가 와서 검토를 하면 되지만, 반대 입장이라면 스스로 요청하거나 신규 브랜드 또는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협업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상대의 인지도가 높을수록 효과가 좋은 반면에 콜라보레이션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항상 만들어낼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 브랜드가 어느 정도 인지도가 넘는다면, 신규 브랜드를 발굴해서 협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가 러닝슈즈 브랜드를 할 당시, 펄핏(PERFITT)이라는 스타트업과 미팅을 하게 되었다. 펄핏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발의 크기를 측정하고 신발 사이즈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었다. 그리고 신발 사이즈에서 더 나아가 고객에게 완벽한 핏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발 모양과 브랜드별, 모델별로 각기 다르게 생산되는 신발 내측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개인에 맞게 연결해주는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러닝슈즈 브랜드 담당으로써 고객에게 딱 맞는 신발을 제공하는 고민에 있던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었다. 그래서 계약을 체결하고 모든 매장에서 펄핏 기기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매장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에게 사용 가이드를 드리고 교육을 진행하였다. 그렇게 모든 세팅이 끝난 후 고객들에게 릴리즈하였다. 매장에 들어온 고객은 펄핏을 통해서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제안받고, 그 신발을 신고 매장에 있는 러닝머신에서 체험하는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었다. 처음 AI로 신발을 제안받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색다르고 신뢰도가 생기는 체험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핏을 통해 신발을 제안받고 구매하신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 반품률이 줄고 재구매율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렇듯, 어느덧 MD는 상품 기획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부족한 역량을 캐치해서 외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채워나가고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확대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콜라보레이션은 MD들에게 성장을 선물해준다. 외부 브랜드와의 컨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합성을 증명해내고, 리스크를 발견하고 덜어내비즈니스를 확대하다 보면, 어느덧 담당 MD에서 BM(브랜드 매니저)로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 AI가 제일 좋아하는 것 : 평균, 중간을 추구하는 국룰


 평소에 TV를 잘 보지 않는 필자인데, 퇴근 후 우연히 "어쩌다 어른2" 프로에서 송길영 부사장이 "그냥 늙지 마라"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빅데이터로 들여다본 코로나 전후 한국 트렌드의 모습에 대해서 강연해주셨는데, 너무나도 인상이 깊었다. 그중에서 AI에 대체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언급을 했는데, 아래와 같이 말했다.


  "무엇보다 평균, 중간을 추구한다는 국룰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서글프게도 중간의 인간은 대체됩니다. AI는 중간을 학습해요.

   그런데 우리 인간이 지금 중간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도 반성하게 만드는 팩트였다. MD 일을 하다 보면, 전년 대비가 항상 따라온다. 전년만큼만 하면 사실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와 싸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한다. 과거가 모이면 평균이 되기에 돌아보면 필자 역시 AI에게 대체될 운명이었다. 마지막 AI에게 대체되지 않을 MD의 모습을 송길영 부사장이 정리해주었기에 공유한다.


 '깊게 생각하여 자신이 할 일을 정하고 그 일을 진정성 있게 진행하여,

  누구에게도 대체되지 않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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