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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달 Jun 15. 2022

그럼 나는 누가 위로해줘요?

시한부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 <9> 바로 여러분

 오늘은 우리 집 둘째. '누룽지'(이하 '룽이')라는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루비 말고 룽이를 소재로 글을 써보고자 했을 때, 나가수에서 임재범이 부른 '여러분'이 생각나서 제목을 저렇게 지어봤어요. 아픔과 싸우고 있는 루비의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함께 사는 룽이는 어떤 기분일까 해서요. 저는 아직 자녀가 없어서 잘 모르지만 두 자녀 이상을 키우는 집에서 느끼는 감정이 아마도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물론 동생이 있어 형제의 기분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요~


 이전 글에서도 살짝 이야기했지만 룽이는 방울이를 떠나보낸 해 마지막에 데리고 왔어요. 10년 넘게 함께 지내던 동반자를 떠나보내고 심심해하는? 루비를 위해. 그리고 루비 마저 떠나면 너무나도 힘들 것 같다는 집사람의 작은 희망으로 12월 마지막 주에 룽이는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하루 종일 잠만 자요.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저는 어린 강아지. 그러니까 강아지의 신생아? 시절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어요. 뭐가 그리도 새롭고 신기한지 보는 것마다 물어뜯고 올라가 보고 뽈뽈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게 정말 귀엽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습니다. 이 조그만 것을 내가 어떻게 케어해야할까. 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 그래도 어찌저찌 다 됩니다. 모르면 찾아보고 물어보고 겪어보고. 그렇게 키우는 건가 봅니다. 재밌는 것은 어린 강아지는 아직 골격이 다 형성되지 않아서 그리고 성장기이기 때문에 정말 잠을 많이 깊게 자더라고요. 사람처럼 누워서 자는 모습은 이때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힙하게 잡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정말 짧아요. 눈 뜨고 일어나면 다음날 훌쩍 자라 있는 모습. 말 그대로 폭풍성장! 6개월이면 어느 정도 다 자라서 더 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거예요. 


성견 두 마리를 키우는 것과 성견 하나에 성장기 친구를 키우는 것은 완전 다른 느낌이었어요. 서로의 텐션도 무척이나 다르고 먹이는 것도 다르고 따로 다른 두 마리를 케어하는 것은 전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자라나는 룽이. 신생아-성장기-성년기

 사실 룽이에게는 100%의 사랑을 다 줬다고는 말할 수 없네요. 아픈 루비 때문에요. 집에 돌아온 어느 날, 흥분이 멈추지 않아 다리가 풀려 풀썩 쓰러지는 루비. 당황하는 나 그리고 어리둥절하는 룽이. 모든 신경은 루비를 향해 쏠려있고 예민해진 상황에서 룽이의 치근덕거림은 짐처럼 느껴질 때도 솔직히 있었어요. 그리고 급하게 병원을 가게 되어도 크게 신경 써주지 못한 채 서둘러 두고 집을 나서는 날도 많았고요. 그렇게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는 동안 룽이는 집에서 '주변인'처럼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룽이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돌아서면 그 순간들에 항상 미안해요.

 성장기의 룽이의 텐션과 노견인 루비의 텐션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산책도 나가기 힘든 겨울, 룽이를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룽이가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면 그것도 스트레스니까요. 그래서 작년 초부터 룽이는 일주일에 두세 번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과 놀고 와요. 6개월이 되기 전 사회화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루비로 인해 아무래도 외출이 드물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자극과 환경을 경험해봤으면 하는 것도 있고 해서요.

 루비를 위해 화식을 지어줄 때 룽이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먹고 싶어 해요. 심장 건강을 위한 보조제. 심지어 약을 줄 때에도 항상 옆에서 기웃기웃거려요. 자기한테 뭐 떨어지는 거 없나 하고요. 하루 3번 이상 자기한테는 안 주고 옆에 루비 형에게만 뭔갈 주는 것 같으니 답답하지 않았겠어요? 마음 같아선 항상 뭔가를 줄 때 똑같이 주고 싶고 산책도 같이 나가고 싶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둘이서 시체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룽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가끔 기분이 좋은 날 루비랑 놀자고 치근덕거리기도 해요. 신기하게도 루비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치근덕거리지 않아요. 루비가 살만하다?라고 생각하면 장난을 먼저 거는 똘똘한 친구예요. 유치원도 잘 다니고 먹는 것도 잘 먹고 산책도 자주 나가요. 우리 집 귀여운 막내 룽이. 루비한테 주는 사랑만큼, 루비가 많이 아플 때 신경을 못 써줬던 만큼 그리고 루비와 함께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룽이에게는 후회 없이 해주고자 해요.

귀여운 룽이 보여드리고 싶어서 글을 적었습니다. 진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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