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 <1> 나의 루비를 소개합니다.
들어가며
2020년 11월
용인으로 산책을 가는 도중 애견 운동장 앞에서 루비가 갑자기 쓰러졌다. 정신은 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 몸의 근육이 풀렸는지 소변이 나온다. 당황한 나와 집사람이 일으켜보지만 힘이 없이 이내 다시 주저 앉는다. 1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 마치 1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러기를 잠시. 다시 정신과 힘이 돌아온 루비는 천천히 일어서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신코프(syncope) '졸도, 기절'과의 첫 만남이었다.
반려견 운동장에서 잠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루비 본인도 놀랬는지 운동장에서 활발하지 않다. 산책 같지 않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다음날 동물병원을 찾았다.
'심장비대증', 단어 그대로 심장이 커지는 증상이다. 대부분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데 그 시기는 강아지마다 틀리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완치는 없다. 이제 얼마나 오랫동안 진행을 막느냐의 문제였다. 관리만 잘 해주면 천수?? 를 누리고 갈 수도 있다고 한다. 아직 심한 시기는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약으로 심장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2주치의 약을 받아왔다. 매일 아침저녁마다 반복되는 약과의 전쟁의 시작이었다.
2020년 12월
날씨도 많이 쌀쌀해 지고 루비의 기침도 늘었다. 단순히 감기 같았던 이 기침은 심장이 커지며 내부 장기, 특히나 기도 쪽을 압박함으로서 발생하는 일종의 기관지 협착증이라고 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는 기침으로 인해 우리는 무척이나 예민해졌다. 일교차가 심한 새벽에 특히나 잦아지는 기침은 우리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출근 전에 꼭 약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정신없는 출퇴근을 했다. 작년 이맘때쯤 무지개 다리를 건너 강아지별로 떠난 방울이 생각으로 더욱 조심스러웠다. 보통 겨울에 떠나는 노인분들도 많지 않은가.
최대한 편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일러를 항상 가동하는 것은 물론 습도조절을 위한 가습기, 실내 습도계까지 구매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온도도 온도지만 습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는 병이 점점 진행되고 있던 올해 여름에 여지없이 느낄 수 있었다.
심장에 좋은 음식, 영양제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심장에 좋은 음식 = 심장에 부하를 주지 않는 것들이다. 심장은 형성되고 나서 뛰는 횟수가 어느정도 정해져있다고 한다. 그럼 심장에 부하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심장을 덜 뛰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몸에 흐르는 혈류량, 액체의 양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렇기에 심장 관리에는 이뇨제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체액을 줄임으로서 심장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뇨제로 인해서 많은 양의 소변을 보게 될 경우, 그만큼 물의 재섭취도 중요하다. 순환이다. 나간만큼 물을 마셔주고 다시 배출해야 한다. 어째보면 간단한 원리이긴 한데 어느 한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몸에 바로 반응이 나타난다.
루비 마저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된다면 상실감이 지나치게 클 것을 생각하여, 집사람은 결국 새로운 가족을 데리고 오게 된다. 평생을 같이 살아온 방울이가 20년 초에 먼저 떠나고 홀로 지낸 것도 안타까웠고,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작은 친구와 함께 있으면 그래도 루비가 덜 외롭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누룽지'는 우리 집의 막내가 되었다. '누룽지'의 이야기는 따로 시간을 내서 글을 써 볼 생각이다.
그래도 루비의 증상은 심장비대증의 초기인 탓에 크게 무리는 없었다. 날도 추워져서 마침 산책을 나가기에도 어려웠고 가끔 하는 기침은 약을 통해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루비와 막내는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게 되었고 2020년은 그렇게 행복하게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