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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달 Aug 02. 2022

나름의 선물을 하는 방법

선물하는 것도 알고 보면 재밌습니다.

 반년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재미있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예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제 생일에 이 선물을 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어요. 헤어지는 길, 지하철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무심한 듯 건네주는 선물. 브랜드가 프린팅 되어 있는 쇼핑백을 보자마자 슬며시 웃음부터 나왔습니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네.' 


 받자마자 그 친구에게도 말했어요. 네가 이 걸 줄 것 같았다고요. 다시금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는 친구의 대답에


그냥 그럴 것 같았어.


 라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이래요. 작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말을 꺼냈을 때,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거든요. 그 잠깐의 순간에 느껴진 '뭔가'가 마음에 남아있었나 봅니다. 생일을 예쁘게 챙겨주는 친구라서 왠지 모르게 글 쓰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줄 것만 같았는데, 대략 70%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 받을 줄이야. 




 그래서 무얼 받았냐고 물어보신다면. 짜잔. 만년필입니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새벽달의 만년필입니다. 훗.


그것도 제 브런치 필명이 각인되어 있는 만년필이에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사실 만년필은 처음 써봐요. 어렸을 때부터 연필, 그리고 샤프를 사용하다가 대학 들어와서는 모나미 그리고 회사 들어가서는 제스트 스트림, 그리고 지금은 태블릿과 함께 쓰는 스마트펜까지. 가볍고 잃어버려도 전혀 부담이 없는 필기구만 사용해왔거든요. 물론 만년필의 존재는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막연하게 이런 필기도구도 있구나 했는데, 감히 써 볼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가격도 가격에다가 여타의 잉크펜처럼 너무 부드럽게 써지는 건 좀 안 맞는다 싶어서요. 그렇게 막연하게 그리고만 있었던 만년필을 이번 기회에 만나보게 되었네요. 




 선물 자랑은 여기까지. 사실 어떤 선물을 받았는가 보다 이 선물을 고르기까지 나를 생각해준 이 친구의 마음 씀씀이가 저는 너무나도 좋고 브런치를 통해 자랑하고 싶었어요. 받은 선물이 어떠한가? 보다는 선물을 고르면서 얼마나 생각을 하고 이러한 선물을 골랐을까. 하는 그 마음과, 선물을 위해 들인 시간이 너무 좋아요. 그 속마음은 직접 들을 수도 있고 때로는 선물과 함께 받은 편지로 느낄 수도 있지요. 특히나 선물이 구하기 힘든 조금은 흔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것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도 저는 너무 가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상에 대한 한정된 정보만을 가지고 내 취향에 맞는 선물을 고르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사실 선물은 우선 내가 마음에 들어야 해요. 아무리 내가 주는 것이지만... 하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남의 속을 훤히 알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저로서는 더욱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생각하는 과정이 참 재밌어요. 예전에 생각 없이 지나쳤던 말도 한 번 떠올려보고 가끔은 장면도 생각나고 그래요. 가격은 내가 부담할 수 있을 정도. 생일 같은 경우는 1년에 한 번 오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특별하게 상한선은 없습니다. 그 시점에 내가 부담할 수 있고 충분한 가치가 있으면 오케이.

 축하할 일이 있기 한참 전부터 생각을 합니다. 닥쳐서 부랴부랴 하기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여유 있게 준비하고 싶거든요.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줄까. 재작년엔 이런 걸 주고 작년에는 이걸 줬으니 올해는 이걸 줘야겠다. 특정한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닌 제 나름의 '주제'를 가지고 접근을 해봐요.

 저의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재작년에는 본인의 입으로 넌지시 '가지고 싶다'라고 말한 것. 그래서 가지고 싶어 하면서도 실용적인 것으로 선물을 했어요. 얼마 전에 만날 때도 그 선물을 잘 쓰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그와는 반대로 조금은 '쓸모없는 선물'. 쓸모없다기보다는 쓰지 않는 선물에 가까웠지요. 어떻게 가지고 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장식용이나 곁에 두는 정도로요. 그리고 그 선물의 근황은 그 친구를 통해서 다행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집 안에 잘 놓여 있다고.




 올해도 고민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어느 정도 감은 잡았는데, 이걸 구하기가 힘드네요. 이번 선물의 주제는 '재미있는 것'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과 같은 것. 일전에 취미처럼 어떠한 것을 잠시 했다고 한 기억이 있어 그걸 가지고 어째 저째 구체화를 시켜보고 있어요.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있어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녹록지 않네요. 하지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습니다. 코 끝이 찡해지는 바람이 불 때쯤 슬며시 약속을 잡아보려고 하겠지요. 이번에도 예상하지 못한 선물로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습니다. 처음엔 놀라고 궁금해하면서도 받은 선물을 보며 기뻐하는 그 친구가 보고 싶거든요. 제 몇 안 되는 즐거움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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