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정신없이 살아가는 하루 속에서, 문득 내 이야기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새로운 자극과 재미 속에서 무료함을 달래려 했고, 세상의 소음 속에 휩쓸리다 보면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진 나만 남고, 내 목소리는 조용히 사라졌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살고 있는가?"
나로카드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 기록이다. 누군가의 해석이 아닌, 내 언어로 나를 읽어내는 시간. 예언도 조언도 필요 없었다. 오직 지금, 여기의 나를 이해하려는 마음만이 필요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한 장 한 장 카드를 만들어 갔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숨을 고르며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의 실패와 사랑의 상처, 밤새 뒤척이며 나 자신을 의심했던 흔적들이 조용히 마음 위로 내려앉는다. 그 단순한 질문 하나가, 내 안의 무수한 문을 열어 주었다.
나는 글을 쓰며 하루의 감정을 따라 걸었다. 아침 햇살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고, 따뜻한 커피 향이 코끝에 닿을 때, 오늘의 설렘과 두려움을 한 줄씩 적었다. 길을 걷다 마주친 흔들리는 가로수 그림자 속에서 내 마음의 흔들림을 읽고, 잔잔한 호수의 물결 위에서 조용히 내 행복의 방향을 발견한다.
걱정과 고민 속에서 스스로를 탐구하고,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진짜 나를 마주한다. 긍정과 부정, 결심과 꿈, 자유와 구속, 기다림과 실천, 성공과 실패, 두려움과 용기까지. 이 모든 여정이 결국 '나'를 완성해 왔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나는 선명해진다. 물론 그 선명함이 영원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나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 감사하다. 내 마음의 선택과 흔들림, 약함과 강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여기에서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축복임을 알았다.
삶은 이야기가 쌓여 만들어진 풍경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보다,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우리를 만든다. 글을 쓰며 나를 이야기하는 순간,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 살지 않고, '나만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었다.
나로카드는 단순한 카드가 아니다. 그 안에는 나를 읽고, 쓰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누군가 대신해주지 않는 나만의 이야기, 손끝에서 시작되는 사유와 기록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로' 완성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글을 써보라.
당신만의 이야기를 써보라.
나로카드를 한 장 한 장 펼치며, 그 안에 담긴 질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내면의 목소리를 글로 옮겨보라. 쓰다 보면 자신이 서서히 드러나고, 당신만의 세계가 천천히 펼쳐질 것이다.
나로카드가 주는 선물은 바로 이것이다.
글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고
글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며
글을 통해 나만의 세계를 완성하는 일.
언젠가 글을 마치고 조용히 뒤돌아보면,
우리는 미소 지을 것이다.
"나는 나로 살았다. 그것이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