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철원 Sep 12. 2022

주민등록 대상자의 큰 구분: 거주자와 재외국민 Ⅰ

주민등록,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이 책은 주민등록 일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행정기관이 ▲주민등록법에 따라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주민의 ‘정보’를 ▲‘전산 시스템의 주민등록표에’ 등록하고 ▲‘평생 동안 정보 변경이 있을 때마다 정정․기록․관리’하는 공적 업무


이를 좀 더 압축해서 말한다면, 주민등록 업무는 ‘주민의 정보를 전산 시스템의 개인별 주민등록표와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기록하는 일’입니다. 더 압축해서 표현한다면, 주민등록 업무는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입니다.*1 앞으로도 잘 기억해 두시길 권합니다. 중요한 내용이어서 한 번 더 강조해 두겠습니다.


주민등록 업무 =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


‘주민등록 제도와 그 역사’ 부분에서 보셨던 것처럼, 옛날에는 종이 주민등록표에 볼펜으로 내용을 기재했지만, 지금은 모두 전산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담당자는 주민등록 시스템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두드려서 일 처리를 합니다. 전임자에게 업무 인계를 받을 때도 주로 전산 작업을 중심으로 일을 익혀 가죠. 전산 처리가 잘 이뤄지면 종이에 출력되는 주민등록표 등·초본에도 이 기록이 이상 없이 반영됩니다.


하지만 앞에서 여러 번 말씀드렸던 것처럼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업무 인계를 받지 못하면, ‘내가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왜 이 메뉴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는 건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일 처리를 하게 됩니다. ‘재외국민’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재외국민 주민등록’하는 경우가 행정 현장에서 무수히 벌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전산 처리하는 일에 앞서, 일상생활과 법령을 중심으로 주민등록 실무의 큰 ‘원리’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원리, 배경지식, 맥락, 큰 그림…… 다 같은 말입니다. 앞에 쓴 '가족관계등록 제도와 주민등록 제도', 그리고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재외국민' 개념을 잘 이해하면, 주민등록 시스템에서 마우스 클릭해서 전산으로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을 좀 더 자신 있게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민원 응대도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장담하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주민등록 대상자

먼저 주민등록 담당자가 주민등록해야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주민등록법을 통해 살펴봅시다.


주민등록법 제6조(대상자)

①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 구역에 주소나 거소(이하 “거주지”라 한다)를 가진 다음 각 호의 사람(이하 “주민”이라 한다)을 이 법의 규정에 따라 등록하여야 한다. 다만, 외국인은 예외로 한다.

  1. 거주자: 거주지가 분명한 사람(제3호의 재외국민은 제외한다)

  2. 거주불명자: 제20조제6항에 따라 거주불명으로 등록된 사람

  3. 재외국민: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국민으로서 「해외이주법」 제12조에 따른 영주귀국의 신고를 하지 아니한 사람 중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의 경우

    가. 주민등록이 말소되었던 사람이 귀국 후 재등록 신고를 하는 경우

    나. 주민등록이 없었던 사람이 귀국 후 최초로 주민등록 신고를 하는 경우


주민등록법 제6조 제1항 끝에 ‘외국인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보이죠. 따라서 주민등록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 중에서 거주자, 거주불명자, 재외국민, 이렇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주민등록을 합니다. 이 법 조문을 일상적인 표현으로 풀어 볼까요.


1. 거주자

서울 강남구 논현2동 주민센터 주민등록 담당은,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논현동 100번지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거주자’로 주민등록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들이 ‘거주자’에 속합니다.


2. 거주불명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100번지에 살다가 송파구 오금동으로 이사한 김불명(金不明) 씨가 있다고 가정해 보죠. 오금동으로 이사 갔으면 14일 안으로 관할 동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거나 인터넷으로 전입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따금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서류상으로는 논현동 100번지에 산다고 해 놓고서 실제로는 논현동 100번지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 어디 사는지 주거가 분명하지 않은 사람은 ‘거주불명자’로 주민등록을 해야 합니다.


3. 재외국민

상당히 낯선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재외국민이라. 대략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뭐 그런 느낌이 듭니다. 먼저 ‘재외국민(在外國民)’이라는 한자 말뜻을 풀어 봅시다. ‘외국에 있는, 외국에 사는 한국 사람’이라는 뜻이 됩니다.


다음은 법적인 정의를 살펴볼까요. 앞에서 본 것처럼 주민등록법에서는 재외국민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하 재외동포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민. 그럼 재외동포법에 뭐라고 쓰여 있을까요.


재외동포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재외동포”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이하 “재외국민”이라 한다)


‘영주권*2이 있는 사람’, ‘그곳에 정착할 생각으로 외국에 가서 사는 사람’ 이 정도가 주민등록법과 재외동포법에서 말하는 재외국민의 개념입니다. 일주일 해외여행하러 외국 나갈 사람, 회사 일 때문에 한 달 정도 외국에 체류할 사람은 재외국민이 아니라는 말이죠.


유이민 씨의 인생 이야기: 재외국민과 관련된 각종 신고와 통보

자, 이제 한 개인의 삶을 예시로 들어서 거주자와 재외국민을 설명해 보겠습니다.*3 유이민(柳移民·의미상으로는 流移民) 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1번지에 살고 있습니다. 대기업 공공사업부에서 IT 개발자로 일합니다.


유이민 씨가 일하는 공공사업부의 주된 업무는 정부 사업 수주입니다. 대규모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는 정부의 입찰 공고를 접하면, 해당 공고를 검토하고 입찰에 응하는 일을 합니다. 어느 날, 수익성이 높을 뿐 아니라 회사가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알짜 입찰 정보를 입수합니다. 낙찰받기 위해 전사 차원에서 공을 들입니다. 무려 2년 동안 불꽃 야근과 철야를 감내하며 계획서를 쓰고 발표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허무하게도 최종 낙찰은 경쟁사에게 돌아갑니다. 이 일에 매달린 공공사업부 직원 모두가 큰 상실감을 느낍니다.


갑자기 자신의 삶과 커리어에 근본적인 회의감을 느낀 유이민 씨, 캐나다 이민 상담을 받습니다(난데없는 전개). 대화를 나눈 이민 상담 회사의 담당 이사는 유이민 씨에게 ‘기술 이민’을 추천합니다. 기술자 중에서 정부가 정한 기준 점수를 넘으면 신청할 수 있는 이민 방법인데, 캐나다 정부가 원하는 숙련 기술 분야에 IT 매니저가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유이민 씨, 그 자리에서 캐나다 이민을 결심합니다. 캐나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각종 서류를 다 제출합니다. 서류 검토에 1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 뒤 마침내 영주권 승인 메일을 받습니다.


“한국을 떠나 외국 가서 살 거예요”: 해외이주신고, 국외이주신고

이민 가서 살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해외이주법에 따라 외교부에 ‘해외이주신고’를 해야 합니다.*4 해외이주법의 주무부처는 외교부입니다.*5 절차에 따라 서울 양재역 근처에 있는 외교부 여권영사민원실 해외이주 창구에 가서 ‘해외이주신고’를 했습니다.*6


해외이주법 제6조(해외이주신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1. 연고이주 또는 무연고이주를 하려는 사람

  2. 현지이주를 한 사람



외교부에 ‘해외이주신고’를 했다면 동 주민센터에 ‘국외이주신고’는 안 해도 되지만,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 유이민 씨는 굳이 동 주민센터에 가서 ‘국외이주신고’도 합니다. 근거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민등록법 제19조(국외이주신고 등)

① 이 법에 따라 주민등록을 한 거주자 또는 거주불명자가 대한민국 외에 거주지를 정하려는 때에는 그의 현 거주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해외이주법」 제6조에 따른 해외이주신고로 전단의 신고를 갈음할 수 있다.



‘난 이제 삼성동을 떠나서 캐나다에 뿌리를 내릴 것’이라며 해외이주신고를 마치고 국외이주신고를 하러 온 유이민 씨. 이제 삼성2동 주민센터 주민등록 담당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이민 씨의 ‘신고’에 따라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이 사람은 외국에 나가서 살 거라고 신고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주민등록표에 ‘국외이주신고’라는 기록을 쓰는 것이죠.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6조(국외이주신고 등)

① 법 제19조제1항에 따른 국외이주신고는 별지 제15호의4서식에 따른다. 이 경우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신고자의 주민등록표에 “국외이주신고”라고 기록한 후 신고일자 및 관계 공무원의 성명을 기록하여야 한다.


과거에는 종이 주민등록표에 볼펜으로 주민등록 사항을 썼지만, 이미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리는 모든 일을 전산으로 처리하죠. 주민등록 시스템 ‘국외이주신고’ 메뉴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두드려서 업무를 잘 처리하면 됩니다. 그러면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에 따른 ‘국외이주신고’ 일 처리를 완료하는 것이에요!


만약 유이민 씨가 주민등록법에 따른 ‘국외이주신고’를 동 주민센터에 하지 않고, 해외이주법에 따른 ‘해외이주신고’만 외교부에 했다면, 삼성2동 주민등록 담당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교부의 ‘통보’에 따라 유이민 씨의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6조(국외이주신고 등)

② 외교부장관은 「해외이주법」 제6조에 따른 해외이주신고를 받으면 매일 신고자의 명단을 별지 제16호서식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알려야 하고, 행정안전부장관은 매일 이를 해당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알려야 한다.

③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2항에 따라 해외이주신고자 명단을 통보받으면 해당자의 주민등록표에 “국외이주신고”라고 기록한 후 신고일자 및 관계 공무원의 성명을 기록하여야 한다.

④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1항 또는 제3항에 따라 “국외이주신고”로 기록된 사람(이하 “국외이주신고자”라 한다)의 명단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알려야 하고, 행정안전부장관은 해당 명단을 별지 제16호의2서식에 따라 법무부장관에게 알려야 한다.



유이민 씨가 외교부에 해외이주신고를 하면, 외교부는 해외이주신고자 명단을 행정안전부에 통보하고, 행정안전부는 읍·면·동에 통보합니다. 외교부에서 보낸 해외이주신고자 명단에 유이민 씨가 있는 것을 확인하면, 삼성2동 주민등록 담당은 앞의 ‘국외이주신고’ 때와 마찬가지로 ‘이 사람은 외국에 나가서 살 거라고 신고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주민등록표에 ‘국외이주신고’라는 기록을 써야 합니다. 역시나 전산 시스템으로요. 주민등록 시스템 ‘국외이주신고’ 메뉴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두드려서 업무를 잘 처리하면 됩니다. 그러면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6조 제3항에 따른 ‘국외이주신고’ 일 처리를 완료하는 것이에요!


해외이주신고 후 출국: 국외이주 재외국민 등록

해외이주신고와 국외이주신고를 마친 유이민 씨, 안쓰러워하는 어머니와 담담한 표정의 아버지와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나눕니다. 새롭게 시작하기에 마냥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청운의 꿈을 안고 캐나다로 출국합니다. 이제 삼성2동 주민등록 담당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출국했다는 법무부의 ‘통보’에 따라 유이민 씨의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6조(국외이주신고 등)

⑤ 법무부장관은 제4항에 따른 국외이주신고자가 출국한 경우에는 출국자 명단을 매일 별지 제16호의3서식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알려야 하고, 행정안전부장관은 매일 이를 해당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알려야 한다.

⑥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5항에 따라 출국자 명단을 통보받으면 그 주민을 “재외국민”으로 구분 등록하고 그 주민의 거주지를 법 제19조제3항에 따른 행정상관리주소로 변경한 후 영주 또는 거주하는 국가나 지역, 출국일자, 출국자명단 통보서 접수일자 및 관계 공무원의 성명을 기록하여야 한다.



법무부에서 보낸 출국자 명단으로 유이민 씨의 출국 사실을 확인한 다음, △유이민 씨의 등록 상태를 ‘거주자’가 아닌 ‘재외국민’으로 기록하고, △주소를 삼성2동 주민센터 주소로 바꾸고, △거주하는 국가와 지역, 출국일을 법무부가 통보한 문서 그대로 쓰고, △출국자 명단 받은 날을 기록하는 것이 담당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역시나 전산 시스템으로요. 주민등록 시스템 ‘이민자 정리’ 메뉴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두드려서 업무를 잘 처리하면 됩니다. 그러면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6조 제6항에 따른 ‘국외이주 재외국민 등록’ 일 처리를 완료하는 것이에요!


‘개관: 주민등록의 정의’에서 주민등록표 서식을 보여 드렸죠. 개인별 주민등록표 서식을 여기서 한 번 더 보여 드리겠습니다.



음영 진 칸이 보입니다. 평범한 ‘거주자’라면 등록 상태만 ‘거주자’로 기재하고 영주 국가(지역), 체류 자격란에 뭔가를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이주신고하거나 출국한 사람에 대해서는 등록 상태를 ‘재외국민’으로 기재하고 영주 국가(지역), 체류 자격란에 해당되는 정보를 기재해야 합니다.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옛날 같으면 이런 해외이주 기록을 종이 주민등록표에 볼펜으로 썼겠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전산으로 처리합니다. 주민등록 시스템의 해당 메뉴에 들어가서 전산 처리를 완료하면, 전산 주민등록표에 모든 것이 자동으로 기록됩니다! 개인별 주민등록표와 세대별 주민등록표가 자동으로 다 정리되고, 주민등록표 등본과 초본에도 변경된 사항이 다 반영되어 출력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해외이주와 관련해서 담당자가 누군가의 주민등록표를 정리할 때, 먼저 이뤄져야 할 일은 신고 의무자의 ‘신고’와 외교부나 법무부 같은 권위 있는 행정기관의 ‘통보’입니다. 해외이주신고한 사람 명단은 외교부에서 알려 주고, 국외이주신고자와 해외이주신고자가 출국했는지 여부는 법무부에서 알려 줍니다.


이 대목에서 해외이주와 관련해서 주민등록 담당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결국 한 개인의 해외이주와 관련해서 주민등록 담당이 하는 일은 ▲주민등록법에 따라 ▲유이민 씨 같은 신고인의 ‘신고’와 ▲외교부나 법무부 같은 행정기관의 ‘통보’에 따라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이라는 것.*7



현지 적응, 영사관에 재외국민 등록

마침내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한 유이민 씨, 생존을 위해 현지 적응을 시작합니다. 캐나다에는 매년 이민자가 30만 명씩 들어오기 때문에 다양한 이민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하기 위해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전문 기술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어학 프로그램 수업을 듣습니다. 잠을 줄여 가며 영어를 익힙니다. 현지인과의 소통은 생계와 직결된 문제니까요. 한인 커뮤니티에도 문을 두드려 도움을 얻고 인간관계를 맺습니다.


당연하게도, 진지하게 구직 활동을 합니다. 이곳에서 일자리를 잡지 못하면 캐나다에서 유이민 씨의 삶과 커리어는 그것으로 끝이니까요. 캐나다라고 해서 한국보다 구직이 쉬운 건 결코 아닙니다.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고 꾸준히 업데이트합니다. 이력서를 서른 군데 보내면 한 번 정도 면접 일정이 잡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흥 벤처 기업에서 연락을 받고, 면접을 봅니다. 항공사에 카드 결제기를 납품하고 결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캐나다 국제선에는 음식이 무료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승객이 간단한 음식을 사 먹으려면 이런 카드 결제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며칠 후 합격 통보를 받습니다. 큰 산 하나를 넘었습니다.


한국에서 회사 인간으로 살던 시절 못지않게 열심히 사는 가운데, 주(駐)토론토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가서 ‘재외국민 등록’을 하고, 재외국민 등록부 명단에 그 이름을 올립니다.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돼서 안심이 됩니다. 근거 규정은 재외국민등록법. 주무부처는 외교부입니다.


재외국민등록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외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등록하도록 하여 재외국민의 현황을 파악함으로써 재외국민의 국내외 활동의 편익을 증진하고, 관련 행정 사무를 적절하게 처리하며, 그 밖에 재외국민 보호정책의 수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등록대상)

외국의 일정한 지역에 계속하여 90일을 초과하여 거주하거나 체류할 의사를 가지고 그 지역에 체류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이 법에 따라 등록하여야 한다.

제3조(등록공관 및 등록사항)

제2조에 따른 등록을 하려는 재외국민(이하 “등록대상자”라 한다)은 주소나 거소를 관할하는 대한민국 대사관․총영사관․분관 또는 출장소(이하 “등록공관”이라 한다)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등록하여야 한다.

  1. 성명 / 2. 주민등록번호 / 3. 여권번호 / 4. 등록기준지 / 5. 병역관계 / 6. 체류국 최초 입국일(체류국에서 다른 국가로 출국하여 90일을 초과한 후 재입국한 경우에는 재입국일을 말한다) / 7. 체류목적 및 자격 / 8. 체류국 내 주소 또는 거소 / 9. 체류국 내 전화번호 / 10. 체류국 내 직업 및 소속 기관명 / 11. 전자메일 / 12. 국내 연고자 연락처


수년 동안 머나먼 타국에서 고생한 유이민 씨. 숙련된 IT 기술, 현지인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 실력, 그리고 한국 사람 특유의 근면과 성실로 마침내 모두에게 인정받고, 제2의 고향 토론토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됩니다.


유이민 씨로서는 캐나다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시간이었지만, 이와는 달리 삼성2동 주민등록 담당은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이 없습니다. 유이민 씨의 주민등록 사항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으니까요.


국외이주와 살짝 다른 현지이주: 현지이주 재외국민 등록

여기서 잠깐, ‘현지이주’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유이민 씨 이야기를 잠시 끊겠습니다. 유이민 씨는 이민 계획을 잡고 해외이주신고와 국외이주신고를 마친 다음 캐나다로 떠난 케이스지만, 세상 일이 다 치밀한 계획대로 이뤄지는 건 아니죠.


이민 생각 없이 외국에 나갔다가 그 나라에 뿌리내리고 영주권을 받아서 살게 되는 경우도 우리 인생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해외이주법에서는 이런 경우를 ‘현지이주’라 표현하고,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해외이주법 제4조(해외이주의 종류)

이 법에 따른 해외이주의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3. 현지이주: 해외이주 외의 목적으로 출국하여 영주권 또는 그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을 취득한 사람의 이주


역시나 한 개인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현이민(玄移民·의미상으로는 現移民) 씨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살다가 젊은 시절 갑자기 호주에 꽂혀서 워킹 홀리데이*8 비자를 받고 무작정 호주로 날아갑니다(역시나 난데없는 전개). ‘일하는 휴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과 알바를 병행하면서 몇 달 동안 호주 생활을 즐깁니다.


그러다가 호주 정부가 지정한 농장에서 일하면서 체류 기간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현지에서 맺은 호주 사람들과의 유대 관계는 더 깊어져 갑니다. 현이민 씨는 마침내 호주가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호주에서 살기로 결심합니다. 오랫동안 체류하다가 영주권을 받지 못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체류 기간, 직업, 어학 능력 등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은 현이민 씨, 마침내 영주권을 받습니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주에 거주할 권리를 이 나라 정부로부터 인정받았으니, 안심이 됩니다.


외국 체류 중에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은 재외공관에 해외이주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이민 씨도 주(駐)시드니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가서 해외이주신고를 했습니다.


해외이주법 제6조(해외이주신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1. 연고이주 또는 무연고이주를 하려는 사람

  2. 현지이주를 한 사람


위에 쓴 해외이주법 제6조를 따르면, 유이민 씨는 1호에서 ‘무연고 이주를 하려는 사람’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캐나다로 오기 전에 한국에서 양재역 근처에 있는 외교부 여권영사민원실에 가서 해외이주신고를 마쳤죠. 그리고 현이민 씨는 2호 ‘현지이주를 한 사람’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호주 시드니에 있는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가서 해외이주신고를 한 것이죠.*9


이제 현이민 씨 주민등록 관할 동 주민센터인 연남동 주민등록 담당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늘 그래왔듯이 주민등록표를 정리합니다. ‘거주자’가 아니라 ‘재외국민’으로요.


주민등록법 제19조(국외이주신고 등)

④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등록된 거주자 또는 거주불명자가 「해외이주법」 제6조에 따라 해외이주신고를 하고 출국하거나, 같은 법 제4조제3호의 현지이주를 한 경우에는 이 법 제6조제1항제3호의 재외국민으로 구분하여 등록․관리하여야 한다.


현이민 씨가 호주 현지에서 해외이주신고를 마쳤다는 것을 연남동 주민등록 담당이 대체 무슨 수로 알까요. 외교부에서 그 사실을 알려 줍니다.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6조의3(현지이주자 명단의 통보)

① 외교부장관은 「해외이주법」 제4조제3호에 따른 현지이주를 한 사람의 명단을 매일 별지 제17호의3서식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알려야 하고, 행정안전부장관은 이를 매일 해당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알려야 한다.

②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1항에 따라 현지이주자의 명단을 통보받으면 그 주민을 “재외국민”으로 구분 등록하고 그 주민의 거주지를 법 제19조제3항에 따른 행정상 관리주소로 변경한 후 현지이주일자, 현지이주통보서 접수일자 및 관계 공무원의 성명을 기록하여야 한다.


앞에서 중요한 문장이라고 강조했던 내용, 기억하시나요. 여기에 한 번 더 써 드리겠습니다.                    



결국 한 개인의 해외이주와 관련해서 주민등록 담당이 하는 일은 ▲주민등록법에 따라 ▲신고인의 ‘신고’와 ▲외교부나 법무부 같은 행정기관의 ‘통보’에 따라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이라는 것.



따라서 연남동 주민등록 담당은 외교부로부터 현지이주자 명단을 통보받고 나면, 외교부의 ‘통보’에 따라 △현이민 씨의 등록 상태를 ‘재외국민’으로 기록하고, △현이민 씨의 주소를 연남동 주민센터 주소로 바꾸고, △거주하는 국가와 지역, 현지이주일을 외교부가 통보한 문서 그대로 쓰고, △현지이주자 명단 받은 날을 기록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역시나 전산 시스템으로요. 주민등록 시스템 ‘이민자 정리’ 메뉴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두드려서 업무를 잘 처리하면 됩니다. 그러면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26조의 3 제2항에 따른 ‘현지이주 재외국민 등록’ 일 처리를 완료하는 것이에요!



*1 물론 주민등록증 발급이나 교부 같은 업무도 있습니다만, 핵심을 꿰뚫는 일은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입니다. 심지어는 이 경우에도 주민등록증 발급일, 교부일, 사진 자료, 지문 자료가 주민등록 시스템에 다 기록되죠.

*2 永住權. 일정한 자격을 갖춘 외국인에게 주는, 그 나라에서 영주할 수 있는 권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3 이 책에서 예시로 든 캐나다 이민 이야기는 다음 문헌을 참고했습니다. 이홍구. 2019. <나는 캐나다에서 일한다: 더 나은 삶을 향한 한 가장의 해외 취업, 이민 생존기>. 이담북스. / 박태욱. 2019. <우리 집은 캐나다로 정했어요: 서른 살에 떠난 캐나다 이민 생활기>. 영진미디어.

*4 다른 나라에 가서 그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일을 우리는 ‘이민’이라고 말합니다. ‘이민’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표현이고, ‘해외이주’가 공식적인 법률 용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5 따라서 이민을 계획하는 시민들이 동 주민센터에 와서 이민에 대해 뭔가를 물어본다 해도 주민등록표 정리 외에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6 해외이주 신청자는 소정의 서류를 구비하여 외교부 여권영사민원실 해외이주 창구(3호선 양재역 12번 출구 400m, 외교센터 빌딩 6층 02-2002-0263~4(해외이주 및 재외국민 등록 창구)) 또는 주재국 재외공관에서 해외이주 신고를 해야 합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 https://www.0404.go.kr/consulate/overseas_procedure.jsp 검색일 2022. 7. 5.

*7 해외이주와 관련해서 주민등록 담당이 하는 일이 이러하다고 말씀드렸지만, 비단 해외이주 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등록 업무 전반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 담당이 하는 모든 일은, 신고와 통보에 따라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이에요!’라고 누군가가 주장한다 해도 크게 잘못된 말은 아닙니다(담당자 판단과 읍․면․동장의 결재에 따라 ‘직권’으로 주민등록표를 정리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신고’나 ‘통보’에 따라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것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8 Working Holiday. 협정 체결 국가 청년(대체로 만 18~30세)들에게 상대 국가에서 체류하면서 관광, 취업, 어학연수 등을 병행하며 현지의 문화와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제도. 외교부 워킹 홀리데이 인포 센터 홈페이지. https://whic.mofa.go.kr 검색일: 2022. 6. 21.

*9 해외이주의 종류와 그 대략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해외이주법 제4조 참고). ▲ 연고이주: 외국인과 결혼해서 하게 되는 이민(이 책에서는 예시를 들지 않음). ▲ 무연고이주: 취업 이민, 사업 이민. 연고이주와 현지이주 외의 이민(유이민 씨의 예). ▲ 현지이주: 이민 외의 목적으로 출국해서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의 이민(현이민 씨의 예).

이전 07화 주민등록 제도와 그 역사 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