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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원 Sep 12. 2022

정리

주민등록,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지금까지 설명해 드린 내용을 총정리해 보겠습니다.


‘개관: 주민등록의 정의’에서 주민등록 업무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주민등록 업무란 ‘행정기관이 ▲주민등록법에 따라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주민의 정보를 ▲전산 시스템의 주민등록표에 등록하고 ▲평생 동안 정보 변경이 있을 때마다 정정·기록·관리하는 공적 업무’라는 것.


다음으로는 가족관계등록 제도와 주민등록 제도 전반을 살펴봤습니다. 이 책을 여기까지 다 읽어 보셨다면, 이해하셨을 겁니다. 가족관계등록 제도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주민등록 업무를 수행하는 건, 땅에 깊이 있게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에 물을 주는 일과 비슷합니다. 두 가지 제도는 개인의 중요한 정보―이름, 한자 이름, 생년월일, 성별, 주민등록번호―를 공유하면서도 각자 고유의 영역이 있습니다. 각 제도의 취지와 연혁을 알아야 업무 처리도, 민원 응대도 원활하게 할 수 있습니다. 30년 전에 잘못 기록된 오류를, 오늘 바로 잡아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수시로 우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주민등록의 큰 구분이 되는 거주자와 재외국민을 살펴봤습니다. 평범한 거주자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외국민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주민등록 업무를 보는 실무자는 많지 않습니다. 해외이주신고, 국외이주신고, 재외국민 주민등록, 재외국민 출국신고, 재외국민 출국 등 실무자들이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일련의 개념을 유이민 씨라는 가상 인물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드렸습니다. 결국 주민등록 담당이 하는 핵심 업무는 한 개인의 삶 가운데 일정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신고인의 ‘신고’와 권위 있는 행정기관의 ‘통보’에 따라 ‘주민등록표를 정리하는 일’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이때 함께 설명해 드렸습니다.


서문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책으로 주민등록 일은 이제 만사 오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주민등록 제도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행정 최일선 현장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복잡하고 다양한 케이스는 끝이 없습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개인의 사연과 수십 년 전 담당자의 오류, 그리고 그 대처 방법을 한 권의 책에 다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여러 번 강조했던 것처럼 이 책의 목적은 실무자들이 주민등록 업무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쉬운 말로 쓴 업무 입문서일 뿐입니다. 주민등록 실무에 입문하는 데 필요한 개론적인 지식이 이 정도 분량인데, 각론까지 다 쓴다면 그야말로 벽돌책이 되겠죠.


조직은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지 않고, 비공식적인 도제식 교육도 중단되고, 업무 인수인계는 자취를 감춘 지금의 현실은 무척이나 냉혹하지만, 희망이 없지만은 않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해 있기는 하지만, 천지안 주임 같은 강호의 숨은 고수와 조용히 후배를 응원하는 고참이 여전히 조직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업무 시간 중이라면 상급기관, 행정안전부 콜센터, 주민등록 시스템 사업단 직원들의 도움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민등록법과 주민등록 사무편람으로 대표되는 원전(原典)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이런 입문서를 쓰기는 했습니다만, 주민등록법, 주민등록법 시행령,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주민등록 사무편람, 주민등록 질의·회신 사례집, 가족관계등록법, 해외이주법, 재외동포법, 국적법, 출입국관리법은 이 일을 하면서 공채생이 시간을 들여서 반드시 익혀야 할 원전입니다. 원전이라는 게 태생적으로 건조하고 딱딱하지만, 힘들더라도 꼭 원전과 친해지시기를 권합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의 규정을 꿰차고 있는 공채생은 상사에게도, 민원인에게도, 다른 부서 담당자에게도 절대로 무시당하지 않습니다.


민원대 담당자가 익혀야 할 규정과 지식은 산더미만큼 많습니다. 주민등록 시스템 역시 엑셀 고수 수준으로 다뤄 줘야 그나마 일하기가 좀 편합니다. 게다가 엑셀과는 달리, 주민등록 시스템 전산 처리 업무는 실전 외에는 연습이 불가합니다. 실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누군가를 시험 삼아서 출생, 개명, 전입, 국외이주, 사망 처리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행정 현장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케이스는 끝이 없고, 시민들은 나날이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감정 노동에도 능해야 합니다.


모든 여건이 여러분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면, 상대방이 우리를 존중해 줄지도 모릅니다. 수백 번 불에 달구고 두드린 쇠붙이처럼 단단한 사람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 사이에 우리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 있겠죠.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가족, 조직의 직속상관, 노동조합 동료,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인사 고충 심사 청구나 휴직 같은 인사 제도 역시 절망에 빠진 담당자가 취할 수 있는 공식적인 선택지입니다.


많이 힘들겠지만―그리고 잘 안 믿기겠지만―여러분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인재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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