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이또이 Nov 30. 2021

작가는…

나에게는 좁고 네모난 물리적 공간이 있다. 공간은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이 좁은 공간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며 그 형태 또한 네모나다 말할 수 없다. 형태는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게 발산하며 크기는 지구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허풍을 섞어 정말 그럴 수도 있다 추측해 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감각을 깨울 수 있는 무언가를 생산하고 있는 이 공간에서의 활동들은 그 형태를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아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참 크다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그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누군가가 창조한 글을 통해 그림을 통해 노래를 통해 어떤 행위를 통해 전달 받은 감각체계는 나의 정신 세계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을 만큼의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것은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것임을 감히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답답한 공기가 싫어 창문을 열었다. 갑자기 추워지기도 했고 비가 온 뒤라 차가운 바람이 휙 들어온다. 몸에 감각이 살아나면서 온몸을 찌릿하게 만들 정도의 날카로운 창조적 산물에 대해 생각한다. 이건 괭장히 자극적이야. 놀랄 거야. 상상 그 이상이야. 계속해서 주입되는 정보는 감각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 실제 그 대상을 경험했을 때 자극적이지도 놀랍지도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없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찌릿할 정도의 전율은 신경세포를 순간적으로 자극하는 것이다. 그 자극은 몸을 서늘하게 하고 막혀 있던 피를 돌게 만들며 생각을 순환시킨다. 그런 창조적 산물, 정신적 노동의 작품을 생산하는 일. 변변치 않은 일상에서 발견하는 보석같은 순간이 '예술인데' '드라마 같아' 감탄사로 탈바꿈 되는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 생각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을 나를 떠나 타인에게 전달 될 수 있는 형태를 갖추어 내보내는 일을 우리는 매 순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시대는 그것이 더욱 쉬워졌고 나를 모르는 누군가도 나를 통해 생산된 그러한 결과물을 통해 자극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어떤 작가가 궁금해 구글에서 검색을 했다. 이런 저런 자료를 클릭하고 연결된 정보를 따라 더욱 깊이 들어갔다. 이상하다. 낯설지 않다. 사진의 구도, 글을 풀어내는 방법 등 익숙하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글의 감성이 마음에 들었다. 어느 책을 읽고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발췌하고 글쓴이의 정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래서 어떤 다짐을 하게 했는지 등의 솔직한 감상이 전달되는 글이었다. 나도 그랬는데. 잊고 있었네. 내가 쓴 글이었다. 어느 작가의 글이 이토록 감동적이었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이 글을 통해 소개 된 작가는 다름아닌 한국 현대미술 작가로 기록되는 박이소 선생님이었다. <북두팔성>이란 작품을 통해 주류가 아니면 관심 밖에 대상이 되는 여덟번째 별에 대한 응원과 관심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 하는 박이소 선생님의 생각에 크게 감동 받았던 그 때가 떠올랐다. 내가 쓴 글이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등장해 잠시 잊었던 감동을 다시 찾아주었을 때의 찌릿함이란 놀라운 경험을 선물했다.



박이소, <북두팔성>


어떤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겠구나. 무턱대고 우기는 글은 걸러내야겠구나. 오늘은 이랬다 내일은 저랬다 우왕좌왕 하는 생각은 다듬어 써야겠구나. 단 한 명에게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면 나는 더욱 정직해야겠구나. 누군가는 내가 쓴 글을 읽고 새로운 경험을 시도할 수도 있을 테니 쉽게 쓰는 글은 피해야겠구나. 작가의 역할은 생산에 목적을 둬서는 안되겠구나.


검색 중에 우연히 만난 나의 옛 글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작가의 역할에 대해 그들이 생산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이런 경험은 참 가치롭다 생각하면서...



#작가는누구인가

#그열할이궁금했다

이전 17화 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면서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