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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샘 Nov 11. 2019

이제 겨우 세 살입니다

한강 산책 길에서 찍은 사진이다. '빨리 정착해야지~'정신없이 몰아치는 사람들의 요구에 지쳐있던 시기 이 글자 앞에서 한참 울었던 기억이 있다.


모임에서 만난 남한 사람이 몇 살인 가고 물었다.

“이제 겨우 세 살입니다.”

그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정중하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남한에 온 지 3년 되었습니다. 인생 연수는 30이 넘었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이제 3년 차입니다. 보고 부딪치는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어서 마치 갓난아이가 된 느낌입니다. 보기는 보아도 이해하지 못하고 듣긴 들어도 뜻을 모르겠습니다. 너무 답답하고 두렵습니다. 몸은 어른인데 이 사회를 이해하는 사고능력은 이제 겨우 세 살짜리 아이입니다.” 


사람이 사는 방식이야 거기서 거기라지만 그전까지 살아왔던 세상과 지금 살아내는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 같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몇십 년 후의 미래로 날아온 것 같이 눈앞에 마주한 세상은 온통 낯설고 신기하고 황홀하고 두려운 것 투성이다. 

같은 언어라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외래어가 넘쳐나고 첨단 컴퓨터 기술은 상상해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철에 처음 타던 날은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에 갇힌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어딜 가나 낯선 사람 낯선 문화뿐이었다.

나는 진짜 3살짜리 아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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