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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샘 Nov 11. 2019

오늘부터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중국에서 숨어 지낸지 10년 만에 나는 4개국(중국, 라오스, 베트남, 태국)을 돌고 돌아 남한에 입국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운 남조선(대한민국)은 ‘미제의 앞잡이’, ‘남조선 괴뢰도당’ ‘철전지 원수’ ‘적대국’이던 곳이다. 그곳으로 나는 살기 위해 밀입국했다. 


국정원 조사과정을 마치고 두 달 후, 내 얼굴과 이름이 박힌 신분증을 받아 들었다.

“오늘부터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눈물이 났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살아온 지난 10년, 나고 자란 조국은 나를 ‘배신자’라고 경멸하며 구치소에 넣었고 남의 나라 중국은 ‘불법체류자’라고 내쫓으려 했다. 한세월 동안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살았으나 산 사람이 되지 못한 채 죄인으로, 이방인으로 살았다. 

그 길고 긴 세월이 서러워서 울고 나를 받아준 이 나라가 고마워서 울었다. 


나에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은 ‘살아있어도 돼’라는 생존을 허락받은 자격 같은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 죄인이 아닌, 불법체류자도 도망자도 아니라고 국가가 인정해준 고마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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