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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제안을 받다

by 무비 에세이스트 J Feb 06. 2025

이 모든 일은 작년 수능 날 우연히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수능을 보는 날은 고3 아이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하루 쉬어갈 수 있는 날이다.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북카페를 팔로우하던 나는 마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북카페를 발견하였고 그래서 호기 있게 들려보았더랬다. 여유 있게 실내를 돌아보아보면서 책을 읽기도 하고 책도 구입하면서 근처에 이렇게 좋은 공간을 갖게 된 것에 기분이 좋았었다.


한참을 머물다가 나가는 길에 마침 그곳에 계시던 대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대화의 끝에  뜻하지 않게 영화 모임의 제안을 받았다. 나를 작가라고 밝히며 두 번째 책의 장르가 영화 에세이인데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고민한다는 나의 말에 대한 관대한 제안이었던 것이다. 나는 흔쾌히 응했다. 나를 처음 만났음에도 왜 나에게 그런 대담한 제안을 했을까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언젠가는 물어보려 한다), 그의 제안이 왠지 그동안 정체된 것 같았던 내 삶에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단박에 수용한 것이었다.


오래간만에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 나는 집에 돌아와 그날의 감흥을 잊지 못하고 이곳에 글로 남기기도 했었다.


첫 모임은 12월 3일에 갖기로 결정되었고 한 달에 3회, 매주 화요일 저녁에 진행하기로 결정되었다. 대표님께서는 그 공간에서 영화 모임은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라고 하시면서도 잘할 거라며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응원해 주셨지만, 그동안 그 흔한 독서모임 한번 나가보지 않았던 나에게는 충분히 긴장할 만한 일이었다.


첫 모임까지 3주도 안 남았으니 참가자 모집을 위해서는 내가 얼른 영화를 선정해야 했다. 첫 달이니 내가 정한 주제가 아닌 대표님께서 정해주신 주제로 모임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는데, 대표님께서 정해주신 주제는 '사랑'이었다. 이 공간에서 진행되는 다른 독서모임들에서 회원들의 요즘 최대 관심사가 '연애'와 '사랑'이라고 하시며 그들의 니즈를 맞춰주자고 하셨다. 솔직히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주제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나는 사랑이라는 주제에 맞춰 대화거리가 될 만한 영화들을 고심 끝에 고른 후, 나를 소개하는 짧은 글과 함께 기획안을 보내드렸다.


북카페의 인스타그램에 드디어 나의 모임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포스팅된 것을 보고서야 내가 저지른(?) 짓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진짜 내가 해버린 것이었다.

12월, 대망의 첫 홍보 포스터

잘하겠지? 재미있겠지? 그런데 신청자가 없으면 어쩌지?


걱정 반 설렘 반이라는 문구가 어쩌면 이렇게나 맞춤옷처럼 나의 마음을 대변할까?


이렇게 해서 나, 작가 제이문, 무비에세이스트 J는 영화 모임의 진행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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