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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an 05. 2021

아이스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이 없는 나라

한국과 다른 포르투갈 커피 문화

훌륭한 디저트에 차(tea)와 커피가 빠질 수 없다. 달콤한 디저트에 담백한 차나 깔끔한 커피를 곁들인 맛이란. 어지간한 우울한 기분은 일순간 날아가 버린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더라도 다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갈 기운을 낸다. 심지어 포르투갈 디저트와 커피는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다. 에스프레소 1잔이 1유로(약 1,300원)도 하지 않는다. 커피 애호가에게도 포르투갈은 매력적이다.


우선, 티(tea)에 얽힌 T의 전설에 따르면 포르투갈 사람들은 차를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유럽 전역에 전파를 했다. 당시 차는 포르투갈어로 ‘샤 Chá’라고 불렸다. 차를 떼어오던 인도에서 ‘차이 Chai’라고 부르던 데서 기인했다. 포르투갈인들이 16세기에 바닷길로 중국에 도달한 이후 중국의 차가 포르투갈에 전파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1661년 포르투갈 카타리나 공주(주앙 4세의 딸)는 잉글랜드의 찰스 2세와 결혼한다. 카타리나가 차를 영국 궁정에 소개하면서 포르투갈은 차를 각국에 보급하는 역할을 했다. 차를 넣은 상자에는 ‘물류 배송 Transport’이라는 뜻으로 크게 T자 소인을 찍었다. 상자를 받은 사람들은 뚜껑에 찍힌 글씨를 보고 내용물의 명칭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티 Tea, 프랑스에서는 테 Thé, 스페인에서는 테 Té, 독일에서는 테 Tee, 네덜란드에서는 테이 Thee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다.





포르투갈인은 차보다는 커피를 즐겨 마신다. 차를 즐기지 않는 이유는 기후 때문으로 추측한다. 반면, 커피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출근 전 가볍게 한 잔, 식사 후 한 잔, 간식으로 한 잔, 심지어 자기 전에 하루를 마무리하면서도 마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커피와 함께 살아간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2020년 포르투갈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kg으로 세계 13위다. 1위 네덜란드는 8.3kg, 7위 독일은 5.2kg, 14위 미국은 3.5kg, 한국은 1.8kg으로 57위이다(독일 시장조사기관 Statista 기준).


리스본에서 에스프레소는 비카 bica라고 한다. Um bica는 에스프레소 한 잔이다. 포르토에서는 심발리누 Cimbalino라고 다르게 부른다. 포르토에서 Um bica라고 주문하면, 종업원이 눈치를 줄지도 모른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작은 잔에 진하게 나오는 이 커피에 설탕을 듬뿍 넣어 휘휘 저어 마신다. 한국인에게는 아메리카노가 기본이듯 포르투갈인은 에스프레소인 카페(Café, 비카)를 일상적으로 마신다. 작은 잔에 나온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한 방울 넣으면 카페 핑가두 Café pingado이다. 메이아 드 레이트 Meia de leite는 좀 더 큰 잔에 커피 반, 우유 반을 넣는다. 일종의 카페라테라고 할 수 있다. 높이가 있는 유리잔에 우유의 양을 늘려 넣은 커피는 갈랑 Galão이라고 한다. 술을 약간 넣은 커피는 카페 콩 세리뉴 Café com cherinho이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부어 희석하는 아메리카노는 아바타나두 Abatanado가 가장 가깝다. 다만, 주문하면 잔이 생각보다 작아서 당황할 수 있다. 이처럼 포르투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커피 종류가 있고, 커피에 곁들일 달콤한 디저트는 더 많다.


포르투갈 커피 종류




그러나 아이스커피는 없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차가운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여름에도 당연히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관광지에서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면 얼음 잔을 따로 가져다주지만,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커피와 얼음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조합이 아니다. 서울 주요 상권에서 몇십, 몇백 미터마다 하나씩 있는 스타벅스는 포르투갈에서는 몇 군데 드물게 있다. 각양각색 아름다운 카페는 포르투갈 거리를 더 개성 넘치고 돋보이게 하는 장치다. 따뜻하게 데워진 잔에 담긴 원하는 커피를 그 자리에서 즐기는 문화라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주문할 때 테이크아웃인지도 묻지 않는데, 일회용 컵이 없으니 테이크아웃이란 개념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일을 하며 자양강장제처럼 섭취할 수도 없다. 세계 주요 대도시에 있는 스타벅스처럼 카페에서 일을 한다거나 업무 미팅을 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들에게 커피는 오롯한 휴식이며, 휴식 시간에 틈틈이 카페에 들러 저렴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빠르게 들이켜곤 한다. 또는 커피 한 잔에 여러 디저트를 시켜서 수다를 떨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포르투갈어 주문을 알아듣지는 못하더라도 ‘우유 한 방울 넣은 작은 커피 하나요. 디카페인으로요. 컵은 뜨거운 물에 헹궈주세요’와 같은 포르투갈인의 확실한 커피 취향은 분명 낯설지 않은 풍경일 것이다. ‘수프가 먼저냐, 면이 먼저냐, 면을 꼬들꼬들 익히느냐, 푹 익히느냐, 고춧가루를 넣느냐, 마느냐’와 같은 한국인 개개인의 확고한 라면 취향에 비견될 수 있을 것 같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커피를 맛볼 기회였는데 나는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콩닥콩닥 날뛰는 사람이다. 지금껏 카페인 섭취를 잘하지 못해도 상관이 없었는데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커피가 잘 맞지 않는 체질이 무척 아쉬웠다.


에스프레소인 카페(비카)


높이가 있는 유리잔에 우유 양을 늘려넣은 갈랑


포르투갈어 주문을 알아듣지는 못하더라도 ‘우유 한 방울 넣은 작은 커피 하나요. 디카페인으로요. 컵은 뜨거운 물에 헹궈주세요’ 같은 포르투갈인의 확실한 커피 취향은 분명 낯설지 않은 풍경일 것이다. 수프가 먼저냐, 면이 먼저냐, 면을 꼬들꼬들 익히느냐, 푹 익히느냐, 고춧가루를 넣느냐, 마느냐’와 같은 한국인 개개인의 확고한 라면 취향에 비견될 수 있을 것 같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나는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두근 날뛰는 사람이다. 지금껏 카페인 섭취를 잘 못해도 상관이 없었는데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커피가 잘 맞지 않는 체질에 무척 아쉬웠다.



참고자료


알렉산드라 클로보우크 지음, <첫, 리스본>, 김진아 옮김, 안그라픽스, 2018.06.25

최경화, <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 모요사, 2020.02.28, 171~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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