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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pr 10. 2022

일방적 이혼 통보에 정신 붙잡고 이혼 결정에 이르기까지

협의이혼에 이른 실질적인 과정(1): 지인과의 대화, 변호사 상담

앞선 글에서 이혼의 종류(https://brunch.co.kr/@smilepearlll/209)에 대해서 개괄적인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런 내용을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전혀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로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이혼하고 싶다. 자신은 결혼생활 유지를 위해서 전혀 노력할 마음이 없고 자신의 입장은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통보를 받아서 일차적으로는 정신적인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혼 결정에 앞서서 일단 상대방이 내세운 이혼을 하고 싶은 이유가 이혼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협의이혼과 이혼소송의 차이를 알았고, 어떤 이혼 방식이 저에게 유리한지 따져봤습니다. 이번에는 이혼 통보를 받은 뒤 어떤 실질적인 과정을 거쳐서 저도 이혼을 하기로 결정했는지 정리했습니다.




이때까지 저는 제 인생에서 이혼을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더군다나 상대방이 내세운 ‘자신의 부모에게 내가 잘하지 못하고, 우리는 성격차이가 극심하다’라는 이혼사유(관련 글: 그가 말한 이혼 사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부부갈등은 계속 있었지만 대화로 풀고 서로 좀 더 양보하고 노력하고, 부부 심리상담 등을 받으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노력할 여지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는 충분히 그럴 의사가 있었고요. 상대방에게 부부상담도 먼저 제안했습니다만 거절당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 결혼생활은 제가 먼저 이혼을 요구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상황이 닥치고 게다가 상대방이 문제의 주요 원인을 제 탓으로 돌리니 처음에는 제가 좀 더 노력하면 느리더라도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혼은 인생에서 너무 큰일이라서 과연 이 상황에서 이혼만이 유일한 방법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즉, 저는 제가 이혼을 해도 ‘괜찮다’라는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협의이혼은 부부 양방이 모두 동의해야 성립하기 때문에 일단은 상대방이 제 탓을 하며 내세운 이혼사유가 타당한지(내가 정말로 상대방에 말한 대로 결혼생활에 부적합한 사람인지, 내가 더 노력할 부분은 없었는지 등도 포함), 만일에 내가 계속 결혼을 고집해서 상대방이 소송까지 제기하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는 과연 이 결혼을 계속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전방위적으로 머리가 터질 정도로 생각하고 이 생각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다음은 제가 이혼에 점차 확신에 이른 구체적인 행동 방안입니다.




1. 나를 잘 아는 지인과의 적극적인 대화


우선, 저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제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하고 여러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정신이 아득한 상황에서 세상에서 저를 제외하면 제 인생을 가장 염려할 엄마와 여동생 등 가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2030 세대에게도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상당한 보수적인 부분을 감내하는 측면이 있기에 제 또래 유부녀 친구와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상대방이 하는 요구가 불합리할지언정 한국 사회에서 결혼하면 우리 세대에서도 어느 가정이든 벌어지는 일인지, 상대방이 말한 대로 내가 유별하게 내 생각만 고집했는지 등에 대해서 또래 친구의 결혼 경험과 생각을 들었습니다. 먼저 이혼을 경험한 지인에게도 조언을 받았습니다.


이런 대화 과정에서 제 결혼생활은 관계의 균형이 심하게 뒤틀려 있고, 상대방이 저에게 배려가 매우 부족하며, 앞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면 제가 감내해야 할 상황이나 일들이 너무 많고, 과연 그럴 만큼 현재의 결혼이 나에게 가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감사한 대화 상대들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들려주었지만, ‘자신들이 내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결국은 내가 감내해야 할 몫이니, 이혼은 너무 큰 일이니까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제 이혼 과정이 거의 마무리에 이르렀을 때 나중에 말하기로 ‘혹시라도 내가 그 비상식적인 요구들을 감내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릴까 봐’ 많이 염려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2. 변호사 상담


상대방이 이혼을 언급한 직후에 바로 법률 자문도 받았습니다. 변호사 상담은 처음이어서 긴장했는데요. 로톡(https://www.lawtalk.co.kr)에서 이혼 분야 경험이 많고 괜찮아 보이는 변호사를 선택해서 15분 전화상담을 받았습니다. 비용은 변호사에 따라 2만 원~3만 원 선입니다. 저는 크게 두 가지를 상담했습니다. 상대방이 말하는 이혼사유가 이혼사유에 해당하는지, 한편으로 저도 시가에서 제 가정에 금전을 요구하는 등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고 의존하는 것 등을 이혼사유로 내세울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우선 상대방이 말하는 ‘자신의 부모에게 잘하지 못한다’라는 이유는 전혀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제가 제기한 이혼 사유도 크게 보면 시댁과의 갈등인데, 부당한 대우라고 보기는 어렵고 갈등이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혼인 유지의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나중에 결혼 전에 상대방이 제 결혼 결정 여부에 영향을 미쳤을 자신의 부모의 사생활과 경제 수준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도 이혼사유에 해당하는지 상담받을까 싶었는데, 아마도 이혼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제가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이 상담 이후에 현재 내 상황은 재판상 이혼에 해당하기는 어렵고, 원만한 협의이혼에 집중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변호사 상담으로 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했고, 이때부터는 오히려 만일에 상대방이 2년 동안 참았다며 갑자기 이혼 요구를 했듯이 이번에는 또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협의이혼을 못 한다고 하면 불가피하게 별 소득도 없을 재판상 이혼까지 진행하겠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이혼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이혼을 마음먹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뎠는데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변호사 상담에서 현재 상황에서도 이혼 소송 청구는 가능하지만 법에서 정하는 명백한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에서 이혼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고, 이혼소송을 진행할 경우 상대방이 한 말과 행동보다 과장해서 이혼소송을 청구하며, 이혼소송에 돌입하면 주장과 증거를 과장하는 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결혼이야기(2019)> 속 결혼생활 당시는 별문제 삼지 않고 이해한 상대방의 결점이나 치부를 필요 이상으로 공격하는 이혼 법정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이혼 위자료를 잘 인정하지 않고, 유책사유 ‘1.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의 경우에도 최대 인정하는 이혼 위자료가 3,000만 원 정도로 박하기 때문에 만일에 이혼소송을 고려한다면 이 부분을 감안하라고 했습니다.


저처럼 크게 보면 시가와의 갈등, 배우자의 강요가 이혼 사유인 경우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지만, 관련 통화나 녹취록, 카카오톡, 시댁과의 관계에 대한 대화가 담긴 녹음, 정신적 고통을 입증할 일기나 수기 등을 입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상대방이 한 말이나 행동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기에 이때부터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상대방이 이혼 소송을 청구하거나 내가 이혼 소송을 청구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그간의 결혼생활과 이혼 진행에 대해서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는 전부 녹음했습니다. 또한 상대방은 제가 자신의 부모에게 못했다고 계속 주장을 하기에 상대방 부모에게 대형 꽃바구니, 직접 만든 디퓨저, 직접 쓴 손편지, 고급 참기름 세트 등 선물을 보내거나 안부 문자를 했을 때 상대방 부모가 저에게 고맙다고 사진까지 찍어서 보낸 문자를 지우지 않고 관리했습니다. 매일 쓰는 일기의 경우는 생각해보니 제가 브런치에 지난 몇 년 동안 제 결혼생활과 남편, 시가와의 관계에 관해서 쓴 솔직한 글이 있어서 이를 활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과 혼란의 시간을 겪은 뒤, 막상 이혼을 결정하고 앞으로 저 자신에게 유리한 이혼 상황을 이끌어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제는 괜히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을 하지 말고, 충돌이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상대방에게 저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빼내고(빼먹고), 상황을 저에게 유리하게 이끌어서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주도권을 계속 상대방 자신이 쥐고 있다고 착각하도록 제 화법도 점차 바꿔 나갔습니다. 물론, 이렇게 마음을 먹었다고 단번에 마음속 상처가 아물거나 경미한 불안증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두고, 이혼 과정에서 제가 처리해야 할 일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에서 하나씩 헤쳐나갔습니다.


(추후, 협의이혼에 이른 실질적인 과정(2)에서는 상대방(배우자)과의 대화, 개인 심리상담에 대해서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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