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무의미를 외치는 고학력자의 모순성에 대해서
그럼, 앞으로 대학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체 왜 그럴까?
모순적이게도 ‘이제는 대학은 의미와 가치가 없다’라고 대중 앞에서 설파하는 이들(대부분 교수들)은 심지어 해외 유학까지 마친 누구보다 고학력자로서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제 역할을 잃은 오늘날의 대학은 사라져도 된다’라는 이들의 주장은 대학이 창조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시대의 흐름을 ‘더’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보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표현일 뿐이다. 대학의 가치를 정말로 부정하며 ‘이제 대학은 의미 없는 세상이니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라는 주장이 결코 아니다. 이들은 현재의 경직되고 취업에 치중한 대학 교육이 학생들이 좀 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대학이 이런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나는 이 말에도 동의하지 않으며, 대학의 가장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한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대학이 없어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점’도’ 있으니 보완해서 제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일종의 제언에 가깝다.
누구보다 고학력자인 이들에게 질문을 바꿔서 대학교가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을 묻는다면? 현재 자신이 고등학교 졸업반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묻는다면? 대학이 의미 없다는 주장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대학교에 오랫동안 교수로서 재직한 이들에게 그럼, 학생들을 지금까지 어떤 태도로 가르치고 대해왔는지도 묻고 싶다. 현재 대학 교육의 한계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나름은 학생들의 창조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는 수업을 지향해오지 않았을까. 이들이 강조하는 창조성과 다양성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형성될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과연 대학만큼 자유로운 환경이 있을까. 무엇보다 대중이라는 불특정 다수가 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외모가 출중해서? 인간 됨됨이가 훌륭해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들이 획득한 ‘학력자본’ 때문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