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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ul 10. 2024

공감능력 0, ‘나르시시스트’, 대체 왜 그럴까?

나르시시스트의 탄생 과정

영화 <클로저>의 댄은 왜 자기중심적으로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로 성장했을까.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의 방향이 온통 자신에게 향하는 나르시시즘의 단계를 거치고, 이 단계를 무사히 지났다고 하더라도 힘든 일을 겪어서 자아 강도가 약해지면 퇴보해 다시 주변을 보지 못하고 모든 사랑의 감정을 자기에게 쏟아붓는 나르시시즘 시기에 잠시 머무르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약간 더 좋게 보는 ‘긍정적 자기 환상(Positive illusions)’은 긍정적 정서를 야기해 자존감을 유지하고 심리적 불편감을 줄이며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약간의 ‘자뻑’은 정신 건강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며, 대부분의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 Positive illusions 상태로 살아간다. 이처럼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 나르시시스트의 면모를 띠고 있고,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지향적인 사랑의 감정을 매일 오가며 살아가고 있다.


일상적이고 적응적인 자기애가 아니라 병적인 자기애라고 부를 만한 나르시시즘 상태에 고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생 유병률이 1% 미만으로 알려진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로 진단받지 않더라도, 웅대하고 과대평가한 자기상에 사로잡혀 타인의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타인을 무시하고 착취하는 한편, 과도한 찬사와 인정, 칭찬을 요구해 주변 사람을 괴롭게 하는 주변의 나르시시스트들은 대체 왜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 걸까. 여러 심리학 이론과 가설에서 얻은 통찰을 종합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우선,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주요 특징은 아래 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자기애성 성격(나르시시즘)의 핵심은 실제보다 자기 자신을 훨씬 괜찮고 나은 사람, 특별한 사람으로 부풀려서 인식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머릿속에서 창조한 과장되고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자기상에 갇혀 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현실에서의 자기, 실제로 인식해야 할 자기는 (자기가 생각하기에) 너무 초라하고 별 볼 일 없어서 자기가 믿고 싶은 웅대한 자기상을 붙잡고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셈이다.


1.

자신에 대한 비현실적인 과대평가가 나타나는 이유는 특히, 어린 시절 감당할 수 없는 너무 큰 좌절을 겪거나, 반대로 너무 좌절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혼나고 억울한 마음에 ‘아마도 저분들은 친부모님이 아닐 거야. 소설이나 영화처럼 나에게도 출생이 비밀이 있을 거야. 우리 친부모님은 절대 야단치지 않는 다정하고 좋을 분들일 거야. 나처럼 잘나고 특별한 아이가 혼나는 건 말이 안 되잖아’라며 현실을 왜곡해 자기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의 자기를 향한 공상이 일시에 그치지 않고 반복돼 굳어지면 자기애성 성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학대나 방임, 방치 등 제대로 된 돌봄과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생존 전략으로 (일종의 영웅 신화처럼) 비현실적인 웅대한 자기상을 창조하기는 더욱 쉬워진다.


반대로 야단 한번 치지 않고 무조건 오냐오냐 하며, 아이의 모든 욕구를 채워주려 하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상처받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아이에게 닥칠 모든 장애물을 예상해 가능한 미리 다 치워놓는 등 온실 속의 화초나 수족관의 물고기처럼 너무나도 완벽하게 조성된 환경에서 금지옥엽, 애지중지 자라도록 해도 자기애성 성격에 고착될 수 있다. 바깥세상인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마치 웃기만 해도 어른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는 아기처럼 익숙한 자기 세상에서는 늘 사랑과 칭찬, 인정, 돌봄을 ‘받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이다. 신체는 성인으로 성장했어도 정신은 어린이도 유아도 아닌 갓난아기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2.

어렸을 때 부모와 주변의 과도한 기대 속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받으며 성장해도 자기애성 성격에 고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이나 과학 등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보이며 뛰어난 재능을 나타낼 때, 남아선호사상이 뚜렷하던 시절에 마침내 기다리던 막둥이 아들이 태어났을 때, 가부장적 질서가 지배적이던 시절에 큰아들에 대한 특별대우 등이 해당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너는 특별한 아이야’, ‘너는 (사람들에게 또는 가족 내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해’, ‘너는 특별한 아이이니 사람들이 너를 “절대로” 비판하거나 함부로 대할 수 없어’ 등 특별하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면,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해지고, 한편으로는 타인의 관심이나 칭찬, 인정에 민감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때 칭찬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좌절하는 환경에 놓였을 때 ‘불안’을 수용하지 못하고 불안을 회피하고 부정하는 전략으로 기존에 특별하다고 인정받던 자신의 긍정적인 특성을 크게 부풀려 이상적인 자기상을 만들게 된다. 어렸을 때 모두에게 인정받던 행복한 과거에만 사로잡혀(일종의 집착) 현실의 자기와 이상적 자기를 변별하지 못하고, 현실을 왜곡해 계속 자신은 대단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웅대한 자기상에 갇히면 자기애적 성격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영화 <타이타닉>의 칼은 로즈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것은 왕족을 위한 보석이고, 우리가 바로 현대의 왕족’이라고 말하고, 로즈의 엄마 루스는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보트가 부족해 승객 절반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구명정에는 1등급은 없는지 붐빌까 봐 염려된다’는 한심하고 편협한 소리를 아무런 부끄럼 없이 내뱉는다. 아마도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받고, 찬사와 인정받기는 당연했을 것이다. 늘 특별하다고 믿는 사람과만 어울리며 자신들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부)와 계급적 특권을 대물림하는 방향으로 이미 정해진 루트 대로 안정적이고 평탄하게 성장했을 것이다. 이처럼 늘날의 시각에서 옛날 계급사회에서의 왕이나 귀족 등의 특권층은 기본적으로 모두 나르시시스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 특히, 우리나라에서 아이의 학교 성적에만 과도한 가치를 부여해 학교 성적이 좋거나 고득점을 위해 공부를 하는 아이를 특별한 존재로 떠받들고, 심지어 이 아이가 특권의식을 내비치거나 이유 없이 친구나 선생님, 타인을 깔보고 무시 또는 차별하는 행동을 해도 ‘공부를 잘하니까 그럴 만하다’라거나, ‘학업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 거’라며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를 회피하고 용인할 때,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잘났다는 환상에 갇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나르시시시트로 성장하게 된다. 사실 경쟁이 치열하고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타인과 비교하기 쉽고, 사회 계층이 계급으로 고착화하는 단계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나르시시스트가 탄생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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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시시스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생한 영상으로 들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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