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의 소소한 사회상
중국에서 도저히 적응이 어려웠던 상황과 현지에서 보고 들은 소소한 사회상을 간략하게 정리하려고 한다.
우선, 여행지로써 중국 시안의 매력은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다. 다른 글에서도 썼듯이 주요 관광지에서 다른 외국어보다 한국어를 우선으로 한 안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안은 여타 세계 주요 관광지에 비하면 한국인 관광객 수가 많은 편은 아닌 듯하고, 대체로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는 현지인들이 찾는 역사/문화 도시인 듯한데, 그럼에도, 시안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 가운데 한국인 비율이 높은 건가 싶기도 하다. 현지 가이드님 말씀으로는 시안에 삼성 반도체 공장이 있어서 현지인을 고용하고, 중국에서도 한국 드라마 등 콘텐츠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한국을 향한 우호적인 정서가 기본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한다. 특히, 현지인에게 한국 남성은 깔끔하고 매너 좋고 친절하다는 인식이 강해서 인기가 좋다고. 한국인에게 우호적이지만 한국인이 선호하는 인기 관광지가 아니기에(심지어 국내 가이드북도 없다) 한국인 관광객 수가 많지 않은 점도 여행지로써 중국 시안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가이드님 말씀으로는) 중국도 산업화에 따른 소득 수준이 높아진 반면, 고용은 불안하고 경쟁은 치열하고(특히, 높은 교육비 문제) 개인주의가 강화돼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 우리나라처럼 낮은 출산율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진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 인구는 2022년 말 기준 14억 1,1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85만 명 줄었으며, 중국에서 인구가 감소한 것은 61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2023년 합계 출산율은 1.0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0.72명)와 머지않아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가 될 것 같다. 한편, 시안에도 중국 토종 인기 프랜차이즈 루이싱커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맥카페 등이 있고 가이드님은 커피를 즐겨 마시지만, 중국에 커피 문화가 도입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정착했다고 할 수 없고, 여전히 많은 중국인은 커피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에서 적응이 가장 어려웠던 상황은 바로 화장실 문화이다. 시안 도심의 호텔이나 도심의 관광지에서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는데, 건릉(고종과 측천무후의 능) 등 외곽의 주요 관광지나 그 주변의 식당만 하더라도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한번은 마음 놓고 식당의 화장실에 갔다가 칸막이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볼일을 보고 계신 어르신을 보고 기함을 토했다. 하필 용변기의 칸이 넓게 설계된 곳이라 대문짝만 한 문이 열려 있어서 나도 모르게 ‘헉’ 소리를 내뱉었다. 4박 5일 중에 다른 한번도 역시 외곽의 관광지였는데, 적나라함을 매우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단수가 되었는지 화장실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서 사용을 포기한 적도 있다. 15년 전에 중국에서 유학을 한 친구 말로는 예전에는 정화 장치가 한 곳에만 설치돼 있어서 그곳에서 물을 흘려보냈을 때 비로소 다른 용변기들도 다 같이 세척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는 중국인들이 특별히 지저분하다기보다는 특히, 완전한 내륙에 위치한 시안의 경우 오랜 물부족이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비흡연자로서 장소를 가리지 않는 당당한 흡연도 견디기 힘들었다. 식당에서의 흡연도 무척 자연스러웠는데, 집안에 재떨이가 구비돼 있고 아버지의 실내 흡연을 온 가족이 감내하던 20~30여 년 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새치기도 문화 충격이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적었으며, 화장실과는 별개로 길에서 곰팡이가 잔뜩 핀 사과를 판매하는 행위에서는 위생 관념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유명 관광지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조차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시안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적어서인지, 중국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중국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한 자문화중심주의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외국인이고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뻔히 알면서도 계속 중국어로 이것저것을 안내하고 요구하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소통을 위한 행위는 아니기에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인 유적지를 표방하는 관광지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비전문적이고 게으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중국인만의 특성은 아니며, 똘레랑스의 나라라는 인식과는 별개로 자문화중심주의 특성이 강한 프랑스도 15년 전 방문했을 때 특히, 어르신들은 아무렇지 않게 프랑스어로 말을 걸거나 심지어 이를 이해 못 하면 야단(?)을 치기도 했다;; 또한 유럽의 여행지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들은 (자기들 나라가 아닌 심지어 유럽에서 만난) 내가 너무나도 당연히 영어를 구사한다고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대뜸 영어로 말을 거는 행위가 항상 자연스럽다. 이때도 늘 이번 중국에서 느낀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옆에 앉은 젊은 중국 여성이 아주 간단한 영어도 구사하지 못해서 승무원에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이 미흡해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없고 영어를 강조하지 않아서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없는 건가 싶기도 했다. 중국인의 영어 교육에 대한 이해는 중국을 잘 아는 친구를 만나면 물어보는 나만의 과제로 남겨두기로 했다.
참고자료
조영빈 기자, <중국 인구 14억→5억 된다... 한국 바싹 따라온 중국 저출생 대안은>, 한국일보, 202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