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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pr 13. 2024

중국 오악(五岳) 중 하나인 '화산(华山)' 가는 길

화산(华山) 1편 - 중국 시안

답사 4일 차에는 대망의 화산을 등반했다. 전날에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거센 바람이 무색하게 의외로 산은 고요했다. 베테랑 가이드님도 밤새 호텔 창문으로 부딪히는 바람소리에 염려가 돼 잠을 못 이뤘다고 했는데, ‘산 아래가 바람이 심하면 산 위는 오히려 고요하다’는 현지 호텔 직원의 직감이 맞았다. 오랜 경험으로 쌓인 인간의 암묵지의 정확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중국의 오악(五岳) 중 하나인 ‘화산(华山)’은 시안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120km 떨어져 있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높이 2,154m의 바위산으로 삼국지에서 위와 촉을 가르던, 제갈량과 사마의의 싸움에서 언급되던 진령산맥에 위치한 험준한 산이다. 시안(예전의 장안)이 위치한 섬서 분지는 화산을 비롯한 바위 협곡과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서 북부와 서부를 방어하고, 유목 민족의 침입이나 동쪽 세력의 침공을 막는 천혜의 요새였다.

수려한 화산의 절경


화산(華山)이라는 이름은 정상의 다섯 봉우리가 마치 꽃송이가 피어 있는 듯해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중화사상(中華思想)'의 화(華)가 시안의 화산(華山)에서 유래했다고 할 만큼 중국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다. ‘华’는 ‘華’의 간체자이고 오늘날에는 ‘빛나다’라는 의미인데, 옛날에는 꽃(花)이라는 의미로도 같이 썼다고 한다. 아무런 지식이 없어서 처음에는 활화산, 휴화산 등을 지칭하는 화산인 줄 알았는데, 북한산, 계룡산 같은 산의 이름이었다.


참고로 중국의 오악(五岳)은 동쪽으로는 태산(泰山), 서쪽은 화산(华山), 남쪽의 형산(衡山), 북쪽의 항산(恒山), 가운데 중악(中岳)으로는 소림사로 유명한 숭산(嵩山)이다.

중국 오악(五岳)의 위치




이름난 산인만큼 사람으로 항상 북새통을 이룬다고 들었는데, 토요일인데도 관광객이 별로 없다. 바람이 불고 종일 간간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전날 화산 근처에서 1박을 하고 아침을 먹자마자 바로 등산을 왔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 뒤만 해도 사람이 몰려서 케이블카를 타려면 여느 때처럼 1~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셔틀버스를 40분 정도 타고 도착한 서봉 케이블카 입구. 뒤로 보이는 계단을 약 20분 정도 걸어서 올라가야 비로소 케이블카 정거장에 도착한다.


높이 2,154m가 얼마나 높은 지 가늠이 안 되었는데,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한 피르스트의 높이가 2,184m였다. 그때도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탔는데 생각보다 한참 올라가고 고도가 높아지자 중간부터 겁을 조금 먹어서 동생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때 처음으로 내가 경미한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화산에서 케이블카를 탔을 때는 다행히 예전보다 불안감이 덜해서 수려한 경치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


조금 더 와닿도록 국내와 비교한다면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1,947m, 그다음으로 높은 지리산 1,915m, 설악산 1,708m이다. 서울/수도권 거주민에게 익숙한 북한산 836m, 관악산 632m, 조선 궁궐과 종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악산 342m, 서울 시민의 휴식 공간인 남산 270m이다.




한반도에서 화산(2,154m) 보다 높은 산은 백두산(2,744m)이 유일한 만큼 험준한 화산에 이르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화산 지도> (출처: 마이리얼트립)


고도로 발달된 기술로 점철된 현대의 탈것(교통수단)을 적절히 활용한다고 해도


1. 시안에서 출발한다면 화산까지 120km를 버스로 약 2시간 동안 달려야 한다.


2. 화산 매표소에서 케이블카 입구까지 셔틀버스로 서봉은 약 40분, 북봉은 약 10분이 소요된다.


케이블카 입구에 도착했다고 끝이 아니다.


3. 케이블카 입구에서 케이블카 정거장까지 걸어서 계단을 약 20분 정도 올라야 한다.


이번에 우리 답사 일행은 체력을 아끼고자 모노레일을 이용했다. 계단공포증이 있는 나에게는 모노레일은 천군만마 같았다. 모노레일이 없었다면 아마도 일행에서 많이 뒤처졌을 것이다.


모노레일에서 내리자 마침내 나타난 케이블카 정거장


마침내 케이블카 정거장에 도착,


4. 케이블카를 타고 서봉(2,080m)까지 약 25분이 소요된다. (참고로 북봉은 편도 약 10분이 걸린다.)


서안 도심의 해발고도는 약 400m, 서봉 케이블카 정거장의 고도는 약 1,100m, 케이블카 도착 정거장의 고도는 약 1,900m이다. 거의 1,000m의 고도를 케이블카로 약 25분 만에 올라가는 셈이다. 지상에서 100m는 짧은 거리지만 산의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등산 난이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이해하고 있다면, 1,000m의 고도를 25분 만에 주파하는 케이블카가 얼마나 대단한 기술의 총체인지 감탄할 수밖에 없다.

화산의 케이블카


대기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도 티켓을 구매하고,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화산 매표소에서 셔틀버스-계단(모노레일)-케이블카를 이용해 서봉까지 최소 1시간 30분 이상 걸린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화산은 중국 시안에서 유일하게 국제적인 관광지라고 느낀 곳이다. 호텔이나 공항에서조차 기본적으로는 자국어를 구사하는 경향이 짙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화산의 셔틀버스 안에서 영어 안내 방송을 들었다. 유니섹스 화장실도 설치돼 있는데 자국중심주의가 강한 중국에 그새 익숙해져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낯설기 그지없었다.


중국인을 제외하면 그다음으로는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지 화산 곳곳의 안내 표지판에 중국어와 한국어를 나란히 표기해서 방향을 찾기가 수월해서 좋았다.


시안 시내에서 화산까지 버스로 약 2시간(120km) 정도 걸린다.
험하지만 산세가 조화로운 화산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화산(华山)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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