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를 작성할 때만큼은 가장 기획자적인 마인드로 일해야 합니다. 글의 전체적인 짜임을 구성하는 단계입니다. 큰 숲을 그리는 전체적인 부분과 작은 나무들의 특색이 잘 돋보이게 정돈해 줘야 합니다.
목차는 내비게이션이다
책을 써보기로 마음먹은 첫날 ‘나는 하루에 글을 3편씩 써서 100일 안에 초고를 완성해야지!’, ‘내가 손이 느려서 그렇지. 이미 책 한 권을 쓰고도 남았지.’라는 오만한 다짐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하얀 종이 위에 생각을 글로 꺼내려는 순간 부풀었던 풍선이 바늘에라도 찔린 듯 한순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점점 쓸 말이 없어집니다. 그렇게 책 쓰기 열정은 힘을 잃고 맙니다. 저 역시 이런 식의 악순환으로 수십 권의 책을 쓰다 접게 되었습니다.
요즘 시대에 내비게이션 없이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간다는 건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글쓰기에서 목차는 ‘초고 완성’이라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우리를 이끌어 줄 친절한 내비게이션이 되어줍니다.
목차 구성에 공을 들여놓으면 ‘그다음에 뭘 쓰지?’라는 고민에서 해방됩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글쓰기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늘 쓸 글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됩니다.
글쓰기 뼈대 만들기
그럼 목차는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요? 저는 목차 구성을 이런 방법으로 합니다. 책을 왜 쓰게 되었는지 – 나는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 그 결과가 어떤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엄마의 느린 글쓰기』 목차를 살펴보면 먼저 글을 왜 써야 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저의 상황을 썼습니다. 중간 부분에는 글을 쓰는 구체적인 방법과 활용법을 제시하며 저만의 글쓰기 노하우를 쏟아 냅니다. 마지막에는 글을 쓰고 난 후 저의 변화된 모습에 대해 보여주면서 마무리합니다.
5개의 큰 장으로 이루어졌고, 1장 6개, 2장 17개, 3장 23개, 4장 13개, 5장 6개 프롤로그, 에필로그 총 67개의 꼭지 글로 책 한 권을 만들었습니다. 숫자로 하나, 둘 세어보니 이 많은 걸 언제 다 썼나 싶은 마음이 드네요.
목차 제목 꾸미기
처음 목차를 구성할 때는 글을 쓰기 위한 키워드만 적어서 글을 쓰는 데 더 집중합니다. 글이 어느 정도 쌓이고 나면, 목차 제목을 독자의 마음에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수정합니다.
8살의 나 만나기 _ 어린 시절 → 8세의 내가 울고 있다 _ 어린 시절
몸 튼튼 마음 튼튼 _ 운동 일지 → 몸과 마음은 하나다 _ 운동 일지
목차를 처음부터 튼튼하게 잡아두고 글을 쓴다면 훨씬 편한 글쓰기 길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두 권의 책을 쓰면서도 목차는 마지막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완벽하길 바랄 수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큰 틀을 잡는 정도로 목차를 작성하고, 글을 써나가면서 계속 추가, 수정하며 목차를 완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