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거래
♧. 수상한 거래
남편이 취직했다.
직장인이 된 남편은 바빠졌다. 저녁까지 해결하고 들어오기 일쑤였고, 자주 귀가가 늦어졌다.
남편이 늦게 귀가하면 그의 몫으로 지어 놓은 저녁밥과 찬거리 덕분에 이튿날 아침밥은 짓지 않아도 되고, 남은 시간을 활용해 더 많은 부업을 할 수 있었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마스크 팩 접기 부업을 늘렸다. 24시간이 빠듯했다.
그녀는 예사로이 늦어지는 남편의 귀가를 칭찬했다.
“당신이 저녁까지 먹고 들어오니 내 손이 덜 가서 좀 수월해. 누가 저녁을 사 준다고 하면, 망설이지 말고 얻어먹고 들어와요. 응?”
남편은 아픈 부모님만 돌보고 부업을 그만두라고 했지만, 그가 갖다 주는 돈의 금액이 늘어날수록 욕심이 늘어났다.
남편의 월급은 차곡차곡 모아 대출을 갚고, 그녀가 부업으로 번 돈은 생활비로 보탠다면 금세 재기할 거라는 꿈은 현실과 직결되었다.
어느 날, 새벽녘에 들어온 남편은 물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당신, 알고 싶지 않아?”
“뭐, 수상쩍긴 한데, 어떤 일을 하든 관심 없어요. 아니 돈 봉투만 가져다준다면 어떠한 일을 하든, 상관없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돈이 중요하지, 뭐.”
그녀를 외면하고 창밖을 바라보던 남편은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날 밤 순정은 밤을 꼴딱 새워 부업을 했다.
남편은 더욱 바빠졌다.
종종 상갓집이니, 모임, 갖가지 핑계로 외박을 했다. 가끔 색다른 냄새를 묻히고 들어온 날이면 선물 꾸러미를 안겨주는 남편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새삼 아내가 귀해지는가. 품은 의심은 그 정도였다. 설사 외도를 했더라도 밤을 새우고 들어온 남편을 위해 아침 잠자리를 봐주고, 늦은 점심을 차려주며 돈을 벌어오는 남편에 대한 응당한 대접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주말에 집을 나서는 남편의 뒤 꼭지에 성의 없는 눈길을 슬쩍 주고, 현관문을 닫아걸었다.
방금 나간 현관문을 따고 들어온 그는 ‘내가 없는 것이 그렇게 좋아? 내가 아예 나가줄까?’라고 물었다. 그 질문에 싱거운 사람이라며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내몰았다.
현관 앞에서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던 남편의 눈동자는 공허해 보였다.
그날 남편은 일찍 귀가했다. 손에는 생선 초밥이 들려 있었다.
“당신 생각이 있는 사람이에요, 없는 사람이에요! 우리 형편에 생선 초밥이라니? 나는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밤을 꼬박 새우는 날이 허다한데.”
“그게… 그러니까… 공돈이 생겨서.”
“공돈이 생겼으면 현찰로 줘야죠. 적금을 부어야 하는데….”
밥 생각이 없다며 방으로 들어간 남편을 팽개쳐 놓고, 시어른들과 초밥을 다 먹어 치웠다. 어찌 그리 달고 맛있던지.
이튿날 남편은 외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