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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시연 Oct 27. 2024

자격증을 따다.

미장원 업무가 끝나도 소화와 민아는 언제나 바빴다.


셔터를 내리고 원장님이나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고참인 언니들에게 미용 기술을 알려줄 때 소화와 민아도 참관하면서 배웠기 때문이다. 언니들은 각자 준비한 가발에 실전같이 다양한 미용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면 원장님이나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고 다시 하게끔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화와 민아의 눈에도 점차 발전하는 언니들의 실력에 감탄할 정도였다. 언니들은 이번에 실기시험을 볼 예정이라서 그런지 더욱 열심히 했다.


“소화와 민아도 이리 와 봐!”


원장님은 낮에는 꼭 이름에 호칭을 붙여서 불렀지만 업무가 끝나면 그냥 편하게 이름을 불렀다. 


“미용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 바로 가위야. 모든 미용은 가위로 시작하거든. 그래서 가위질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나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가위 잡는 것을 잘 봤겠지. 어디 가위를 한 번씩 잡아봐.”


원장님이 내민 가위를 소화와 민아는 어설프지만 잡아 보았다. 원장님은 가위를 잡은 소화와 민아의 손을 보고 각도와 손가락의 움직임에 대하여 체크를 하면서 지도해 주었다. 그리고 난 후 소화와 민아에게 긴 머리의 마네킹을 하나씩 주었다.


“오늘부터 소화와 민아도 미용 기술을 배울 거야. 미용 도구에는 가위가 가장 중요하다면 미용 기술에 있어서 가장 기본은 커트야. 진짜 실력자는 커트를 잘하는 사람이야. 커트할 때는 이런 식으로 잡고 가위질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가위로 손가락을 벨 수도 있으니깐 주의해야 해.”


원장님은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시범을 보여 주었다. 소화와 민아는 원장님의 설명대로 신중하게 가발 머리를 커트하기 시작했다. 


“신중한 것도 좋지만 너무 소심하게 자르면 머리카락이 제대로 안 잘려. 과감할 땐 과감하게 해야지. 다만 손가락을 베거나 찔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해.”


이후 소화와 민아는 밤늦도록 미장원에서 커트하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둘 중 하나가 ‘그만하고 자자’라고 할 때까지 둘은 멈추지 않고 열심히 했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언니들은 모두 실기시험에 합격해서 자격증을 땄다. 언니들이 자격증을 딴 날 조촐하게 미장원에서 파티가 열렸다. 원장님과 디자이너 선생님들도 모두 참석해서 축하해 주었다.


“진아, 미숙, 숙희 너희들 정말 수고했다. 너희들이 처음 미장원에 들어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나 되었구나.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잘 이겨내고 자격증 따서 정말 기뻐. 이건 내 선물이야.”


원장님은 포장된 선물을 언니들한테 한 개씩 주었다. 원장님에게 선물을 받자마자 진아 언니는 선물에 입맞춤하고 미숙 언니와 숙희 언니도 감격해서 선물을 껴안았다. 성미 급한 진아 언니가 선물의 포장을 뜯으니깐 반짝반짝 빛나는 가위가 나왔다. 소화와 민아는 가위가 선물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원장님! 감사합니다. 이 가위를 얼마나 받고 싶었는지 몰라요. 드디어 이 가위를 받게 되어서 너무나 기뻐요.”

“너희들이 자격증을 따서 나도 기쁘구나! 여기 선생님들도 기쁘실 거야. 소화와 민아도 언니들처럼 자격증을 따려면 열심히 해야 해. 알았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 건배하자.”


원장님의 건배 제의에 모두 소주잔을 들었다. 


“처음엔 진아가 하도 덜렁거려서 걱정되긴 했는데 그래도 용케 잘 버텼다. 축하해!”

“박상미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우리 신입 후배들도 절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아뇨. 저희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렇지? 소화야!”


민아는 소화의 옆구리를 냉큼 찔렀다. 그 모습에 다 함께 웃었다.


“자격증 땄다고 이게 다가 아닌 것 알고 있지? 곧 있을 승급 시험도 대비해야 할 거야.”

“그럼요. 얼마나 기다린 승급 시험인데요. 자격증 시험보다 더 까다로운 것이 승급 시험이라고 생각해요.”

“호호호. 그럼 됐어. 참 소화와 민아는 승급 시험에 대해서 알고 있니?”

“아뇨. 처음 들었어요.”


“그럴 거야. 승급 시험은 우리 미장원 내에서 보는 시험인데 승급 시험을 통과하면 하는 업무가 달라지지. 이를테면 손님에게 직접 머리를 할 수 있기에 디자이너로서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보면 되는 거야. 그러니 너희들도 언니들을 보고 잘 따라 하면 돼.”


언니들이 자격증을 딴 것을 축하해 주며 소화와 민아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소화와 민아는 업무가 끝나서 모두 퇴근하면 미장원에서 실기 연습을 했다. 원장님과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알려줄 때도 있고 진아, 미숙, 숙희 언니들이 돌아가면서 가르쳐 주기도 하였다. 오늘은 진아 언니가 가르쳐 주고 방금 돌아갔다. 소화와 민아는 아직도 가위질이 서툴렀다. 마네킹이 쓰고 있는 가발을 보면 들쑥날쑥 제멋대로 머리카락이 잘려 있는 것을 보고 소화와 민아는 함께 웃었다.


“소화야! 우린 한참 멀었다. 영구 머리하고 있는 이 가발들 좀 봐.”

“선생님들이 알려줄 땐 잘 되다가도 우리끼리 하면 왜 엉망이 되는 걸까?”

“그러게. 뭐가 문제일까?”

“선생님들이 알려준 방법대로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해보자. 우선 가위부터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아.”

“좋은 생각이야. 가위를 이렇게 잡고 팔의 각도를 이렇게 해야 어깨가 아프지 않다고 했어.”

“맞아. 그리고 빗질도 중요하다고 했어. 머리카락을 이렇게 잡고 해야 빗질도 잘 되고 잘 자를 수 있다고 했잖아.”

“방금 우리가 말한 것을 생각하면서 다시 커트해 보자.”


소화와 민아는 천천히 다시 커트하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소리부터 좀 전과 달라졌다. 소화와 민아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커트를 시작했다. 잠시 후 소화가 비명을 질렀다.     


“아얏!”

“왜 그래? 손 베였냐?”

“응. 피가 많이 나와.”


민아가 놀라서 소화에게 뛰어왔다. 오자마자 소화의 손가락을 확인하고 나더니 약상자를 가지고 왔다.


“생각보다 많이 베였다. 내일 병원이나 약국이라도 가 봐야겠다.”

“어느 정도 베였는지 지혈되면 알 수 있을 거야.”

“어쩌다가 이랬어?”

“나도 모르게 가위를 너무 곧게 세웠나 봐. 잘하려고 너무 욕심을 부렸지 뭐.”

“선생님들이 가위의 각도가 중요하다고 항상 말씀하셨잖아. 그래야 커트도 잘 되고 손가락도 안 베인다고 했잖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나 봐.”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런데 뭐. 그나저나 베인 손가락을 보자.”


민아는 지혈이 된 소화의 손가락을 찬찬히 살폈다. 그리고 연고를 발라주고 반창고를 붙여 주었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다. 당분간 손에 물을 묻히면 안 되겠다. 손에 물이 닿는 일은 내가 다 할 테니 너는 다른 일을 해. 그래야 빨리 낫지.”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힘들어서 어쩌냐.”

“당연히 내가 해야지. 너도 내가 다치면 다 할 거잖아. 그러니 미안해할 것 없어.”

“알았어. 그리고 고마워.”


소화의 손가락이 낫기까지 손님의 머리를 감기는 것과 수건 빠는 것 등 손에 물을 묻히는 일들은 민아와 함께 진아, 미숙, 숙희 언니들이 번갈아 가면서 도와줬다. 소화는 청소하고 수건 개고 연탄 가는 것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더욱 열심히 했다. 바쁘고 힘들어도 소화와 민아는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실기 연습도 열심히 해서 3년 후에 소화와 민아도 꿈에 그리던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원장님한테 가위를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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