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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시연 Oct 27. 2024

클럽 앞은 위험하다.

저녁때가 되자 미장원으로 가기 위해서 소화와 민아는 팔짱을 끼고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소화의 팔을 잡아당기는 사람이 있었다. 


“어머! 뭐 하는 거예요?”

“아가씨들! 여자끼리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남자 친구 없지?”


소화의 팔을 잡고 있던 남자는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셨던지 혀가 꼬부라져서 발음도 안 되었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이 팔 놓으세요.”

“팔 놓으면 내 여자 친구 할 거야? 벤츠도 태워주고 멋지게 드라이브도 시켜줄게.”

“아프니깐 우선 이 팔을 놓고 말해요!”


소화가 단호하게 말을 하자 남자는 잡고 있던 소화의 팔을 놓았다. 소화가 민아 곁으로 잽싸게 갔을 때 한 무리의 남자들이 소화와 민아 앞으로 다가왔다. 


“인마! 벌써 한 건 했냐? 어제 미국에서 돌아온 놈이 빠르긴 하네. 여전히 실력은 녹슬지 않았구나.”


그들은 소화와 민아를 음흉한 눈으로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더니 만족스러운 듯이 웃었다.


“어린 아가씨들이네.”


그들은 소화와 민아를 향해 연신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들만의 언어로 속닥거렸다. 모두 알아듣지 못해도 소화와 민아 자신들한테 엄청나게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소화와 민아는 정신을 바짝 차리자는 의미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기회를 봐서 이곳을 빨리 도망쳐서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때 무리 중에서 소화의 팔을 잡았던 사람과 동철이라는 사람만 남기고 다른 사람들은 느끼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른 곳으로 어슬렁거리며 사라져 갔다. 곧이어 동철이라는 사람도 자동차를 가지고 온다고 자리를 떴다. 소화와 민아는 눈빛 교환 후 소화의 팔을 잡았던 남자를 함께 힘껏 밀치면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소화와 민아의 분노에 찬 일격에 ‘아이고’ 하면서 뒤로 벌러덩 나가떨어졌다. 소화와 민아는 정신없이 뛰어서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섞여서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까 그놈이 내 팔을 잡는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하늘이 다 노랗더라.”

“그래도 단호하게 대처를 잘하던데.”

“그런 사람들한테는 여지를 주면 안 되거든. 맘 같아서는 박치기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참았다. 그나저나 이젠 미장원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갈지 걱정이다.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려.”

“왜 안 그러겠어. 나라도 놀랐을 거야.”


“설마 그 사람들이 우리 찾으러 다니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지 않을걸. 우리 대신 다른 여자들을 찾겠지. 소화야! 이럴 줄 알고 운동화가 사고 싶었나 봐. 높은 굽 구두를 신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잘 뛸 수가 없었을 거야.”

“우리 둘 다 뜀박질을 잘해서 다행이야.”


“생각해 보니 그놈이 네 팔을 잡았던 곳이 바로 클럽 앞이었어. 그래서 젊은 남자들이랑 여자들이 많았던 거야. 우리가 겁도 없이 그 앞을 지나가고 있었던 거지.”

“아까 그 사람들을 보고 ‘오렌지족’이라고 하는 거지. 어제 미국에서 돌아왔다고 하던데 흥청망청 돈을 쓰고 다니는 것을 보면 집에 돈이 엄청 많은가 봐.”

“오렌지족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엄청나게 돈을 쓴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아. 아까 그 클럽은 압구정에서도 유명한 곳이라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고 진아 언니가 말했었잖아.”

“그 클럽이었어? 그럴 줄 알았으면 그곳을 지나가지 않았지. 멀더라도 돌아서 갔지.”

“아까 그 클럽 앞에 있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연예인 뺨치게 이쁘고 날씬하더라. 남자들도 비싼 옷들만 입고 있었어. 그래서 그 클럽이 물이 좋다고 하나 봐.”


“그래도 난 그런 클럽 근처에는 가고 싶지 않아. 그 남자들이 음흉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는데 기분이 더러웠어. 생각만 해도 소름이 오싹한다.”

“누가 아니래! 무서웠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치고 앞으로 조심하자. 그럼 슬슬 미장원을 향해서 가 볼까! 멀어도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게 안전하겠지.”


그렇게 소화와 민아는 미장원을 코앞에 두고 빙빙 돌아서 미장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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