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은율 Mar 04. 2024

황달이라구요?

-우리의 첫만남

결혼을 하고 오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결혼하고 얼마 안돼서 찾아간 철학관에서 우리 부부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 아이의 소식이 없을 때마다 사주학자의 말이 맴돌았다. 정말 우리 부부 이에는 아이가 없는 걸까?


그런 우리 부부에게 3년 만에 찾아온 복덩이는 아주 큰 기쁨이었다. 초기에 입덧이 심해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뱃속에서 자라나는 존재와 만날 생각에 두려움보다 행복이 컸다.


병원에서는 유도분만을 추천했고, 저녁 먹고 10시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10시까지 몸을 틀어서 딸을 낳았다. 품에 한번 안아보고, 후에 일인 병실로 옮겼을 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황달이라 신생아 집중케어실에 들어간다는 거였다.


아이를 만나러 갔다. 아주 작은 발, 그 발등에 링거 바늘이 꽂혀 있었다. 링거 바늘이 들어갈 때 울었을 아기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의사 선생님이 황달 증상을 설명해주고, 며칠간 치료하는지 얘기를 해주시는데, 그 앞에서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 의사 선생님은 당황해하시며, 그래도 흔들림 없이 설명을 해주셨는데, 며칠 뒤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라고,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씀하셨다. 아이가 집중케어실에 있는 동안 모유수유를 할 수가 없었다. 님편은 회사일이 바빠서 아주 늦은 밤이 되어야 병원에 올 수 있었고, 나는 아이를 만날 수가 없었다. 나는 병실에 누워서 눈물을 쏟아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산후우울증'이란 거였다. 한 일주일은 그런 감정 속에 놓여 있었는데, 아이가 정상적으로 돌아와 품에 안은 후부터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


모성애가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자연분만 이후, 한달 이상을 화장실에 다녀오는게 힘들었고, 밤마다 울어대는 아이 곁에서 수시로 젖을 물리며 잠을 자는 건지 마는 건지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시간이 흘러갔다. 남편은 남편대로 힘들었다. 새벽에 출근해서 자정 즈음에 돌아왔고, 일요일에는 나와 딸을 위해 헌신했다. 아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나는 아이의 곁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육아책을 읽으며 나와 있는대로 하려고 애썼다. 돌무렵 걸으려 할때는 아이가 넘어질까봐 뒤를 바짝 따라다녔다. 그럴 때마다 딸은 내 손을 뿌리쳤다. 혼자 저만지 뒤뚱뒤뚱 걸어가며 신나게 웃었다.


아직도 아이가 아장아장 걷던 장면이 잊혀지질 않는다.


모든 순간이 예뻤지만, 그 순간이 가장 예뻤고 기억에 남는다.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모성애는 태어났고, 다듬어졌다.

지금은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하는 십 대가 되었지만, 내 눈에는 아직도 두 팔에 담겨 있던 아주 작은 존재처럼 보인다. 그렇더라도 아이의 조심스런 날갯짓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어야겠다.  


오늘은 사랑스런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둘째의 에 보이지 않는 날개가 퍼덕거렸다.


아이가 자라나 한 고개를 넘는 것처럼 나 또한 머무르지 않고 함께 고개를 넘을 수 있어야겠다.

아이가 날아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바라보고 서 있는 것도 좋지만, 함께 날아서 함께 세상을 굽어보고 싶다.









이전 06화 잠이 오지 않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