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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Nov 06. 2019

검색의 이유

나는 오늘도 검색을 한다

틈만 나면 하는 행위가 취미라면 나의 취미는 최저가 항공권 검색이다. 정말 틈만 나면 아니 틈을 만들어서 최저가 항공권을 검색한다. 스카이○○○을 비롯한 여러 어플을 이용한다. 장소도 다양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까닭에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를 검색한다. 일본도 검색했으나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공짜로 보내줘도 거기는 가지 말자는 정신승리에 다분히 그윽한 만족감을 느끼는 중이다. 어쨌든 주로 동남아, 중국을 무작위로 검색하거나 핫딜을 알려주는 어플을 통해 항공권 관련 정보를 얻어 검색을 한다.

요새 많은 LCC(Low Cost Carrier)가 생겨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거기에 더해 항공권 검색 사이트도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점점 더 항공권이 싸지는 느낌이다. 가혹한 경쟁에 내몰린 항공사들이 앞다퉈 특가 세일을 내놓아 조금만 바지런을 떨면 꽤 저렴한 항공권을 "get" 할 수 있get다.


가족 여행을 돌이켜보면 첫 해외여행은 2016년 8월 태국이었고 1명당 30여만 원이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2017년 1월 기타큐슈는 15만 원, 2018년 1월 세부는 18만 원 , 9월 오사카 18만 원, 2019년 1월 타이중은 17만 원, 8월 하이난은 20만 원이었다. 이외에도 친구들과 간 해외여행과 출장도 있지만 30만 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꽤 잦은 해외여행의 경험과 검색을 통해 내가 세운 가격의 기준은 태국은 20만 원, 필리핀 마닐라나 세부는 17만 원, 대만은 17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중국 대도시 상하이, 항저우, 북경, 텐진, 시안 등은 15만 원을 넘는다면 가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비자비용도 있기 때문이다. 비자 수수료가 꽤 비싸다. 단수 관광비자가 75000원 정도 한다. 굳이 간다면 하이난은 갈만하다.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사람은 관광비자를 받아야 한다느니, 면비자를 신청해야 한다느니 등등 말은 많지만 내가 몸소 체험해본 바, 무비자로 잘 입국했고 잘 쉬다 왔다. 다만 귀국 항공권과 머무는 동안 있을 호텔 예약 바우처는 인쇄해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얼마나 싸게 항공권을 예약했느냐는 게임 같은 것이다. 중독과도 같다. 신기록 경신을 위해 오늘도 나는 검색을 한다. 내 공인기록에 비해서 1원이라도 싸게 예약한다면 그 쾌감은 꽤 진하다. 그리고 그 쾌감을 위해 오늘도 마약중독자처럼 또는 하이에나처럼 싼 항공권을 찾아 헤맨다. 자주는 아니지만 난감하고 열 받는 상황도 있다. 내가 예약해놓은 항공권이 시간이 지나 점점 비싸지면 그윽한 쾌감을 즐기지만 이게 오히려 싸지는 순간이 있다. 보통 특가 항공권은 환불이 안되거나 변경 수수료가 어마 무시하다. 항공사는 바보가 아니다. 더 싸게 올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여행이 행복할리 없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예매한 곳은 다시 검색해보지 않기로 했다.


웩 더 독(Wag the Dog) 현상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어서 예매하는 것이 아니라 싼 항공권이 있어서 예매하고 예매한 항공권을 어쩌지 못해 나는 간다. 집사람은 나의 이런 취미를 못마땅하게 본다. 첫째는 돈도 없으면서 애들 방학 때마다 여행에 돈을 쓰기 때문이다. 둘째는 동남아는 이제 지겹다. 이왕 갈 거면 남들처럼 유럽을 가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맞다 여행에는 돈이 든다.


요행히 싼 항공권을 샀다 하더라도 4인 가족 70만 원이 기본이고, 거기에 호텔에 식비에 액티비티에 교통비까지 아무리 짠돌이처럼 굴어도 200만 원은 훌쩍이다. 게다가 특가 항공권은 날짜도 내 맘대로 잡기 어려워 여행 일정이 꽤 길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경제상황에서 보면 과소비이다.


그래도 그 정도까지가 내 게임을 위해 감내할 수 있는 판돈이다. 더 크게는 카드 결제일의 후폭풍이 무서워서 엄두를 못 내고 동남아까지 게임의 판을 벌인다.


어쨌든 동남아 안 가고 모았다가 유럽 한 번 가자는 말에 그러마 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유럽을 위해 나의 검색을 한 동안 참아야 하는 것이 매우 힘들 것이다.


아마도 참지 못하고 검색을 하고 특가 항공권을 찾고 벌건 눈으로 아이 엄마에게 놓칠 수 없는 다시는 볼 수 없는 가격이라며 졸라댈 것이 분명하다.

무엇이든지 중독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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