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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명 Apr 09. 2021

성스럽지 못한

결혼2

 사촌언니가 결혼을 한다고 했다. 사촌언니는 상당히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가족 모임이 있으면 꼭 사고를 쳤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싸웠다.


 사촌언니는 임용고시를 포기하고 캄보디아로 떠났다. 몇 년 간의 봉사활동은 취업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까지 만났다!


 그런데 아빠가 속상해 하면서 계속 술을 마셨다. "큰아빠랑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했다.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로 시집 가잖냐. 네 삼촌도 결혼 임박해서야 알린 것 보면 마음이 좀 그런 것이여. 반대해서 결혼 날짜를 미루고 미룬 것이라는데 고것이 말 듣겄냐." 나는 아빠한테 핀잔을 줬다. "둘이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지!열심히 일해서 돈 벌면 되잖아. 캄보디아 여행 갔을 때 현지인 가이드한테 반했었는데. 우리 집안이 캄보디아랑 인연이 깊어." 아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1940년대 태어난 아빠를 바꾸기 보다는 이해하려고 했다. 그렇게 생각은 할 수 있어. 하지만 곧 2000년 생이 오는 시기가 된다고요. 가끔은 내가 나랑 거꾸로 생각하기도 해야 할 듯)


 진짜 그랬다. 같이 캄보디아 여행을 간 언니가 참 애매한 순간에 나대신 고백을 해줬다. 덕분에 나랑 현지인 가이드만 어색졌지만. 그래도 여행 막판에는 꽤 친해졌다. 일행들이 캄보디아에 남으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름이 기억난다. 테라, 잘 지내니?


 사촌언니는 전통 혼례를 치렀다. 나는 형부를 처음 봤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이돌인 줄. 또 사촌언니보다 다섯 살 어렸다. "결혼 잘 한다아!" 피부색 조금 다른 것 말고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 형부네 부모님 인상은 또 얼마나 좋은지.


 사촌언니는 캄보디아에서 즐거운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아빠가 캄보디아라는 국가 명을 이야기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조카 H의 남편. 어느새 가족이 된 것이다.


 캄보디아에 너무 가고 싶지만 사촌언니가 5년 째 초대를 안 하고 있다. 뭐, 언제가는 하겠지. 형부! 언니가 좀 거칠기는 하지만 សូមថែរក្សាខ្លួនផ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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