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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오 Jan 13. 2022

사기꾼

내가 사기를 당할 줄이야.

개원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치과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네이버 광고 (대행)인데요~"


'어? 네이버에서 내가 치과 개원한걸 어떻게 알았지?'

이때 의심부터 했었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순진하게 통화를 이어갔다.


얘기를 들어보니 네이버 사이트에 내가 사는 지역 치과를 검색하면 내 치과의 홈페이지가 나오도록 하는 검색 광고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XX동 치과' 이렇게 네이버 창에 검색어를 넣으면 우리 치과 홈페이지가 화면 상단에 노출되도록 해주겠다는 말이었다. 비용은 3년 동안 150만 원이었고 홈페이지 또는 블로그를 서비스로 제작해준다고 했다.


그동안 네이버를 이용하면서 '파워링크' 뭐 그런 류의 광고를 본 것 같아서 비용이 비싸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3년 동안 150만 원이라니 싸게 느껴졌다. 그래도 우선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끊었다. 그러자 해당 광고 대행사(사기꾼 측?)에서는 검색어가 제한되어 있고 다른 치과도 하겠다고 해서 빨리 결정해 주셔야 한다고 했다. 


개원을 하면서 치과 홍보를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네이버 검색 광고를 하면 좋겠다 싶어서 남편과 상의했다. 남편도 좋은 생각이라며 내 의견에 동의했다. 

그리고 다시 그쪽(사기꾼 측?)으로 전화를 걸어 계약을 하자고 했고 빠르게 계약은 성사되었다. 그런데 150만 원이라는 금액을 처음에 모두 입금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나는 입금을 바로 해줬다. (아뿔싸)

그리고 얼마의 준비 시간을 거친 후 'xx동 치과' 'xx동 임플란트' 이런 검색어를 치면 우리 치과가 네이버에 검색이 되어 나왔다. 

나는 네이버 '모두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치과 홈페이지는 직접 만들어 둔 상태였기에 내 개인 블로그를 수정해서 블로그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진료 시간 및 의료진 경력을 참고하라고 치과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었다. 꽤 시간이 흘러 블로그 제작이 완료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내가 생각한 치과 블로그는, 블로그 속에 치과에 대한 내용과 치과 홍보 자료가 있는 그런 블로그였는데 내가 받아 본 블로그는 그렇지 않았다. 블로그 표지만 있었다. 광고 회사 측에 전화해서 블로그가 너무 허술하다고 얘기하니 우리 치과 홈페이지에서 긁어온 진료 시간과 의료진 경력 등 페이지 몇 개를 추가해주었다. 

하지만 빈 껍데기 블로그였고 완전히 허접했다. 그러나 검색어 광고는 계속되고 있었고 서비스라서 그런가 보다 하며 포기하고 블로그를 내가 직접 꾸몄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우연히 하나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 꼭 내가 하고 있는 검색광고 이야기와 같았다. 그런데 그 글의 제목은 검색 광고 '사기'였다. 


'사기?'


글의 내용을 읽어보니 그런 검색광고는 사업주가 직접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네이버에 검색 광고를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도 매우 저렴했다. 3년에 150만 원씩이나 하는 그런 광고비가 아니었다. 그 길로 계약 해지 요청을 하였으나 당연한 레퍼토리대로 위약금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환불받은 돈이 50만 원가량이었다. (해지 내역을 보니 블로그 제작비 20만 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블로그는 서비스가 아니었냐 문의하니, 중간에 해지했기 때문에 서비스가 아니란다. 


내가 직접 네이버 검색 광고를 해보았다. 절차도 매우 쉬웠고 처음에 세팅만 해놓으면 더 이상 신경 쓰는 일도 없었다. 같은 검색어로 1년이 지난 후 광고비를 살펴보니 얼마였을까? 두구두구두구...


짜잔~ 단돈 1만 원이었다!


1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광고를 100만 원을 주고 한 셈이었다. 

계약을 해지할 당시 광고비로 쓰인 돈을 정리해서 달라고 했으나 당연히 주지 않았다. 그리고 왜 그런 것을 요구하냐며

"우리가 사기 업체도 아니고 계약서 다 쓰고 한 거잖아요?"


그랬다. 네~ 맞는 말씀이셨다. 결국 내가 바보였구나라는 생각만 남았다. 

내가 법적으로 사기를 당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뭔가 당한 것은 맞는 것 같았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내 이야긴데?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네 맞습니다. 당하고 계시는 겁니다.

이렇게 인생 수업료 100만 원을 지불하고 세상을 또 한 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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