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십일월 Apr 01. 2022

운알못의 클라이밍 만화

하나와 여러 개 | 일상툰

클라이밍을 직접적으로 접한 첫 번째 일화는 2년 전 친구 희영이로부터였다. 희영이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마른 체구였다. 나도 마른 체구였지만 처음으로 노화를 겪는다는 만 28살 이후 부터 급격히 살이 찌기 시작했는데 그는 여전히, 계속 말라서 신기해했다. 아무튼 그가 갑자기 긴팔을 팔꿈치까지 걷더니 팔목과 팔꿈치 중간을 만져보라했다. 되게 우쭐해하는 표정으로. '흡'하고 힘을 주었다. 나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팔목 중간을 만졌지만 아무런 느낌을 받진 못했다. "야, 느껴져?느껴져?", "뭐가,..?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그랬더니 그는 클라이밍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렇게 허약한 친구가 클라이밍을..? 사실 따지고보면 그 친구나 나나, 허약하기 짝이 없지만 나는 살이 쪄서 허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보다. 여튼 '그렇구나.'하고 말았지, 클라이밍에 관심을 가지거나 그러진 않았다. 뭐 경험삼아 한 번 해볼 수는 있겠지.


그러고 한 반년 뒤인가, 친구의 차를 타고 옆동네를 넘어가고 있었다. 아주 외딴곳은 아니지만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클라이밍 센터가 있는 게 아닌가?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해봐야지.' 생각한 지 1년이 지났다. 클라이밍장까지 가려면 옆동네이긴 했지만 배차 간격이 매우 넓은 버스를 기다린 다음에 1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내리고 10분정도 걸어가야했다. 운이 좋으면 30분만에 가는 것이고, 아니면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차가 있으면 10분 밖에 안 걸릴텐데... 운전은 또 언제 배우고, 차는 어떻게 삼..? 짜증, 떼잉~) 클라이밍을 시작하기엔 '혼자서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클라이밍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것이다! 매일 오전 10시에 친한 언니가 일하는 카페에 출근하듯 간다. 이 카페는 13년정도 된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로스터리 카페인데, 따라서 단골 손님도 많다. 나는 카페 초창기 단골 손님인데, 나말고도 단골 손님이 많다. 그중 지요언니라고 있는데, 운동에 다재다능하고, 다정하다. 언니는 나를 스무 살부터 봤기 때문에, 아직도 내가 그 시절 꼬맹이로 보이나보다. 그래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아무튼 평소 승마, 싸이클, 요가를 즐겨하시는 분인데, 클라이밍도 이미 해보셨을까? 했지만 혹시 모르니 설레는 맘을 안고 "언니, 혹시.. 저랑 클라이밍 하러 가실래요?", "어머, 안 그래도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돼가지고 클라이밍을 함께 하러 가게 됐다. 심지어 언니는 베스트 드라이버에다가 평일에 한가한 나와 스케줄도 잘 맞는다. 완벽한 클라이밍 메이트...


그렇게 우리는 클라이밍을 하러 가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