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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Jul 25. 2022

딱 2년만 내 마음대로 좌충우돌 인생을 살아볼래

난 지금 당장 행복하기로 했다

나는 큰 일탈없는 모범생의 삶을 살아왔다.

반에서 3등밖에 나본적없는 초중학교시절을 지냈고, 연애한번 하지않고 열심히 재수생활을 보냈고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고, 휴학한번없이 재학 중 임용시험을 보고 합격해 바로 발령이나 4년을 일했다. 그리고 이 직업이 맞지 않아 다시 전문직이 되어야겠다며 공부를 하던 중 완전한 번아웃이 찾아왔던 것이다.

퇴근하면 무기력하게 누워서 줄줄 눈물만 흘리는 날들이 계속됐다.


-나 어른들 말 잘듣는 착한 아이였고 힘들었지만 정말 열심히 살아온 일밖엔 없는데. 지금 난 왜 행복하지 않지? 인생이 왜 이토록 괴로워야만 하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했던 선택들이 정말 내가 행복해지는 선택이었을까?그저 남들 하는대로, 들 가는대로 가다보니  선택이지 내가 행복한 일을 한게 아니었잖아. 그러니 남들눈엔 그럴싸해보여도 속내는 행복하진 않은게 당연한거지.


내가 걸어온 길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내가 무언가를 얻어온 방식은 이랬다. 지금 좀만 참아. 참으면 미래에 더 좋은걸, 더 행복한걸 얻어낼 수 있어. 그래서 참고 참고 참아왔던 것이고  지금이 그 미래인것인데 나는 행복하지 않다. 그리고 또 현재를 참고 전문직이 되면 행복할것이라고 짐작하며 삶을 버텨내고 있었다. 전문직이 되어서 행복하지 않으면? 그땐 나이가 찼으니 사회적 수순대로 결혼을 해야하나?


이 방법으로는 안돼. 절대 안돼.


아무리 땅굴을 열심히 파서 깊고 깊은 구덩이를 만들었대도 땅을 파는 방향이 잘못되면 물은 나오지 않는다. 방향을 바꿔야했다.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 행복해질수 있는 방법은 뭘까?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행복한 일을 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적어내려갔다. 내가 지금 당장 하고싶은 일. 그리고 그 일들의 공통 키워드를 뽑자 여러가지 키워드가 나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를 얻고싶다는 것이었고, 그 다음이 세계여행을 가고 싶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것.

하지만 생활을 영위해나가는 데에는 어찌되었든 돈이 필요했다. 모아둔 돈으로 세계여행을 하며 1-2년정돈 생활이 가능하겠으나 그 다음엔 정말 길거리에서 노숙을 해야될 판이었다. 나는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엔 불안도가 너무 높은 성격이다. 3중쿠션정돈 마련해놓고 뛰어내려야 안심이 되는 성격. 그래서 교사를하면서 모아둔 돈은 최소한 나를 보호하기 위한 돈으로 깊숙히 묻어놓도록 하고, 세계여행비를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는 행복하지 않다. 일은 어찌됐든 그만둬야했다. 더이상 현재를 참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하고싶지 않았으니까. 그때 생각난게 호주 워킹홀리데이였다. 내가원하던 따뜻한 날씨, 자연환경. 그리고 유튜브에서 봤던 호주워홀러의 농장일기가 생각났다. 수확물을 수확한 성과대로 돈도 잘벌고, 퇴근도 1시면 한다고 했던.

감정소모하지않고, 조용히 농사를 짓고, 1시면 퇴근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수 있는 그런 일.

그런 일이라면 일년간 해도 좋을 것 같다. 세계여행비를 벌기에도 적절한 수입.

그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사직서를 썼다.


사직서를 쓴 뒤 나는 곧바로 행복해졌다. 그리고 버텨온 나를 위한 작은 선물로 가을에 프랑스행 비행기티켓을 샀고, 원하던대로 만화를 그려 sns에 업로드하고 글을 쓴다. 또 감사하게도 꽤 많은 독자님들이 생겼다.


지금 당장이 너무나 행복하다. 그러니까 나는 계속해서 지금 행복한 길을 찾아나갈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인데,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 어느시점에 행복하려고?

방법을 바꿔보니 이렇게 행복한걸. 물론 생활을 위해 일을 시작하면 그에 따른 고통이 또 있겠지만 이번엔 온전히 내 선택인거니까, 내가 행복하려고 한 선택이니까 괜찮다. 그때 행복하지 않다면 방법을 또 바꿔보면 된다. 요리조리 방법을 바꿔보며 현재의 내가 가장 행복할수 있게 내가 나를 도울것이다. 든든한 기분이 든다.


앞으론 사회가 정한 입시-취업-결혼의 수순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수순을 밟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볼 것이다. 만일 그게 너무 괴롭다면 언제든 돌아올수있다. 그래도 버텨온 삶은 마냥 헛되지는 않아서 나의 대학, 자격증, 경력과 얼마간의 돈같은 것들이 남았으니까.


나는 이제 버텨내는 삶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삶을 살것이다. 아, 정말, 정말, 정말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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