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아이들을 낳고 키운 지 6년 반 만에 처음 겪는 이슈다.
지금까지 층간소음 문제로 별 탈 없이 지내 왔던 걸 늘 감사해왔다.
앞으로도 괜찮을 줄만 알았다.
토요일 낮.
우리 가족이 외출을 한 사이 아랫집으로부터 편지가 한통 도착해 있었다.
아랫집 000호입니다.로 시작된 편지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그간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감정을 억누르며 쓰셨겠지만
한 장을 빼곡히 채운 글자들 사이사이에서 이웃의 분노가 느껴졌다.
편지를 다 읽고-
먼저는
뒤통수가 뜨끈뜨끈 했다.
하- 이제 이걸 어쩌나.
이 편지는 시작에 불과할 텐데...
그리고,
편지 내용을 잠깐잠깐 곱씹는 데에도 큰 고통이 따랐다.
층간 소음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족의 삶의 방식에 대한 비난을 받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저려왔다. 움츠러들었다.
마지막으로,
그간 아랫집 식구분들께 층간소음으로 불편을 드렸을 생각을 하니 후회와 미안함이 몰려왔다.
누군가 그랬다.
층간소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나와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되었다.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온전히 아랫집 분들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노력을 하려고 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아니었다면 아닌 게 맞다.
그리고 요즘같이 온 가족이 집안에 모여 있는 시기에는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리 가족이 아래층을 배려하지 못했던 부분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편지를 받은 날 저녁,
두근 거리는 마음에 침착함을 부여하려고 애썼다.
어쨌거나-
내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오래간만에 클레임을 받았다.
얼굴을 붉힌다는 표현이 들어간 다소 마음이 상하는 편지였다. 물론 우리가 먼저 마음을 상하게 해 드렸겠지만 말이다...
편치 못한 마음을 잘 다독이며 그날 밤을 보냈다.
아이들은 매 순간 엄마 아빠의 단속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펜을 들었다.
편지지가 딱 한 종류 남아 있었다.
약 두 달 전 이삭이와 함께 아랫집에 편지를 쓴 적이 있었다. 집에만 있다 보니 뛰고 떠들어서 죄송하다는 편지였다.
같은 편지지에 같은 분들께 보내는 편지였지만,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룻밤을 생각에 잠겨 보내고 펜을 잡으니,
나는 낮을 대로 낮아져 있었다.
심플했다.
다시 생각을 돌려봐도 우리가 죄송한 게 맞았고,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게 맞았다.
그간의 고통을 모르고 안일하게 지냈음에 대한 사과를 시작으로 편지를 썼다.
구구절절 우리 가족의 감정이나 핑계 따위는 편지에 담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 감정은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그저 죄송하며,
앞으로 더 많이 조심하고 지내겠다는 편지를 썼다.
그 이후론 아랫집 분들을 마주친 적이 없다.
그래 봐야 나흘밖에 지나지 않았네...
우리 아이들은 특별 단속대상이 되어 살금살금 훈련을 받는 중이다.
나와 남편은 방문이나 현관문도 더 조심해서 닫고 걸을 때도 조심조심하며 지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층간소음 문제는 어떻게 풀려나갈지
나도 참 궁금하다.
우리 가족은 최대한 조심하며 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최소한 6년은 더 뛰어다닐 텐데...
고민이 참 많다.
아이들만 통제시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흐트러진 아랫집과의 관계의 문제도 참 어려워졌고...
이제는 지혜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