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실수일뿐. 업무기록을 쓰면서 진짜 중요한 것을 생각하다
글을 쓰는 일을 주로 해오다가 수입정산 등 숫자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숫자가 틀린 일은 치명적일 때가 많아 나를 참 울컥하게 만든다. 분명히 해당 연도의 표를 열어 보고 숫자를 기입했는데. 아뿔싸, 내가 보고자 한 연도가 아니었다.
지난해 12월말에 비해 올해 숫자가 늘었단 말야? 이상하다 생각해 다시 한번 봐도 똑같다. 그리고 누군가 되물었을 때 늘었다고 대답하고 파일을 정색하고 보니 그게 아니다. 늘었던게 아니라 줄었다! 지지난해 표가 열려 있었던 거다. 지지난해 표를 열 일도 없었는데. 한동안 멍해졌다. 허탈한 마음이 몰려왔다.
부랴 부랴 바로 잡으려고 팀장에게 보고하고 나니 팀장의 극렬한 짜증이 시작된다. 보고한 나는 뭐가 되냐며. 내 입장 생각해봤냐며 원망이다. 실수는 인정하겠지만 나도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닌데.
왜 나는 실수가 늘어난 것일까. 나이만큼 실수가 느는 것일까.
아니면 적성을 핑계로 내가 열과 성으로 일을 하지 않는 탓일까.
나의 실수많은 직장생활을 고쳐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해부터 업무기록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쓰는 것이 아니기에 형식을 내가 만들었다. 조금씩 쓰면서 양식을 바꾸어가고 있었는데 4개월전부터는 양식이 고정되었다. 보통의 업무기록이나 일지에는 없는 것일텐데 첫머리에'오늘의 긍정메시지'를 적는 란을 두었다.
긍정적인 말을 통해 하루를 잘 살아보고 싶었다. 4개월 정도 적은 메시지를 되돌아보니 '정신차리자'는 직설적인 멘트에서부터 '꼼꼼히', '차근차근'이라는 의태어, '잘하고 있어'라는 응원의 메시지, '나에게는 모든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지혜가 있다'라는 명언,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다', '나는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등 나를 일깨우는 말로 가득차있다.
여러 좋은 말들 가운데 지금 내 눈에 콕 박힌 것은 10월16일 수요일에 적었던 긍정메시지, '진짜 중요한 것만 생각하자'이다. 실수했던 기억들을 다 마음에 담아두고 살 수는 없다. 누구나 실수한다.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게 없다면 진짜 실수로 남지만 배우는 게 있다면 또다른 도약일 수 있다. 긍정메시지는 상처에 바르는 연고같다. 긍정메시지를 적는 하루의 시작,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