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이사하세요

집 근처 물길 흐르는 곳을 따라 걸어요.

by 이정인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가장 좋은 게 이걸지도 몰라요. 바로, 산책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제는 소파에 누워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학원 보강을 다녀온 쌍둥이들이 날씨가 너무 좋다며 하천 쪽으로 산책을 다녀오겠답니다.


"집으로 오면서, 생각했단 말이야. 당장 산책 가자고. 해도 있는데 바람도 너무 시원해. 엄마도 졸지 말고 우리랑 같이 나가자"


아, 그런데 몸은 소파에 달라붙어 있는데 괜히 쌍둥이 걱정을 핑계 삼아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따라나섰습니다. 쌍둥이들 말이 맞았습니다. 덥지도 않고 바람이 살랑살랑 가볍게 부는 날씨, 하늘의 구름은 또 왜 이렇게 빼어난 모양을 자랑하는지.

길을 가다 누군가 나에게 인사를 하길래 다시 보니 저희 집을 구매하셨던 분이 더라고요.

"이사를 멀리 가신 게 아닌가 보네요?"

"아, 네 길건너로 이사 왔어요"

괜스레 낡은 집을 구매하신 분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사람 좋게 웃으시며 제게 먼저 인사를 건네주셨어요.

이렇게 산책의 길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따라 하천변 우거진 풀 속으로 들어섭니다. 연신 사진을 찍어가며 이 순간을 기억해 봅니다. 아이들은 곤충채집에 한창입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따라 걸어갑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릴스로 만들고, 짧은 글귀를 적어봅니다.


"늦은 일요일 오후, 소파 대신 산책을 떠나다"


새로 이사 간 집의 산책로는 아파트 사이 아치형으로 크게 자란 나무들이 멋스럽습니다. 아파트 뒷부분으로 가득 메운 나무들과 잎을 볼 때면 숲 속에 들어선 집 같기도 하고, 소설책 표지 같기도 해요. 드라마 촬영이라도 하면 좋을 장소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초록이 우거진 여름에서 이제 가을로 가는 시간이라 매미소리가 사라졌습니다. 밤이면 풀벌레 소리가 우렁차 흡사 시골에 와 있는 듯한 기분도 들게 합니다. 계절의 변화는 풀벌레 소리로도 느낄 수 있어요.


산책은 계절을 따라 마음을 촉촉하게 합니다. 우리 주변의 아름다움을 속깊게 느끼게 합니다. 충만한 일요일 오후가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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