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이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이 물건을 쓰는 목적이 무엇인가?’
‘그 목적이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인가?’
물건을 마주할 때마다 거치는 생각의 단계다. 분명 내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낱낱이 뜯어 살펴보니, 굳이 없어도 괜찮은 물건들이 참 많았다. 한 번도 물건을 대할 때 필요 유무로 대해 본 적이 없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오히려 나의 시간과 에너지, 돈을 잡아먹는 원인들이었다. 그런 물건들을 하나씩 처분하고 인생에서 지워가면서 나는 무조건 해야 할 것, 가져야 할 것들의 리스트에서 조금씩 더 멀어지고 자유로워졌다. 다음은 내가 더는 사지 않는 것들, 우리 집에 없는 것들이다.
1. 클렌징 오일, 린스, 바디워시
피부 화장을 덜어내면서 오일과 폼을 처분했다. 린스와 바디워시도 마찬가지. 인위적으로 머릿결을 코팅하는 린스도, 계면활성제와 방부제가 들어있어 내 몸을 더 건조하게 만들던 바디워시도 더 이상 필요 없다. 그 외에도 페이스 각질 제거제, 발뒤꿈치 각질 제거제 등 피부 부위별로 뭔가 효과를 바라며 사들였던 다양한 종류의 세제와 크림들도 비웠고, 아무 생각 없이 남편과 따로 쓰던 샴푸도 하나로 통일했다.
우리 집 욕실에는 이제 비누 한 장과 샴푸 하나가 전부. 머리는 샴푸로 감고, 얼굴과 몸은 하나의 비누로 씻는다. 린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화장실 청소가 심플해졌고, 쓰는 제품이 간소해지니 샤워시간도 많이 단축되었다.
2. 스킨, 에센스, 아이크림
토너-에센스-로션-크림-아이크림 순서로 복잡하고 꼼꼼하게 바르던 스킨케어 제품을 모두 비우고 순한 성분의 로션 하나만 남겼다. 여름에 피부가 기름지면 적게 바르고, 겨울에 당기면 한 번 더 덧발라주면 그만. 혹자는 피부가 좋으니 그럴 수 있겠지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여름용, 겨울용 스킨케어 제품을 따로 두고 사용할 정도로 심한 건성이었다. 지금은 사계절 달랑 로션 하나 바르지만 무한히도 많은 단계의 스킨케어 제품을 바르던 시기보다 훨씬 더 피부가 건강해졌다.
3. 디퓨져, 향초 등 화학적인 향을 만드는 것들
물건을 고를 때 성분이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고르기 시작하니, 인위적인 향을 만드는 제품들이 어느 순간 거북해졌다. 견디기 힘든 것들을 하나씩 처분하다 보니 인위적인 향이 우리 집에서 모두 사라졌다. 찝찝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청결해졌다. 더러운 것은 가리는 게 아니라 닦아내고 청소를 해서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더 간단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내 냄새만 해도 그렇다. 향이 나는 제품으로 덮으려 하기보다 충분한 환기와 주기적인 청소로 본질적인 냄새를 없애는 쪽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천연 아로마로 만들어서 은은하고 옅은 향이 나는 향수 하나와 마사지할 때 사용하는 아로마 오일이 우리 집 향기의 전부.
4. 각종 수납함들
집안을 정리하다 보면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에 각종 플라스틱 수납함들을 사 들이곤 했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수납법은 물건이 겹치지 않도록, 한눈에 모두 보이도록 적은 양의 물건을 수납하는 것이었다. 불필요한 물건들만 비워도 수납함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문득 수납함을 사서 한번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오는데, 그건 공간에 비해 물건이 많아져서 다시 줄여야 하는 단계라는 뜻. 그럴 땐 애꿎은 수납함을 사지 않고, 물건을 줄인다.
5. 인테리어 소품
평소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물건이 아닌, 공간을 아름답게 또는 아늑하게 보이기 위한 용도의 인테리어 소품들이 우리 집에는 하나도 없다. 기쁨은 잠시, 먼지만 쌓이고 공간만 차지한다. 유일하게 가끔 즐기는 인테리어 소품은 생화 몇 송이 정도. 이마저도 말려서 오래 보관하려 하지 않고, 시들면 바로 비운다.
6. 핸드폰 단말기 값 할부
‘한 달에 얼마만 내면 된다'는 달콤한 말로 누구나 쉽게 새 핸드폰을 구입하는 시대. 나 역시 거부함 없이 늘 2년 할부 약정을 걸어가며 핸드폰을 교체해왔다. 그러다 우연히 단말기 값 할부 이자가 5%가 넘는 걸 알게 된 후 50만 원 넘게 남은 단말기 값을 그날로 일시불 상환해버렸다. 할부 대금을 갚고 나니 핸드폰의 진짜 가격이 피부에 와닿아 더 소중히 쓰게 되었다. 현재는 출시된 지 3년 이상 지나 값이 많이 떨어진 핸드폰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6,000원 남짓 되는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내 인생에서 더는 핸드폰을 할부로 사지 않을 예정이다.
7. 형형색색의 펜들과 디자인 문구
필통 하나에 다 들어가지도 못하는 펜과 문구용품들, 수십 권의 노트를 모두 비웠다. 자주 쓰는 검은색 펜 하나, 선물 받은 볼펜 하나, 색연필 하나, 형관펜 하나만 남겼다. 다 쓰면 똑같은 제품으로 한 개씩 재구매해서 쓴다. 버릴 때 제일 아까웠던 것이 문구용품이었는데, 버리고 나서 제일 안 찾는 것도 문구용품. 아기자기하고 예쁘지만 평소에 좀처럼 쓸 일 없는 팬시와 문구 용품들은 더 이상 내 돈을 주고 구입하지 않는다.
8. 전자레인지, 커피포트, 전기형 정수기, 텔레비전
우리 집에는 전자레인지, 커피포트, 텔레비전이 없다. 전자레인지 사용하는 인스턴트 음식을 사지 않고, 남은 음식 데워먹을 땐 프라이팬을 사용하고, 물은 무전기 브리타 정수기로 정수해서 마신다. 끓인 물이 필요할 땐 냄비를 이용하고,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은 한 편씩 돈을 주고 구입해서 노트북으로 본다. 소형 가전제품들이 있다면 좀 더 편리하게 살 수는 있겠지만, 없어도 불편한 점을 크게 못 느껴서 사지 않는다. 특히 텔레비전, 전자레인지는 평생 사고 싶지 않은 제품들 중 하나.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는 몸, 정신 건강을 해치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9. 주방과 욕실의 발매트
왜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얼마나 많을까. 내게 싱크대와 욕실 문 앞에 두는 발매트는 그런 것들이었다. 어느 집을 가도 당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굉장히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했다. 세탁할 때마다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려서 늘 찝찝했던 물건. 매트가 꼭 있어야 할까? 이걸 비우면 어떨까? 예상대로 발매트를 모두 치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매트를 주기적으로 세탁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났다.
필요한 물건들로만 구성된
심심하지만 간결한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