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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래 Apr 21. 2020

호밀빵

호밀밭 호밀 토끼를 찾아서

다섯번쨰 빵.

 호밀빵이라니. 빵집에 가면 거친 표면에 투박한 모습으로 한편에 자리 잡아 있는 호밀빵. 나는 겉면이 거친 빵을 좋아한다. 혹은 쫀득쫀득한 식감의 빵. 바게트 빵과 베이글을 좋아한다만 이해가 빠를지도. 바게트 빵은 20살 즈음 꽂혀서 길쭉한 바게트를 한번 사서 3일을 먹고 또 사 먹는 빵순이의 나날을 보냈다. 베이글은 25살 즈음 블루베리 베이글에 꽂혀서 1일 1 베이글을 하였다. 빵이 다 팔리지 않았기를 바라며 빵집에 가게 만든 베이글. 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아직까지 진행 중인 베이글 사랑으로부터 생겨난 것 일지도 모른다.

 다시 호밀빵으로 돌아와서. 호밀빵은 왠지 모르게 바게트 빵보다 더 거친 빵인 느낌이 들어 쉽게 사게 되지 않았던 빵이었다. 그리고 주로 먹는 빵들과는 다른 독특한 향이 나에게는 아직 버거웠다. 하지만 오늘 호밀빵을 만들어보게 되다니. 나에겐 산책을 하다가 야생마를 발견한 것과 같은 반가우면서도 다가가기엔 조심스러운 빵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호밀빵 만들기.

 호밀가루를 더하자 이전에 만들어 보았던 반죽과는 확연하게 다른 색감의 반죽이 완성되었다. 하얀 반죽만 보다가 약간의 거친 입자가 도는 호밀 반죽을 보니 신기했다. 그렇게 한 덩어리로 만든 반죽을 잘 말아서 철판에 세 개씩 넣어 2차 발효를 했다. 맙소사. 지난 버터 톱 식빵을 만들 때에는 숙성이 덜되어서 빵이 조그마했는데 오늘은 왠지 빵이 엄청 커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겉면이 살짝 마른 반죽 위에 칼집을 내주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 오븐에 넣어주었다. 빵의 옆면이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 물을 뿌려준다고 한다.

 오븐에서 다 구워져 나온 나의 첫 호밀빵. 결과는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았다. 너무 부풀어진 탓에 옆의 반죽과 붙어버려 옆면이 노릇하게 구워지지 못하였다. 지난번엔 자그마해서 문제 더니 이번엔 너무 커서 문제라니. 빵 굽기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도 갓 구워져 나온 빵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잘 벌어진 칼집과 식빵보다 더 짙은 색, 그리고 단단해 보이는 겉면. 거친 빵을 좋아하는 나에게 일단은 합격이다. 다음으로는 걱정되었던 호밀 향. 취향이 변한 걸까 호밀 향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향의 영역을 하나 넓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거친 겉면과는 달리 호밀빵의 속은 일반 식빵보다 더욱 촉촉하고 부드러운 듯하였다. 정말... 오해하고 있었구나.....


호밀밭 호밀빵 호밀토끼


 호밀빵은 럭비공 모양에 가운데에 칼집이 나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오늘 호밀빵을 만든다는 사실에 야생마를 떠올렸지만 향긋하고 촉촉한 속은 호밀밭에 살 것 같은 끼를 떠올리게 하였다. 호호호 호밀빵 오늘 처음 만들어 보면서 처음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오늘의 빵 굽기는 호밀밭에서 토끼를 만난 것만 같았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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