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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래 Jun 01. 2020

단 과자 빵

빵과 함께 꼬이는 손

 일곱 번째 빵.

 과연 이름처럼 달콤한 빵일까. 단 과자 빵을 쉽게 말하자면 달팽이 모양과 8자 모양으로 꼬아진 트위스트 빵이다.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제빵학원에 다니기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손을 쓰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사랑하여 작가가 되기를 바란 나에게 쏟아지는 질문 중 99% 는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버느냐'였다. 그러게요, 하며 웃어넘긴 나의 지난날들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여느 나의 또래들이 취업한 지 4년 차가 된 27살의 시작에 커다란 무게로 나를 짓눌러 왔다. 이를 어쩐다, 돈은 어떻게 벌 수 있지? 여러 번의 이력서 투척과 면접을 거친 뒤 나는 '그래, 어차피 지금 나를 원하는 곳은 없으니 손을 쓰는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제빵을 떠올렸다. 무엇이든 모양내기에는 자신 있던 내가 여러 번의 상담을 거친 뒤 제빵학원을 다니고자 하는 의사를 내 비쳤을 때 상담 선생님은 물론 주변의 모든 이들이 손재주가 좋으니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꺼라며 나보다 더 기뻐해 주었다. 그래 한번 배워보자.

 그리고 오늘. 모양내기에 힘을 주어 만들어 내야 하는 단 과자 빵을 마주하였다. 개량과 반죽 그리고 발효를 마친 후 선생님의 시범을 시작으로 빵 모양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달팽이의 허리에 이어진 집의 무늬를 닮아 달팽이 형이라 이름 붙여진 회오리 모양은 너무 단단히 말아 올리면 구워지는 중에 중앙 부분이 솟아올라 똥 모양이 된다. 이점에 주의하며 살살 그리고 슬슬 동그랗게 말아 올린 나의 달팽이는 똥이 되어 오븐에서 나왔다. '적당히 힘주어야 할 때와 힘을 풀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는 것을 똥이 된 나의 달팽이를 보며 떠올렸다.

 조금은 어려운 8자형 트위스트는 보기엔 어려워 보였지만 기다랗게 늘여놓은 반죽을 매듭짓듯이 묶어 내어 마무리를 하면 8자형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반죽과 함께 손가락을 묶어 버리기도, 손에 얹은 반죽을 어찌할지 몰라 반죽이 아래로 축축 늘어져  버리기도 하였다. 한 번 보고 슥슥 따라 하는 나를 보며 얄미우셨으려나. 길쭉한 반죽을 8자로 엮어내며 내심 나의 재주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해지기도 하였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다 한들,  역량을 마음껏 펼치기엔 제약이 많다는 것을 떠올리며. 어쩌면 다 핑계 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완성된 오늘의 단 과자 빵. 머릿속에 스쳐간 생각들은 생각들은 짧게나마 씁쓸했지만, 확실하게 단 과자 빵은 달달한 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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