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단편 소설 시리즈
못난 놈들 셋이 모였더니 못난 말만 골라서 한다. 노트와 필기구를 주섬주섬 가방에 챙겨 넣으며 정수가 말문을 연다.
야 상준아 너 민정이랑은 뭐 어떻게 된 거야?
반 잔 정도 남아 있던 커피를 차갑지도 않은지 벌컥벌컥 마시더니, 상준이 잔을 내려놓지도 않고 가만히 들고만 있는다. 대영이는 둘의 대화에 별 관심이 없는 눈치다.
어제 산 충전기는 왜 아직도 배송 출발을 안 하냐?
한동안 말이 없던 상준의 몸이 등받이에서 살짝 떨어진다. 그가 자세를 고쳐 잡는다.
내가 어제 하루 종일 빌었는데도 싫단다. 아주 미치겠네. 뭐 어째야 하나 모르겠다.
다시 몸을 의자에 기댄다. 입고 있던 외투가 밀려 몸 위로 벗겨질 것만 같다.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듣고 있던 정수가 엉덩이를 한번 들었다 앉으며 다 식은 커피를 홀짝인다.
야 사람 사이의 갈등이라는 게 다 똑같아. 결국엔 아무것도 모르면서 뭐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민정이 걔도 가만 보면 너한테 참 못됐어. 내가 잘은 몰라도 걔 우리 동기들 사이에서 별 좋은 얘긴 안 나오더라. 잘됐어. 이참에 그냥 정리해라.
말을 마친 정수가 남은 커피로 입을 가신다.
너 이 새끼 너도 똑같구먼.
대영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웃으며 말한다.
야이 등신아. 저 새끼 떠드는 건 뭐하러 듣고 있냐.
대영의 손에 대충 들린 가방의 끈이 늘어져 바닥에 끌린다. 혀를 차며 대영이 먼저 카페를 나섰다.
내일 봐.
대영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수가 상준에게로 고개를 돌리더니 말문을 연다.
야 난 저 새끼도 별로야. 그 얘기 들었냐?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