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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끝찡 Nov 23. 2019

예정보다 이틀 더 모스크바에 머물다

여행사의 실수



 2019년 1월 26일,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간다. 32kg에 버거워하던 캐리어는 결국 지퍼가 나가고 손잡이가 부서지고 말았다. 동네 마트에서 15만 원 하는 캐리어를 8만 원에 흥정해서 샀다. 이 캐리어도 그리 오래 쓸 느낌의 캐리어는 아니다. 다음엔 더 튼튼하고 좋은 비싼 캐리어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짐을 옮기기 전에 먼저 캐리어에 붙어 있던 스티커부터 옮겨 붙인다. 캐리어에 뒤적뒤적 붙여진 수하물 스티커는 여행자들만의 여유, 간지라고 느껴졌기에 반드시 옮겨 붙인다. 접착력이 떨어져 너덜너덜하지만 한국에 가서 다시 테이프에 붙이겠다 또 다짐한다. 


 체크아웃 전 비행기 E티켓을 확인했다. 응!? 뭐지?? 예약 내역이 왜 없지?? 다시 검색해도 없어 대한항공에 전화를 걸었다. 예약이 취소됐단다. 도대체 뭐지??? 



 일단 티켓을 대행해준 여행사에 전화를 했다. 한국이 새벽이라 걱정했지만 다행히 야근 근무자가 있었다. 근무자는 담당자를 빠르게 깨우고 나와 통화하도록 하였다. 


 대략 일주일 전 내가 비행기 티켓을 보고 다음 비행기로 무료로 변경이 가능한가요? 물어만 봤었다. 그러자 직원이 수수료가 11만 원이나 붙는다고 하길래 변경하지 않겠다고만 했었다. 그런데 직원이 실수로 취소 버튼을 누르고 만 것이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고객님께서 원하시면 지금 비행기 탑승도 저희가 도와드립니다."

 "네네... 그렇게 해주시나요?"

 "네. 고객님... 그런데 혹시 이틀 더 머물렀다가 다음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오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네???"

 "저희 쪽에서는 고객님께서 다음 비행기를 타고 오시는 게 금액적으로는 더 저렴해서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숙박은요??"

 "물론 저희 실수니까 당연히 숙박비용도 저희가 처리해 드리고요."



 고민하는 척했다. 사실 나는 이틀 더 머물고 싶었다. 서울에서 있을 당장 스케줄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머물 수 있다면 더 머무는 것이 좋았다. 나에게 모스크바는 2박 3일로 짧았다. 


 "그렇게 해도 될까요?"

 "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직원이 죄송하다가고 몇 번이나 사과했지만 나는 속으로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했다. 결국 나는 모스크바에서 이틀 더 머물게 되었다. 내가 머물던 호텔은 예약이 다 차 다른 호텔로 옮기게 되었는데 주말이라 더 좋은 호텔로 예약을 잡아주셨다. 직원은 호텔스닷컴 자기 계정 캡처 본으로 예약번호를 보내줬다. 뭔가 그 직원의 개인적인 실수라 개인 사비를 비용 처리한 것 같아 괜히 조금 마음은 쓰였다. 


 전망이 더 좋고 위치가 더 좋은 곳에서 이틀 더 머물게 되었다. 오늘 서울로 돌아갈 줄 알고 현금을 무리하게 쓴 걸 후회했다. 그러나 나는 이틀 동안 먹는 것 말고는 돈 쓸 일이 없었다. 대폭설 때문에 밖을 나갈 수 없었다. 잠깐 나갔다가 진심 죽을 뻔했다. 결국 그냥 이틀 동안 숙소에서 머물며 호캉스만 즐겼다. 



<35년 동안 살면서 한국에서 봤던 눈 보다 러시아에서 15일 동안 봤던 눈이 휠씬 많았다>


 그리고 무사히 14박 16일간의 러시아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다. 


<아이폰 유저들만 아는 부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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