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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끝찡 Oct 28. 2019

마지막 만남

그게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2017년 8월 28일 월요일이었다. 9월 1일은 내 생일이었다.


 "곧 있음 생일인데 집에 내려 오너라"


 엄마는 지독하게 내 생일을 챙긴다. 매해 생일이면 항상 대구에 내려올 것을 권유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엄마가 직접 서울에 올라온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새끼 미역국은 직접 챙겨주겠다는 마음에서다. 사실, 그다지 생일에 관심이 없다. 그냥 365일 중에 하루인 날이며 주목받고 싶지도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그런 엄마는 그런 나의 생일을 그렇게 챙겼다. 못 내려간다고 다른 변명을 댔다. 별 다른 일은 없었지만 시나리오를 빨리 다시 수정하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가 투정을 부렸다. 꼭 내려오라는 것이다. 엄마의 눈엔 내가 제일 걱정이다. 동생은 와이프가 챙겨줘서 밥이라도 옳게 챙겨 먹지, 타지에서 혼자 살고 눈에 보이지 않아 항상 내가 걱정이었을 테다. 그래, 내려가자! 엄마 몸도 별로 좋지 않은데, 엄마 얼굴 보는 셈 치고 그냥 내려가자고 생각했다.


 "생일날에 내려갈게."

 "그래. 내려온 나이 알았제? 엄마 이제 마이 좋아졌따."


 볼멘소리였다. 정말 많이 좋아졌나 보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좋았다. 곧 퇴원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그게 결국 엄마와 마지막 통화였다.




 2017년 8월 30일, 동생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형, 엄마 응급실에 왔는데 대구로 내려올 수 있나?"

 "응급실? 갑자기 왜?"

 "어제 퇴원했었는데 갑자기 안 좋아졌다."

 "그래, 알았다. 지금 내려갈게..."


 5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있던 일이다. 신부전증으로 고생할 때, 갑상선 암으로 투병했을 때, 엄마는 늘 아팠고 자주 응급실에 갔다. 그래도 항상 이겨냈다. 씩씩하게 퇴원했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가기 전에 먼저 밥을 먹어야 했다. 샤워하고 천천히 준비를 했다. 고양이 두 마리를 차에 먼저 태우고 운전대를 잡았다. 대구까지 운전하고 갈 생각 하니 깝깝했다. 그때, 다시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의 목소리는 매우 다급했다.


 "형, 빨리 내려온나... 엄마 심정지 왔다... 아마 얼마 못 갈 것 같다..."


 갑자기 손이 떨렸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손이 너무 떨려 운전할 수가 없었다. 친한 누나에게 고양이를 맡겼고 서울역으로 달려갔다. 가장 빠른 동대구행 KTX를 탔다. 눈물을 참을 수 없어 계속 선글라스를 썼다. 그래도 눈물은 주르르 계속 흐른다. 옆자리에 있던 여자는 마치 내 사정을 예감한 듯하다. 나에게 괜히 시선을 멀리 해줬다. 나는 몇 번인지도 모르게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통화를 기다렸다. 아직까지 내가 들은 말은 심정지였다. 아주 작지만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전화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기 위해 다시 화장실을 갔다. 엄마의 전화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아빠였다.


 "민아, 어디고?"

 "지금... 김천쯤이에요. 1시간 후면 도착할 거예요."

 "그래... 빨리 온나..."

 "엄마는?"

 "..."

 "엄마는요?"


아버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엄마... 부패가 심하다... 빨리 온나..."


결국,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말았다. 소리 내어 그렇게 펑펑 운 게 처음이다. 눈물은 눈에서 흐르지만 울음은 목구멍에서부터 치솟는다. 그렇게 주저앉아 갓난아기처럼 울고 말았다.


 "아빠... 미안해요..."

 "아니야. 아빠가 미안해. 조심히 내려온나."


서로 미안하다고 몇 번을 주고받았다. 나는 동대구역 도착할 때까지 화장실 밖을 나오지 못했다. 울음이 그치질 않았다. 그때 KTX는 마치 무궁화호만큼 느렸다. 동대구역에 내려서 뛰어서 택시를 가장 먼저 잡았다. 택시 기사 역시 가는 위치와 내 표정을 봐서 심상치 않아 보였는지 20분 거리를 신호 위반해가며 10분 만에 도착했다.


 그리고 싸늘한 주검이 된 엄마를 만났다. 보자마자 엄마를 끌어안았다. 심폐소생술 한 흔적으로 입가에 피가 가득했다. 얼굴이 많이 망가졌다. 예뻤던 우리 엄마의 얼굴이 아니다. 엄마의 손을 잡았다. 딱딱했지만 아직 온기는 남아있었다. 엄마 얼굴을 어루만지고 귓가에 입을 대고 엄마에게 속삭였다.


 "엄마 내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엄마 미안해...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큰 아들 왔어... 엄마... 고마워... 엄마 너무 사랑해... 엄마 미안해..."


 맥락도 두서도 없는 말을 짖거렸다. 이미 사망한 지 두어 시간이 지났지만 계속해서 엄마 귓가에 대고 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어디서 들은 건데 사람은 죽을 때 청각이 가장 오랫동안 살아 있다고 했다. 그게 갑자기 생각나 못했던 말을 다 했다. 엄마를 더욱 끌어안으려는 나를 이모가 말렸다. 그리고 의사가 다가와 사망선고를 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사망한 지 두어 시간이 지났지만 내가 도착하길 기다렸던 것이다.


 2017년, 8월 30일... 공식적으론 오후 4시에 엄마가 떠났다. 60년도 못살아보고 겨우 59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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