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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프리스 일기 2

면접은 늘 긴장된다

by 류이선 Ryu Ethan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다 보면 영어면접을 자주 보게 된다.

2016년 내가 이곳에 처음 입사할 때도 1차는 서류심사, 2차는 영어면접이었다.

나는 군에서 장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후, 아내의 조언으로 여의도에 있는 한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때 토익 점수가 약 50점 올랐고, 그것이 주한미군 입사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학원 수업과 개인 튜터를 통해 영어면접도 꾸준히 준비했다.


입사 후에도 다른 직위로 옮기기 위해 여러 차례 영어면접을 보았다.

특히 미군 병사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직무에 지원할 때는, 영어로 한국문화에 대한 시범 강의를 했다. 면접이라는 건 원래도 긴장되는 일이지만, 그것을 영어로 한다는 건 더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영어면접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나는 유창한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아니다. 한국에서만 공부한 '토종 영어'다. 영미권에서 오랜 시간 살아본 분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조금 특별했던 영어면접도 있었다.

군 생활을 마치고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은 꿈이 생겼고, 영국 정부의 유학 장학금인 '쉐브닝 장학금'에 지원했다. 최종면접 대상자로 선발되어 영국 대사관에서 영어로 면접을 봤다. 결과적으로 영국에 가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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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미지 생성. 후기 인상주의 감성에서 영감을 받은 회화풍 그림입니다.



또한 국방부 직할부대에 근무할 당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휴 그리프스(Hugh Griffiths)’라는 연구원을 알게 되었다. 이후 그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협조관으로 파견되었고, 나를 추천해 주었다. 나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한국 대표직위에 지원했고, 공군 소령 신분으로 유엔 전화 면접을 보았다. 최종적으로는 유엔에 근무하던 외교부 소속의 한국 외교관이 선발되었지만, 그리피스 씨가 나를 믿고 추천해 준 것을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와는 직접 만나지는 못했고, 전화와 이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었다. 북한에 관하여 연구하다 보면 언젠가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 수요일,


《험프리스 일기 3 — 지게부대와 OCP》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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