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40대 정도가 되면 직업 경험이 전혀 없이 공공기관에 지원하시는 경우는 드물것입니다. 이르면 20대 중반부터, 조금 늦은 경우는 35세부터는 첫직장을 가지기 시작해서 최소 5년부터 많게는 20년 넘는 경력을 가지신 분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력을 다 적는것은 추후 경력산정을 하여 연봉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경력이 있으신분들은 최대한 자신의 경력을 다 적고자 하실것입니다. 연봉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조금 더 깊게 생각하면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경력이 10년이 넘고, 아무리 블라인드 채용이라 생년을 안 적지만 직장 경력 시작일이 20년 정도 전이라면 채용담당자는 당연히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될것입니다.
"나(팀장)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시네" 라든지
"여기 직무와는 전혀 관련없는 일을 10년 이상 하셨네. 이쪽 업무에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일례로, 제가 아는 채용담당 지인은 OO은행 퇴사자인 40대중반의 지원자 서류를 보고는 일단 나이가 너무 많아 신입사원으로 부리기엔 부담이 된다, 은행 경력이 많긴하지만 과연 공공기관 업무를 잘 적응할지 모르겠다 등의 예측을 했는데, 지인의 예측대로 채용위원들은 그분을 뽑지 않고 탈락시켜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서류부터 광탈하는 운명일까요? 답을 말씀드리자면 그럴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것입니다.
제가 계약직으로 있었던 레몬기관은 무조건 2~3년차의 저연차, 상경계열의 루키만을 정규직으로 선호하는 기관이었습니다. 약간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군대문화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일 잘하고 빠릿빠릿하며 일시켜먹기 좋은 나이어린 신입을 원했기 때문이죠.
반면에, 제가 지금 몸담고 있는 체리기관은 나이보다는 철저히 직무 및 경력중심입니다. 그래서 신규직원들의 평균나이가 다른 기관보다는 높은것 같습니다. 결국 문제는, 서류부터 안된다고 "나이가 많아서 안되는거야" 라고 좌절하지 마시고 나이상관없이 관련된 직무중심을 보는 기관에 붙을 수 있도록 (그러나 우리는 어떤기관이 나이 상관없이 사람을 채용하는 기관이지 모르므로 붙을 때까지) 계속해서 지원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과연 40대는 어떻게 자소서/입사지원서를 써야 서류합격이 될까요?
1. 관련없는 경력은 아깝더라도 과감하게 빼라
저 역시 학원에서 8년 가까운 경력이 있었습니다만, 대학교 위촉사무직, 레몬기관과 호두기관을 거치면서 이미 3개의 공공기관 경력이 쌓이면서부터는 학원 경력을 빼고 입사지원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8년에 해당하는 공백기간 동안 뭘하셨냐라는 질문은 받았지만 직무와 관련없는 학원강사로 재직해서 뺐다고 대답하자 더이상 꼬리질문이 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학원강사를 오래해서 이 직무와는 안 어울린다라는 색안경낀 질문을 받지 않게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또한 채용위원 역시 촉박한 시간 안에 제 이력서를 보고 질문도 해야했기 때문에 초반 호두기관을 제외하고는 제 공백에 대해서 눈치챈 채용위원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간혹 기관마다 10년 넘는 경력을 가진 사람은 뽑지 말으라는 식의 지시도 내려온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관련직무의 계약직, 인턴 기간이 있으시다면 (5년 미만, 2~3년차의 공공기관 경력을 가장 선호) 과감하게 예전에 했던 관련없는 경력은 입사지원서에서 빼시길 추천드립니다.
2. 무조건 직무중심,STAR기법으로 간결하게 두괄식으로 쓴다
일전에 과기계 쪽 재무팀으로 뽑힌 분의 자소서를 읽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첫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는 O년간 재무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렇게 투박하면서도, 너무나 재무업무에 맞는 시작 문장이라니! 저는 이 문장 시작이야 말로 솔직하지만 직무 맞춤 자소서 문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원래 글이라는 것은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비례하여 미사여구를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처음 자소서를 쓸때는 "저는 레몬기관에서 ooo을 바탕으로 A국과 OOOO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등과 같이 ~를 바탕으로, ~를 중심으로 등등 미사여구 한트럭을 넣은것 같습니다. 그러나 과욕이 참사를 부른다고 했을까요. 그렇게 쓴 자소서로 10개 기관에 연속 서류광탈을 하고 패닉상태에 빠졌던것 같습니다. 지인이 혹독하게 "니 글은 안 읽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고" 라고 코멘트를 남겨줘서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쓴 글이라고 하더라도 가독성이 떨어진다면 그만큼 재앙은 없거든요.
그래서 그때 알게된것이 STAR기법, 두괄식, 간결하게 직무 경험 중심으로 적는 방법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A국과 O개월안에 쌀로 밥 만들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자소서를 쓴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래와 같은 식으로 적을 수 있을것입니다
[두괄식 첫문장] A국과 O개월안에 밥을 지어 1000명의 사람들에게 급식을 제공한 경험이 있습니다.
[Situation(상황)] 레몬기괸 재직 당시, A국과 협력해 O개월안에 밥을 짓고 급식을 제공해야했습니다. [Task(과업, 혹은 역할)] 이때, 제 역할은 A국이 쌀을 잘 씻어 올바른 밥솥에 넣을 수 있도록 수요를 조사하고 분류하여 안내하는 역할이었습니다. [나의 행동 (Action)] 이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첫째~~~를 했습니다. 둘째~~~를 했습니다. [결과(Result)] 결과적으로 1000명의 사람들이 배부르게 급식을 먹었고 영양상태가 20%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런식으로 자소서를 자신의 경험별로 정리해두면 입사지원서 상의 자소서 항목에 따라 요리조리 수정하며 복붙하실 수 있게 됩니다. 결국 81개 기관을 쉴새 없이 지원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이러한 두괄식+STAR기법으로 경험을 정리해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답니다.
그럼, 내일 이시간에는 논술, 필기 준비하는 방법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