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에서는 개인적으로 왜 틈새시간을 이용해서라도 퇴근길 작가가 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들어 열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동시에
"1화는 잘 읽었습니다만, 그런데 왜 저까지 '퇴근길 작가'가 되어야 하죠?"
라고 의문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바야흐로 글을 써야 하는 시대임에 틀림없다. 글쓰기에 대한 권유는 단순히 개인적 치유와 성장을 넘어, 어느 때보다도 글쓰기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글쓰기를 우리 인생으로 끌어들여야 할까? 초단편소설 <회색인간>의 저자, 김동식 작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즐겨했던 사람이라서,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항상 보고, 댓글도 달았어요. 게임도 좋아했는데, 게임도 즐기다 보면 결국 채팅이거든요. 텍스트 자체는 굉장히 많이 봐왔던 사람인 거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인터뷰:김동식 x밀리로드, https://millie.page.link/PxxhB)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시대는 텍스트가 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단순히 우리가 써야 할 문장, 혹은 글이라는 것은 케케묵은 종이에 인쇄된 옛날 방식의 책이 아니라, 오히려 이 디지털 시대에 소통을 위한 모든 방식을 일컫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텍스트의 영역을 위와 같이 소통할 수 있는 모든 SNS, 블로그, 유튜브 댓글 및 게임 채팅창까지 확장한다면 지금이 어느 때 보다도 글을 쓸 맛이 나는 3요소- 독자의 관심, 탄탄한 디지털 플랫폼, 2차 저작물로 창작될 수 있는 연계 기회-가 골고루 갖춰졌으므로 당장이라도 글 쓰기를 시작하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3요소 중의 첫 번째인 독자의 관심부터 설명하자면, 한국은 점차로 글 읽기에 진심인 독자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99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는 대한민국의 독서율을 격년별로 반영하고 있다. 대체로 신문에서 ‘1년 동안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들이 00%나 된다. 이는 OECD국가 중 최하위’라는 식의 자극적인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1994년 실시 이래 매년 낮아져서 이제는 10명 중 6명이나 일 년에 책 한 권을 읽지 않는다는, 별로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식의 매번 반복되는 뻔한 레퍼토리였다.
그런데!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책을 읽는다는 40%의 성인에게 특이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성인의 경우, ‘전자책은 19.4%로 소폭 증가해 전자책을 읽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고, 이러한 전자책을 이용하는 20대 청년층의 증가 폭이 큰 것으로 조사된 것이었다. 분명히 문해력이 낮다고 평가절하되었던 20·30세대였는데 20대의 독서율은 74.5%로 가장 높았고 30대도 68%로 뒤를 이었다고 발표하였다. (https://m.news.nate.com/view/20240801n05155). 이 흥미로운 결과는 달라진 독서의 형태를 보여주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블로그나, 유튜브, 게임 채팅창에 띄어진 글들을 읽고 댓글을 다는 정도의 정보습득식의 글 읽기였으리라 추측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편리하게 커뮤니티 글도 읽고, 뉴스도 읽고, 웹소설도 읽으면서 그 독서행위가 점차로 발전하여 진지하게 그다음 단계인 전자책 앱을 깔고 경제, 경영, 인간관계 분야의 책소비에서 철학, 소설, 고전 읽기 등으로 번져간 것은 아닐지, 즐겁게 가설을 세워보는 것이다.
이러한 20·30세대의 변화가 반가운 까닭은 그들의 독서 습관이 커뮤니티에서 했던 것처럼 그저 읽고 끝나지 않고 작가와의 소통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아마 이 브런치를 쓰거나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웹소설을 쓰면 돈이 된다는데”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웹소설 분야 산업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1조 390억 원으로, 2020년도 6,400억 원 대비 3,990억 원 증가(62% 성장)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웹소설 이용자 수는 약 587만 명으로 추산된다(http://koreafuture.co.kr/news/view.php?idx=3514). 이 수치가 벌써 2년 전 조사이니 더 많은 웹소설 이용자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러한 웹소설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댓글을 발견할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작가님, 아시죠? 연재가 먼저입니다. 작가님의 건강보다 연재예요”라거나, “작가님 데려다가 매일매일 글만 쓰게 하고 싶다”, “작가님은 좋겠다. 그다음 화 이야기를 알아서”라는 다음화를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들의 댓글이 빗발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 안에는 글을 안 읽고 사는 60%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책을 읽는 약 43%의 사람이 열혈독자로 변모하였으며 그중에 75% 정도가 독서하는 행위가 힙하다고 생각하며 '서울국제도서전'과 같은 전시회가 열리면 15만 명이 몰려 찾아가고, 작가와 열렬하게 소통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라는 것이다.
우스개소리로 예전에는 당신이 만약 대학원 논문을 쓴다면 그 논문을 읽을 사람은 당신과 당신의 가족, 당신의 지도교수만이 그 글을 읽을 독자가 된다고들 했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방향을 바꾸어서 일반독자들을 대상으로 당신의 경험이나, 상상력을 탄탄한 구조와 서사로만 써낼 수 있다면 충성을 바쳐 당신의 글을 읽겠다는 독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성장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결국, 당신의 글을 읽겠다는 독자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