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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 Feb 04. 2021

'죽음이란 무엇인가' 10강

<영원한 삶에 관하여>

2021-01-10의 기록.




집중!




아빠 : 자~ 지난번에 어떤 이야기를 했었지?


유민 :......


은우 : 나 알아! 음.. 죽음이란 나쁜 것인가?


아빠 : 오! 맞아. 죽음이란 나쁜 걸까?


은우 : 응. 


아빠 : 왜?


은우 : 삶을 빼앗기니까. 그게 바로~ 박탈 이론!!


아빠 : 와. 대단하네.


엄마 : 은우 진짜 대단하다!


아빠 : 그래 은우야. 

우리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죽으면 못하니까 죽음은 나쁜 거였지.

근데 그럼 영원히 사는 건 좋은 걸까?

영원히 사는 걸 영생이라고 하거든?

영생은 좋은 거야?


은우 : 영혼이 진짜 있어?


아빠 : 아니, '영혼이' 사는 게 아니고 '영원히' 산다고.


은우 : 아... 영원히 살면 지루할 거 같은데..


아빠 : 그렇지? 

자, 우리가 박탈 이론을 이야기하면서 죽음이 삶을 빼앗아 가니까 나쁘다고 했잖아.

근데 만약 삶에 좋은 게 없으면 어떨까?

삶이 너무 힘들고 고통이야.


유민 : 어떻게?


아빠 : 음.. 막 온몸을 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계속 있고..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삶이 고통과 힘든 거만 있는 거야.


은우 : 그 정도면 삶이 의미가 없지.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아빠 : 음.. ^^;;

말이 좀 그렇긴 한데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런 경우에는 죽음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

우리가 죽음이 나쁘다고 말하려면 삶이 좋은 것이어야겠지?

반대로 영생은 어떨까?

음.. 너희들 좋아하는 간식 하나씩 말해볼까?


유민 : 유민이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은우 : 나는 아이스크림.


아빠 : 자, 한번 상상해봐.

아빠가 유민이한테 초콜릿 아이스크림, 은우한테 아이스크림을 줬어.


은우 : 오! 고맙습니다.


아빠 : 자, 얼른 먹어.


유민 : 냠냠..

다 먹었어요.


아빠 : 자, 하나 더!


은우 : 오!! 냠냠냠..


아빠 : 자, 하나 더!!

이렇게 계속 주면 몇 개나 먹을 수 있을까?


은우 : 나는 백개도 먹을 거 같은데..


아빠 : 아이스크림도 조금씩 먹을 때 맛있는 거지..

엄청 큰 통으로 주고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고 하면 다 먹지는 못하겠지?


은우 : 배불러서.


아빠 : 응. 그리고 그때는 처음처럼 맛있지는 않잖아.


은우 : 맞아.


아빠 : 심할 때는 그 음식이 싫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니까 좋은 것도 그 정도를 넘어가면 나쁜 것으로 변할 수 있거든.

영생도 마찬가지야.

삶이 계속된다고 반드시 좋은 게 아닌 거지.

그래서 영생에 대해서 조너선 스위프트라는 사람이 쓴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은우 : 오! 여행을 떠나요~~ 

(오두방정 댄스)


아빠 : 음.. 은우야, 아빠가 말할 때 은우가 자꾸 장난치면 아빠 말에 집중 안 하는 거 같아서 속상해.


은우 : 알았어.


아빠 : 걸리버라는 사람이 여행을 하는데 신비한 곳을 많이 가거든.

아주 작은 사람들이 사는 소인국도 있고, 어떤 곳은 사람들이 죽지 않아.

근데 늙기는 해.

그래서 사람들이 다 늙어서 힘이 없는 상태로 고통받으면서 죽지도 못하고 살고 있어.


은우 : 그렇게 영원히 사는 건 당연히 나쁜 거지.


아빠 : 응. 그리고 몽테뉴라는 사람은..

우리가 늙고 아프고 힘들게 살 때 죽음은 힘든 삶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축복이 될 수도 있다고 했대.

근데 만약 영생이 좋은 것이라고 하려면.

어떤 영생을 생각해야 할까?

각자 생각하는 조건을 말해볼까?


은우 : 늙지 않아야 해.


아빠 : 응. 만약 신이 영생을 준다고 하는데 어떤 영생을 바라냐고 물어본다고 하자. 

우리가 지금 조건을 생각하는 거야.


유민 : 먹을게 많아야 해.


아빠 : 응. 병들지도 않아야 하고.


유민 : 죽지도 않고.


은우 : 그게 영생이지.


아빠 : 엄마는?


엄마 : 살이 안 찐 상태로.


아빠 : 그래. 원하는 몸매로 살 수 있고.


은우 : 물건들이 낡지 않고


엄마 : 세상 모든 말을 다 알고. 

아니, 세상에 말이 하나고.


(각자 조건들을 말함..)


이상적인 영생의 조건들.




아빠 : 자, 우리가 이런 조건들을 생각해봤어.

그럼 이렇게만 되면 영생이 좋은 걸까?


은우 : 음.. 상상할 수가 없을 거 같아. 


아빠 : 그렇지? 우리가 지금 상상하는 건 단순히 오래 사는 게 아니야.

백 년, 천년, 백만 년 이런 게 아니고 말 그대로 '영원히'거든.

상상이 잘 안되지?

근데 아무리 이렇게 모든 게 완벽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영생이 좋지는 않을 거 같아.


은우 : 응. 맞아.


아빠 : 자, 그럼 영생은 나쁜 거라는 말이잖아.

그럼 반대로 죽음이 좋은 거네?


은우 : 응. 그런 건가?


아빠 : 근데 아빠는 막상 죽을 때가 되면 그럴 거 같아.

"영원히 사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죽기는 싫어."

이럴 거 같은데?


은우 : 나도.


아빠 : 아까 은우가 영원히 살면 지루할 거라고 했잖아.

그게 핵심이야.

영생의 문제는 결국 지루함의 문제거든.

근데 그럼 이런 건 어때?

실제 있었던 실험이야.





유민 : 쥐야?


아빠 : 응.

쥐의 뇌에서 기분 좋게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전선을 연결해서 스위치를 달았어.

이 스위치를 누르면 전기가 흘러서 쥐가 기분이 엄청 좋아져.

자, 이 쥐는 어떻게 되었을까?


유민 : 쥐가 버튼을 누를 수 있어?


아빠 : 응.


은우 : 막, 좋아서~ (오두방정 춤)


아빠 : 쥐는 밥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잊고 계속 버튼만 누르다가 죽었대.


유민 : 왜 죽었어?


아빠 : 밥을 안 먹고 잠도 안 자니까.

자, 이런 상태면 어떨까?

영생이라서 죽지 않아. 

근데 계속 기분 좋게 있을 수 있어.

은우는 가장 행복하고 기분 좋을 때가 언제야?


은우 : 막 파티하고 여행 가고 그럴 때.


아빠 : 자기는?


엄마 : 나도 여행 갈 때?


아빠 : 버튼을 누르면 그때 그 기분을 계속 느낄 수 있다고 해보자.

그럼 쥐처럼 우리는 영원히 버튼을 누를 거고 영생을 누리면서 지루하지도 않겠지.

맞아?


은우 : 아니.


아빠 : 그렇지? 쥐랑 사람은 달라.

사람은 '메타인지'라는 게 있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이런 걸 생각할 수 있거든.

그니깐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걸 생각할 수 있는 거지.


유민 : 사람도 동물이잖아.


아빠 : 하지만 다른 동물한테 없는 이런 특징이 있어.

그래서 사람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거고.


유민 : 말도 할 수 있고?


아빠 : 응. 맞아.

사람이 이런 상황이면 아마 처음에는 열심히 버튼을 누르겠지.

근데 어느 순간 '나는 지금 뭐 하는 거지? 이게 내 삶의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 거야.


은우 : 응. 맞아.


아빠 : 그럼 이런 건 어때?

한.. 만년 주기로 기억이 없어지는 거야.

그래서 그동안 재밌게 했던 일들이 지겨워질 때 기억이 없어져서 새로운 경험처럼 다시 즐길 수 있는 거야.


은우 : 아니, 그러면 가족도 다 잊고 그러잖아.


아빠 : 응. 맞아.

옛날에 정체성 이야기하면서 인격 관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므두셀라 이야기를 했지?

그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에 들어가는 므두셀라가 성경에 나온 900살까지 산 사람이잖아.


유민 : 그거 진짜야?


아빠 : 아니. 그냥 이야기^^;;

아무튼 은우가 900살까지 살 수 있어도 지금 은우랑 900년 뒤 은우는 다를 거라고 했지?

그래서 의미가 없을 거라고.

우리가 원하는 건 지금 모습대로 영원히 존재하는 거니까.


은우 : 응. 맞아.


아빠 : 그럼 기억상실도 별로 의미가 없네.

그럼 결국 영생을 좋다 말하긴 어려울 거야.

근데 아까도 말했지만 죽을 때가 되면 너무 아쉽잖아.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은우 : 음.. 충분히 만족할 만큼?

근데 아무리 오래 살아도 죽기 전에는 아쉬울 거 같은데?


아빠 :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럽게 살면 되겠지?

줄리언 반스라는 사람이 쓴 소설에 천국을 이렇게 묘사했대.

사람들이 충분한 만족을 얻으면서 살고 그러다가 충분히 만족했을 때 삶을 마감하는 그런 곳.


은우 : 응.


아빠 : 결론적으로 박탈 이론이 맞다고 해도 죽음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야.

죽음은 영생에서 탈출한다는 의미로 좋은 게 될 수도 있는데 

막상 실제 죽음이 다가오면 우리는 죽음은 나쁘다고 느낀다는 거지.

자, 책에 나온 내용은 여기까지이고 이건 아빠의 생각인데.

결국 이러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준다고 생각해.


은우 : 어떻게?


아빠 : 충분히 만족스럽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

그러면 죽을 때가 되어도 아쉽기보다는 '아, 이제 되었다. 여한이 없다.' 이럴 거 같은데.

아빠는 그래서 돈을 버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면 안 좋은 거 같아.

빨리 부자가 되면 먹고사는데 들어가는 돈을 버는 시간을 아낄 수 있잖아.

그리고 그 시간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지.


은우 : 아빠는 그래서 부자가 되고 싶은 거야?


아빠 : 응. 맞아.


은우 : 그럼 막 여행도 가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할 수 있겠네?


아빠 : 응. 아빠가 하고 싶은 일도 그런 거였는데 지금은 좀 달라.


은우 : 어떻게?


아빠 : 전에는 그런 '소비'를 위해서 부자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빠가 하고 싶은 일이면서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싶어.


은우 : 그게 뭔데?


아빠 : 아빠도 지금은 모르겠어.

옛날에는 막 돈 쓰고 사고 그런 게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엄마 : 엄마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삶을 충실하게 살면 죽는 순간에도 아쉽지 않을 거 같아.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야겠지.

그리고 항상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라고 하잖아.

그런 것들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데 도움이 되는 거 같아.


아빠 : 맞아.

은우도 유민이랑 싸우고 엄마랑 싸우고 그래서 미울 때도 있잖아.

막 꼴도 보기 싫고.

근데 만약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어떨 거 같아.


은우 : 미운 마음도 없겠지.


아빠 : 그렇지?

그럼 우리 앞으로도 내일 죽을 것처럼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고

서로 사랑하면서 살자. 알았지?


은우 : 응.


아빠 : 자,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는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거야.

이제 4개 정도 남았는데 우리 이거 끝나면 파티도 하고 하자.

종강파티야 ^^


은우 : 응. 좋아 ^^




오늘 강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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