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은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출산 준비물 리스트는 늘어나는데 엄마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문제에 부딪혔단다. 그래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봤더니 50가지도 넘는 목록을 받아 보았단다.
배냇저고리, 속싸개, 모자, 양말, 가제손수건, 기저귀, 아기 로션, 크림 바디워시 샴푸, 수딩젤, 체온계, 온습도계, 손톱 가위, 면봉, 아기 세탁세제, 유연제, 유축기, 카시트, 유모차, 콧물흡입기, 놀이매트, 아기침대, 기저귀 가방, 젖병솔, 젖병 집게, 보온병, 아기이불, 방수요 등등 정말 많았지만 정작 엄마, 아빠가 산 물품은 젖병 6개와 젖병솔, 젖병 세제, 가제 손수건, 기저귀 정도에서 끝이 났단다. 아기 욕조는 지인이 쓰던 물건을 받았으며 체온계와 내복은 선물로 받았단다. 유모차야 당장 사용할 일이 없으니 사지 않았으며 아기띠도 신생아용이 따로 있지만 며칠 쓰지 않을 거라 여기고 패스. 대체 무엇이 그리 필요한가를 곰곰이 생각했지만 결국 장만한 것은 별다른 것이 없었단다. 젖병 소독기처럼 중간중간 물려받기도 한 물건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유아 용품은 많지 않았단다.
그렇단다. 엄마는 이렇게 물건을 챙기거나 꾸미거나 가꾸는 일들을 잘하지 못한단다. 만드는 건 잘하지만 미적 감각은 떨어지고 귀엽고 예쁘게 생겼지만 꾸미 지를 못 한단다. 세상을 모든 걸 다 주지 않은 것 같구나. 아니 많이 부족하게 주는 경우가 많지.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부족한 것에 반성하여 필요 여부에 따라 채워 나가는 것도 좋은 듯 하구나.
또 엄마가 잘하지 못한 것은 빨래란다. 역할 분담으로 요리와 설거지는 엄마가, 청소와 세탁은 아빠가 하기로 했단다. 결혼 후 빨래를 처음 돌렸을 때가 6개월이 넘은 기억이 있구나. 조금 일찍 퇴근 한날 밀린 빨래를 보고 세탁을 좀 해야겠다 생각하여 드럼세탁기를 돌리는데 동작 방법을 몰라 아빠에게 전화를 했었단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구나.
빨래도 잘하지 못하면서 삶는 건 왜 이리 좋아하는지. 선물 받았던 너의 내복들은 모두 다 열심히 삶았단다. 분명 옷 선물 포장에 절대 삼지 마세요라고 써져 있었건만 아기가 입는 옷인데 삶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삶았더니 그 알록달록한 이쁜 무늬들이 사라지고 번지더라. 평소 '하지 마세요'를 잘 지키는 엄마이지만 신기하게 그때는 그 말을 따르지 않았단다. 삶는 게 훨씬 너에게 좋을 듯해서. 비록 알록달록한 옷을 입히진 못 했지만 너의 몸에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때론 이렇게 관심 많은 분야에서는 의심이 많을 때도 있단다. 그리고 알록달록하지 못 한 옷 중 몇 개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간직하고 있단다. 너의 첫 내복들은 말이다.
엄마가 너의 출산 용품을 많이 사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결혼한 이모의 조언도 있었단다. 필요하면 그때 사면된다. 정말 아무것도 없어도 되나? 걱정하였지만 정말 별거 없이도 되더구나. 겉싸개와 속싸개가 무엇인지 몰라 사지 않았는데 병원에서 주고 친구가 선물해 주고. 부족했던 겉싸개 대신 큰 손수건으로 너를 잠시 덮어 준 적도 있었단다.
남들은 이쁘게 귀엽게 꾸미고 갖출 거 다 갖추듯이 준비하고 키우는데 엄마는 그러지 못했단다.
머리 묶는 재주가 없어 어릴 땐 오직 사과 머리 하나로, 좀 커서는 양갈래 머리 하나로. 그것도 때론 균형이 맞지 않아 몇 번 푼 적도 있단다.
여자 아이 이쁘게 꾸미고 다닌 사람들을 보면 무척 부럽기까지 했단다. 하지만 엄마는 다시 생각해도 정말 그런 쪽에서 재주가 없는 듯 하구나. 부족한 점을 채울지 말지 고민하라고 했듯이 엄마도 고민했단다. 나의 부족한 면을 채울까? 실은 유튜브도 찾아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더라구나. 시간이 제한적인 엄마는 스스로를 확실히 깨닫게 되었단다. 아 난 이쪽에 재주가 없구나.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단다. 하나씩 채워가는 것도 좋지. 미리 준비를 하지 못해 후회한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때그때 필요한 걸 구입하는 것도 좋았단다. 이렇게 하나씩 부족한 걸 채워가면서 엄마, 아빠는 부모가 될 준비를 하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