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을 느꼈던 날

by 당근의 꿈

17주 정도였던가? 정확히는 기억하기 힘들구나. 배에서 기포처럼 올라오는 것을 느꼈는데 아주 미미 느낌.


'어? 이게 뭐지? 왜 기포가 올라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별일 없겠지?'


조금만 이상해도 걱정. 안 이상해도 걱정. 임신을 하면 사소한 변화 하나라도 걱정이 된단다. 그런데 한두 번 일어나고 말 거 같았던 느낌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어 걱정이 되더구나.


'뭘까? 병원에 가서 물어봐야 하나?'


당시 회사에는 엄마를 포함해 4명의 지인들이 임신을 였단다. 한 번씩 쉬는 시간에 휴게실로 모여 이야기를 하는데 그날은 가장 먼저 임신한 지인의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단다.


"난, 태동이 참 좋다. 태동을 느끼고 싶어서 다시 임신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


'태동? 혹 나도 기포 같은 느낌이 태동이 아닐까? 근데 태동이면 막 많이 움직이는 거 아니야? 기포 같은 느낌이 태동이 될 수 있나? 그냥 고민하지 말고 물어보자.'


"처음 태동 느꼈을 때는 어땠어? 요즘 나 기포 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것도 혹 태동일까?"


"맞아 그게 태동이야. 그러다 점점 강하고 뚜렷하게 느껴지지."


아, 그 느낌이 너였구나.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 느낌을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두근 할 정도로 설렌단다. 네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잘 놀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때의 태동은 오직 엄마만이 느낄 수 있기에 미세한 움직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단다. 왜냐하면 네가 움직임으로서 무사히 잘 있구나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잘 움직이다가도 어느 날 조용하면 걱정되고 좀 더 깊이 생각하면 무섭고 그러다 다시 움직이면 안심하고.

너는 엄마를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갈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단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사항은 변함이 없을 거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포 같은 느낌은 점차 퉁퉁 치는 느낌으로 바뀌었단. 네가 컸다는 말이겠지. 네가 클수록 엄마의 배는 불러왔고 8달 정도에는 갈비뼈를 누군가 손을 넣어 위로 올리는 느낌이었단다. 1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엄마에겐 이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고속도로 위라 중간에 서서 자세를 바꿀 수도 없고 오직 밀리지 않고 잘 가기만을 바랐지만 택배 물량이 가장 많은 가을이었기에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더구나. 말 갈비뼈가 부서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이때 느껴봤단다. 다행히 인체의 신비인지 그리 아팠는데도 갈비뼈는 부서지지 않고 너를 낳을 수 있었단다.

아픔도 있지만 기쁨도 있었단다. 네가 쑥 컸기에 아빠에게도 너의 움직임을 알려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또 커다란 기쁨이더라. 인생은 이리 양면성 혹은 다면성이 있으니 힘들다고 생각할 때 숨어 있는 좋은 점을 찾아보거라. 힘듦의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에도 이리 배우고 느끼는 게 많구나. 사랑하는 딸아.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꼭 숨어 보석들을 찾아보렴. 그 보석들은 너를 한층 더 빛나게 해 줄 것이다.

keyword
이전 07화다정하고 포옹력있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