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는 날

by 당근의 꿈

회사 동료들은 다들 출산 휴가에 들어가고 엄마도 예정일 2주 전에 출산 휴가에 들어갔단다. 첫째이지만 남들보다도 배도 많이 나와 쌍둥이가 아니냐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단다. 그럼에도 여전히 걸음은 빨랐단다. 갈비뼈가 아픈 거 빼곤 특별히 불편한 점이 없어 열심히 씩씩하게 활동하면서 네가 오기를 기다리다 40주가 지났단다.


"왜 이렇게 아무런 소식이 없지?"


예정일은 지났는데 평소와 다를 바 없어 걱정이 된 엄마는 태동으로 네가 잘 있나를 보곤 했단다. 그러다 잘 움직이지 않으면 일부러 배를 '똑똑'해보고 살짝 눌러보는데 그때서야 움직이는 너를 보고 안심 하기를 반복했단다. 출산을 먼저 한 친구들에게 이런 고민을 했더니 계단을 오르고 하면 아이가 아래로 내려온다고 하여 계단 오르기 2~3일 했던 거 같구나. 결과는 아이가 아래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양수만 터진 결과를 보였지.


양수가 터지기 전 아침은 안개가 많이 끼었단다. 예정일이 가까워 진통이 올 때를 대비하기 위해 아빠는 매일 차를 가지고 출퇴근을 하는데 그날은 안개 때문에 버스를 타라고 엄마가 권했단다. 아빠는 괜찮다고 차 가지고 출근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엄마를 이기지 못하여 통근 버스를 타고 출근하였단다.

아침 9시가 되자 다시 계단 오르기를 할까 생각하는데 양수가 터지기 시작했단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병원을 가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서는데 왜 그리 택시가 안 잡히는지. 걸음만큼 성격이 급한 엄마는 병원을 향해 걸어가면서 택시를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잡히지 않는 택시를 포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병원을 가는 걸 택했단다. 후에 지인들은 참 대단하다고 말하더구나. 20~30분 되는 거리는 걸었으니 말이다. 아마 걸음이 정말 빨랐기에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병원에 도착하니 불안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구나. 시간을 보니 11시 전후였던 거 같은데 고민하다 아빠에게 전화를 했단다.


"오빠, 양수가 터져서 병원에 왔어요."

"아, 이럴 거 같아서 아침에 차를 가지고 가고 싶었는데. 그런데 왜 일찍 전화를 안 줬어?"

"오빠 출근했으니깐 안 했죠. 출근한 게 아깝잖아요. 반차 쓰고 오면 될 거 같아요."


엄마는 아빠에게 반차 쓰고 오라고 했단다. 정말 괜찮았거든. 그런데 아빠는 전화를 끊고 바로 택시 타고 오더구나. 이래서 전화하는 걸 고민했었는데. 바로 올까 봐. 그래도 마음은 기쁘더구나. 기쁜 마음을 보면 어쩜 내심 아빠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르겠구나.


양수는 터졌지만 아이는 내려오지 않은 상태여서 촉진제를 맞기로 했단다. 그런데 촉진제를 맞고 진통이 왔을 때 생각하지 못하게 너의 맥박수가 줄어드는 거야. 그래서 촉진제는 도중에 중단하게 되었지. 바로 수술에 들어가기 위해 사인을 받는데 의사 선생님이 하루 더 기다려 보자고 하여 기다리기로 했단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같은 반응에 수술실을 들어가게 되었지. 처음 하는 수술이라 그런지 무척 떨리더구나. 겁도 나고 말이지. 하반신 마취를 하는데 혹 마취가 잘 안되어 칼로 그을 때 아프면 어쩌지? 너는 안 다치고 잘 나올 수 있겠지? 많은 걱정과 생각들이 엄마를 더욱 떨게 만들었지. 그 무서운 생각과 다르게 수술은 20분도 안되어서 끝이 난 거 같구나. 그리고 초록색 천에 감싸인 너를 보여 줄 때가 너와 나의 첫 만남이었단다. "응애응애" 우는 소리가 어쩜 이쁘던지.

사랑에 빠지면 이럴 수 있겠구나 싶단다. 평소에 아이를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단다. 그냥 아이구나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너를 낳고 나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이뻐 보였단다. 동글동글 하면서도 쭈글쭈글하는 너를 보면 미소밖에 나오지 않고 계속 쳐다만 보고 싶었단다.

결혼 후 4명의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아빠는 엄마가 애를 낳고 나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 줄 알았단다. 다들 첫째 낳을 때 힘들어서 둘째 낳을 생각을 안 한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엄마는 너를 낳고 4명에서 6명으로 바뀌었단다. 정말 많이 많이 낳고 싶을 정도로 네가 그리 예뻤단다. 응아를 하고 방귀를 뀌고 우는 네 모습. 어느 한 가지 안 이쁜 게 없었단다. 응아 냄새는 왜 그리 향기롭게 느껴지던지. 하루라도 안 맡으면 허전할 정도였단다.

수술을 하면 회복이 느리다고 하지만 너의 울음소리에 너를 데려와서 분유를 주고 지켜보고 그런 날들을 보냈단다.

어쩜 지금의 너는 엄마의 이 모습이 상상이 잘 안될 수도 있겠구나. 평소 자립심과 독립심을 강조하였기에 나이에 맞지 않게 이것저것을 시키는 엄마의 다소 엄한 모습이 익숙할 테지. 평생 너를 돌봐주고 살 수 없기에 옆에 있을 때 알려주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단다. 이 방법이 맞는지 틀린지는 잘 모르겠단다. 어른이라고 하여 부모라고 하여 처음부터 모두 알고 있는 건 아니란다. 부모도 시행착오를 많이 경험한단다. 다만 실수를 줄이기 위해 옆에서 주시하면서 어렵다고 생각되는 일은 조절을 하거나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하는데 이것 역시 답이 없이 주관적인 것이겠지. 때론 네가 힘들다는 걸 알지만 따뜻한 말을 못 해줄 때도 많단다. 네가 약해질까 봐 혹은 엄마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지. 그리고 엄마도 부족하고 완벽하지 못 하기에. 기준이 없는 이 상황에 기준인 것처럼 한 가지만은 제자리에 있는 게 있는데 바로 사랑하는 마음이란다. 색이 달라 표현이 다를 뿐 네가 건강하게 잘 크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기를 항상 바라는 이 마음은 한결같구나.

그러니 후에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있을 때 이 편지를 읽고 조금은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본다. 어떻게 이 편지를 너에게 줄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전해 줄 날이 있겠지. 그때 이 편지가 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으면 좋겠구나. 사랑한다. 내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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