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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운동 나가는 여자

새벽 운동으로 나는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졌습니다

by mz교사 나른이

나의 하루는 새벽 5시 10분에 시작한다. 5시 10분이 되기 무섭게 요란한 알람 소리가 삐죽삐죽 퍼져 나가다 한순간에 방을 채운다. 정적이 맴돌던 차분했던 방은 언제 그랬었냐는 듯 요란하고 수선스러운 공간으로 변모한다. ‘어제 휴대폰 좀 적당히 하고 일찍 잘걸.’ 매일 똑같은 후회를 하며 실눈을 뜬 채 힘겹게 꿈틀거린다. 방바닥을 손끝으로 훑으며 휴대폰을 찾는다. 휴대폰을 집어 들어 정신없이 울려대는 알람을 끈다. 빠른 템포와 음높이가 높은 알람 소리는 몇 년을 들어도 적응이 쉽지 않다. 알람을 끄자마자 이불을 걷고 화장실로 달려가 간단한 세면을 하고 추리닝으로 갈아입은 채 집을 나선다. 1년 넘도록 새벽에 헬스장에서 공복 유산소와 간단한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 공기는 언제나처럼 어두컴컴하고 습하고 차갑다. 찬 공기가 얼굴에 쏟아지면 머리칼 끝자락에 묻어있던 졸음마저 달아난다. 차와 사람들로 늘 북적이는 대로마저 고요하다. 바닥까지 깔린 어스름을 이불 삼아 덮은 채 잠결에 칭얼거리는듯한 도로를 가로질러 헬스장으로 향한다. 헬스장에 들어오자마자 유산소 운동을 시작한다. 유산소 운동은 할 때마다 조금은 고통스럽다. 땀이 나고 숨이 목청까지 차오른다. 목청 위로 역류해 터질 것만 같은 가쁜 숨을 꾹꾹 누른 채 운동을 한다.


유산소 운동을 마치면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하다가 근력 운동을 시작한다. 예전에는 헬스장에 놓여있는 기본적인 기구들을 깨작거리며 나름 무게를 친다고 웨이트도 했지만 요새는 내 몸의 중량이라도 제대로 들어 올리자 싶어 스쿼트나 플랭크 같은 맨몸 근력 운동을 한다. 내 몸뚱이 하나마저 나에게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근력 운동의 핵심 덕목은 인내인 듯하다. 자세를 잡고 처음 몇 초 동안은 견딜만하다 싶다가도 30분에서 1분 동안의 시간 동안 그 자세로 버티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척추동물이 되어 침대에 널브러진 채 휴대폰을 하며 보내는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데 근력 운동의 1초가 너무 느리게 흘러간다. 근력 운동을 하다 보면 시간의 상대성을 실감하게 된다.


마지막 순서는 유연성 운동이다. 스트레칭은 몸의 유연성을 강화해 주는 동시에 몸 전체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준다. 손발이 차가운 나는 특히 혈액 순환의 필요성을 매 겨울 절실히 느끼기에 스트레칭을 운동 루틴에 필수적으로 포함한다. 하체 순환 마사지 특히 고관절 순환에 공들인다. 유연성 운동 또한 근력 운동과 마찬가지로 인내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얼마나 몸이 굳어 있었던 건지 유연성 운동을 할 때마다 내적 비명을 지른다.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나면 찾아오는 개운함이라는 보상은 어찌나 값진지!


운동을 마치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오면 아침 운동의 일정은 마무리된다. 집으로 돌아가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하고 출근할 준비를 해서 집을 나온다. 이런 아침 일정을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지인들은 기함을 토해낸다.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도시락까지 싸서 출근한다고? 너 정체가 뭐야?’ 새벽 운동을 일 년 넘게 꾸준히 해왔다는 말까지 덧붙이고 나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지고 나를 엄청 부지런한 사람인 것처럼 치켜세워준다. 하지만 나의 새벽 운동의 원동력은 부지런한 천성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스스로를 객관화했을 때 나는 결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게으르다. 새벽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새벽 운동의 장점이 너무나도 명백해서이다. 새벽 운동의 장점이 게으름과 아침잠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새벽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저녁 일정과 무관하게 꾸준히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녁에 친구들과 약속이 생겨서 혹은 갑작스러운 직장 일정으로 퇴근 후 기필코 헬스장에 가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어긴 적 있을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운동을 연속적으로 며칠 쉬다 보면 점점 운동하기가 싫어진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데 그 습관을 무너뜨리는 건 이토록 쉽다니 참 아리송하다. 결국 퇴근 후 운동하는 것보다 집에서 휴식하는 것을 선택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운동은 일상에서 점점 멀어진다. 하지만 출근 전 새벽 운동을 하면 저녁 일정이 자유로워지고 운동 일정을 방해하는 것은 아침잠 말고는 거의 없다.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개운한 공기를 마시며 가뿐하게 출발하면 된다.


새벽 운동은 자존감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건 운동, 오늘 하루 작은 것이라도 성취할 수 있는 것 역시 운동. 직장에 다니다 보면 스스로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가 밀려오는 시기가 있다. 넉넉지 못한 급여를 받으려고 매일같이 출근하며 하루의 상당 부분의 시간을 직장에 바친다. 사회초년생에게 사회생활이란, 먹이사슬 제일 아랫부분에 놓인 작은 곤충이 되어 초원 한복판에 던져진 기분이다. 여기저기 눈치 보고 종종 대다 보면 나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부정적인 생각이 차근차근 축적된다. 그러다 어느 날 아무런 예고 없이 펑 터지기도 한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사람 저 사람 비위를 맞추며 안절부절못할까, 왜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을까, 겨우 이렇게 살려고 그동안 이렇게 불안해하며 공부하고 준비했던 걸까. 감정의 구렁텅이 속에 빠져있을 때 유일하게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아침 운동 같았다. 순전히 나의 의지대로 이른 시간에 일어나 원하는 강도로 운동을 한다. 내가 원하는 만큼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아침에 운동을 끝내고 나면 작은 성취감에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어냈다. 그래도 아침부터 운동 하나 해냈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는 그래도 헛살지 않았다는 보람이 피어오른다.


운동을 하며 나는 조금 더 건강해졌고 행복해졌다. 새벽 운동을 처음 다짐했을 때만 하더라도 내가 새벽 운동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침잠이 많아 침대에서 5분만, 5분 만을 외치다 지각을 면하려고 후다닥 출근을 준비하곤 했던 나였기에 과연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요즘도 새벽에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이 잠의 늪에 빠져 있던 나를 건져 올릴 때 마음속에 은신하고 있는 게으른 자아의 유혹이 들려온다. ‘오늘은 피곤하고 졸린데 운동 쉬고 푹 자는 게 어떨까?’ 찰나의 시간 동안 고민하더라도 결국은 운동을 선택한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운동을 마치고 난 후 얻게 되는 성취감의 맛을 기억하기에. 그 성취감이 나를 행복하게 하기에. 빈맥을 걱정할 정도로 심박수가 빨랐던 나의 심박수가 꾸준하고 천천히 내려가는 것을 확인했기에. 20분 동안 걷는 것도 힘들었던 내가 한 시간 동안 가뿐히 뛸 수 있게 되었기에. 결국 운동이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믿기에. 결국 나의 선택은 새벽 운동이다.


앞으로 삶의 여유가 사라지는 일들이 생기더라도 새벽운동만은 기필코 챙기고 싶은 습관이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의연하게 운동을 떠나는 순간, 몸의 구석구석 맺히는 땀방울, 운동을 마친 후 차오르는 성취감, 건강해지고 가벼워지는 몸...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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