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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3시간전

코뿔소의 얼굴에 코뿔이 없었다.

 레니는 언덕을 단숨에 올랐다. 글래디가 자신을 그렇게 찾은 것은 게이드가 사라진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게이드에 대한 어떤 단서가 있다는 얘기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을 찾을 일이 없을 터였다. 나무 아래 글래디는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레니가 다가오는 것을 알았지만 글래디는 응시하고 있는 '그것'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언덕 위에 다다른 레니가 글래디를 불렀다.


"글래디 삼촌!"


글래디는 시선을 '그것'에서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저거 보이지? 저게 네가 말한 코끼리보다 큰 새야?"


'그것'은 아까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일 만큼, 우렁찬 소리가 들릴만한 거리였다.


"아! 네 저거예요! 저게 그 새에요! 발 밑에 무언가 매달려 있어요. 보이세요? 제가 본모습 그대로예요. 저렇게 게이드도 매달려서 끌려갔어요! 어쩌면 저기 저게 게이드일 수도 있어요!"


 레니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봤던 게이드가 인간들에게 끌려가던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매달려 있는 것이 게이드라면, 아니 게이드라고 생각했다.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매달린 것은 코뿔소의 모습이었다.


 헬기는 지상의 코뿔소 무리를 발견했다. 인간들의 목적지는 코뿔소들의 서식지였다.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아직은 코뿔소 무리의 서식지 주변은 아니었다. 풀을 뜯기 위해, 물을 마시기 위해 이곳까지 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헬기는 레니와 글래디가 있는 언덕을 지나쳐 서식지 주변으로 향했다. 목적은 그곳에 있었기에.


 헬기는 코뿔소들의 서식지 주변에 도착했고, 공중에서 잠시 맴돌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다른 인간들이 트럭을 타고 헬기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헬기는 매달려 있는 코뿔소의 낙하지점을 찾는 듯했다. 지상의 인간들이 적당한 지점을 표시했고, 헬기는 조심스레 고도를 조정하여 매달린 코뿔소를 지상으로 내렸다. 고도가 어느 정도 낮아지자 코뿔소를 매달고 있던 체인이 조금씩 풀리며 코뿔소를 지상으로 내려놓았다. 지상의 인간들이 몰려와 코뿔소가 바닥에 닿기 전 안전하게 받았다. 그리고 코뿔소에 묶여있던 체인과 안대를 풀었다. 체인이 풀린 것을 확인한 헬기는 체인을 거둬들이고, 떠났다. 인간들이 풀려난 코뿔소를 잠시 살피는 듯하더니 타고 온 트럭을 타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레니와 글래디는 자신들을 지나쳐 간 헬기를 쫒았다. 빠른 속도로 달렸지만 헬기는 훨씬 빨랐다. 헬기는 훨씬 앞서갔다. 글래디와 레니가 헬기를 쫒을 때 다른 코뿔소들도 헬기를 인식했다. 그리고 달리고 있는 글래디와 레니의 뒤를 따랐다. 거의 모든 코뿔소가 헬기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한참을 달려 헬기의 윤곽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헬기는 멈췄다. 그리고 그곳에 인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글래디는 외쳤다.


"멈춰! 인간들이야!"


 코뿔소들이 일제히 멈췄다. 멀리서 인간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봤다. 그들은 매달려 있던 코뿔소를 바닥에 내려놓고 살피는 듯했다. 그리고 잠시 뒤 자리를 떴다. 글래디는 말했다.


"일단 내가 가서 무슨 일인지 살필테니 나머지는 이곳에 있어."

"저도 갈게요!"


 레니가 말했다. 글래디는 레니에게 안된다고 하려다가 지금 이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것은 레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이 본다고 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을 테고, 레니가 있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레니는 발이 빨라 혹시 무리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생긴다면 필요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레니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글래디는 와콤을 향해 말했다.


"와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코뿔소들을 가까이 모으고 경계하고 있어 줘."

"알겠어. 그건 걱정 말고, 가서 보고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외치라고."


와콤이 든든함이 느껴지는 어투로 대답했다. 글래디는 달렸다. 레니는 글래디의 뒤를 쫓았다. 그들은 단숨에 풀려난 코뿔소가 있는 근처까지 갔다. 코뿔소는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글레디와 레니는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가 코뿔소를 확인했다. 덩치를 보아 게이드는 아니었다. 글래디와 레니는 약간 실망했다. 코뿔소를 돌아 얼굴을 확인한 둘은 경악했다. 코뿔소의 얼굴에 코뿔이 없었다.



<12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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