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용호 Sep 26. 2024

다시 나타난 인간들

 인간들에게 게이드가 잡혀간 후로 며칠이 지났다. 코뿔소들은 초원 이곳저곳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마지막으로 게이드를 떠나보냈던, 레니가 표시해 놓은 나무를 기준으로 사방을 샅샅이 뒤졌다. 다행인 것인지 불행인 것인지 인간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글래디는 실성한듯 며칠을 그렇게 뛰어다녔다. 레니는 돌아온 그날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전했다. 게이드의 행방을 마지막으로 전한 뒤 울다 지쳐 쓰러졌다. 레니의 잘못을 추궁하려던 글래디와 다른 어른들은 차마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했다. 그 뒤부터 모든 코뿔소들은 초원 여기저기를 뒤지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게 이번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뛰어다니던 와콤이 말했다.


 "인간들이 나타나지 않는 게 이렇게 아쉬울 줄이야."


글래디는 듣지 못했는지, 할 말이 없었는지 답을 하지 않았다. 와콤이 다시 말했다.


"가서 목이라도 좀 축이고 오는 게 어때?"

"됐어. 아직은 괜찮아."

"이렇게까지 찾았는데 단서하나 찾지 못한 거면 탐색이 길어질 거야. 게이드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니까. 구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아껴야 하지 않겠어? 며칠 동안 제대로 자는 것도 보지 못했어, 풀을 뜯는 것도 못 봤고, 가서 풀도 뜯고, 잠도 좀 자고 와 나머지는 우리가 찾아볼게."

"괜찮다니까!"


글래디는 와콤의 계속되는 요구에 짜증이 치밀었다. 평상시였다면 그러려니 무시하고 넘겼을 테지만 며칠을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여서 예민하게 굴었다.


"글래디! 게이드는 우리에게도 가족이야. 우리가 찾아볼게. 네 마음이 어떤지 일아.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여기 나와서 이렇게 찾고 있는 거라고. 우리를 믿어봐."


 글래디는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와콤을 본 적이 없었다. 낯선 모습이었다. 그만큼 진심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와콤의 진심에 성의라도 보여야 했다.


"그럼 잠시 부탁해. 목만 좀 축이고 올게."


 글래디는 강가로 갔다. 강가에서는 알렌이 글래디에게 쉬고 오라고 했다. 글래디는 알렌의 성의를 무시하지 못하고 쉬는 척하기 위해 레니가 표시를 해둔 나무의 그늘을 찾았다. 나무는 언덕 위에 있었다. 근처에서 보지 않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에 나무 한그루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레니가 표시할 나무를 잘 찾기는 했다. 나무는 꽤 컸고, 그만큼 그늘도 꽤 커서 코뿔소 무리가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글래디만이 차지하고 있었다. 모두들 글래디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함과 동시에 글래디의 빈자리만큼 게이드를 찾고 있었다.


 글래디는 휴식을 취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게이드의 모습이 보였다. 들판을 뛰어노는 게이드, 글래디를 향해 달려오는 게이드, 레니와 들이받기를 하며 실랑이를 하는 게이드 온갖 게이드가 감은 눈 커플 안으로 아른 거렸다. 글래디는 쉽게 휴식을 취할 수 없을거라 생각하고 언덕 위에 서서 초원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이 언덕에서 보이는 중에 가보지 않은 곳은 없었다. 게이드는 말 그대로 하늘로 솟은 것 같았다. 아무 흔적도 없이.


 글래디는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다시 눈앞에 게이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떨어져 본 적이 있을까 싶었다. 눈을 감고 게이드의 모습에 집중했다. 레니가 설명한 마지막 모습이 그려졌다. 레니의 설명대로 귀를 찢을 듯 우렁찬 소리와 바람까지도 느껴졌다. 실제의 느낌만큼 생생했다. 이상함을 감지한 글래디는 눈을 떴다. 약하지만 바람이 불고, 멀리서 들려오지만 분명히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글래디는 멀리 내다보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글래디의 눈에 띄는 무언가가 있었다. 멀리 있어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지만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보일정도라면 레니가 말했던 코끼리 보다도 더 큰 새가 틀림없었다.


"레니!! 레니 어디있어?"


글래디는 자신이 본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글래디는 언덕을 내려와 레니의 행방을 물었다. 코뿔소 하나에게 부탁해 레니를 찾아 언덕 위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글래디는 다시 언덕을 올랐다. 그 형체는 아까보다 크기가 커졌다.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었다.


<11화로 이어집니다.>






이전 09화 게이드! 꼭 구해줄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