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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Sep 25. 2024

게이드! 꼭 구해줄게!

 새로운 트럭은 빠른 속도로 도착했다. 트럭에서 꽤 많은 사람이 내려 몇은 흩어진 사람들을 쫒았고, 몇은 게이드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중 몇이 게이드의 상태를 살폈고, 그중 하나가 허공에 섬광탄을 쐈다 잠시 뒤 섬광탄이 있던 허공으로 헬기가 날아왔다. 사람들은 게이드의 눈을 가리고, 발을 묶었다. 헬기에서 내려온 체인에 게이드의 발목을 묶은 끈을 걸었다. 헬기는 고도를 높였고, 게이드는 공중으로 떴다.


 레니는 헬기의 등장에 경악했다. 멀리서 봐도 코끼리 정도의 크기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큰 새가 날아왔다. 크기도 크기지만 들어본 적도 없는 소리로 울부짖으며 엄청난 바람과 함께 등장했다. 인간들은 그 새의 발에 묶인 끝으로 게이드를 묶었다. 그 새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고 빠르게 게이드를 매단 채로 왔던 곳으로 날아갔다.


 쫓기던 밀렵꾼들은 모두 잡혀왔다. 도망을 치던 밀렵꾼들도 이 어두운 초원에서 더 도망갈 곳은 없다는 것을 알고 순순히 잡혀 들었다. 새로 나타난 인간들은 그들을 묶어 트럭 뒤에 태웠다. 나머지 인간들도 트럭에 탔다. 트럭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순식간에 그 자리는 적막과 어둠만이 남았다. 애초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레니는 트럭의 뒤를 쫓았다. 헬기를 쫒았어야 했지만 겁이 났고, 워낙 빨랐기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트럭이라도 쫒아야 했다. 게이드를 구할 수 없다면 어디로 가는지라도 알아야 했다.


 트럭은 한참을 달렸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따라 뛰어야 하는 레니는 점점 지쳐갔다. 자신 때문에 붙잡혀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린 게이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지쳐버린 몸은 그 의지를 가볍게 꺾었다. 한참을 따라 달리던 레니는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를 악물고 달리고 있었지만 트럭과의 거리는 점차 벌어졌다. 다시 한번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줬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힘이 풀린 다리는 가벼운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졌다. 넘어진 레니는 다시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눈을 잠시 감았다 뜬 사이 트럭은 사라지고 해는 뜨고 있었다.


 레니는 후회가 밀려왔다. 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 게이드에게 너무 미안했다. 자신이 꼬드기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만 아니었다면 지금도 게이드는 단잠 속에 있었을 터였다. 게이드가 너무 걱정이 되었다. 살아는 있을까?, 많이 다치진 않았을까?,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답을 주는 질문은 하나도 없었다. 불안했고, 답답했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더 답답했다. 돌아가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본 것들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게이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리로 돌아가 자신이 본 것을 얘기하고 게이드를 구할 아니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뿐이었다.


 레니는 주변에서 가장 큰 나무를 찾았다. 나무에 코뿔로 긁어 표시를 했다. 그리고 레니는 무리를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아니 지체할 수가 없었다. 달리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게이드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으로 버티질 못했다. 물론 달리는 와중에도 계속 게이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만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으로 자신은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게이드! 조금만 기다려 꼭 구해줄게!'


 레니는 한참을 쉬지않고 달려 무리에 도착했다.


<10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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